"선생님 얼굴이 안보이니 학생들 질문이 많아졌어요"

정인선 2022. 10. 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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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고 쓰는 스타트업 서비스]써보고 쓰는 스타트업 서비스
중고생 비대면 과외 플랫폼 '콴다과외'
딴생각 할 틈 없이 개념 따라 읽고 응용 문제 풀고
지난 27일 기자가 서울 강남구 매스프레소 사무실에서 ‘콴다과외’ 플랫폼에서 중학교 1학년 수학 교과목 시범 수업을 듣고 있다.
<한겨레> 스타트업 담당 기자 휴대전화엔 어떤 애플리케이션(앱)들이 깔려 있을까요? 넘쳐나는 스타트업 서비스, 기자가 직접 돈과 시간을 들여 써 본 뒤 일상에서 ‘쭉’ 함께 하게 된 것들만 골라 소개합니다. ‘라이트브라더스’를 시작으로 월 1~2개를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의 평가와 전망 등을 곁들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런 서비스도 한번 써봐 주세요’ 제보도 환영합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매스프레소’ 사무실을 찾았다. 중·고등학생용 비대면 과외 서비스 ‘콴다과외’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수업을 듣기에 앞서 현재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학습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성별과 전공의 선생님을 선호하는지, 얼마나 자주, 몇 분동안 수업을 들을 계획인지 등을 태블릿피시 앱에 입력했다. 잠시 후 카카오톡으로 ‘수학 선생님이 매칭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이 왔다. 선생님의 이름과 졸업(또는 재학 중인) 대학, 전공, 이동전화 번호가 함께 안내됐다.

앱에 원하는 조건을 상세히 입력해 수강신청을 하면 최대 3일 안에 선생님 매칭 알림을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다. 매스프레소 제공

이어 약 20분간 해당 선생님과 함께 ‘중등 도형 7일 완성편’ 커리큘럼을 학습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에 입장하자, 선생님이 미리 올려 둔 피디에프(PDF) 파일 교재가 보였다. 화면 한켠에 선생님의 얼굴도 뜨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목소리만 나왔다. 민대기 매스프레소 사업본부장은 “선생님 얼굴이 보이면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학교나 학원 현장에선 특히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일수록 ‘이런 쉬운 걸 모른다고 하면 혼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궁금한 걸 묻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들이 ‘쟤는 왜 저렇게 나대나’ 욕할까봐 신경 쓰이고요. 반면 비대면 환경에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도 갑자기 질문이 많아져요.”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 얼굴이 안 보이면 금방 졸음이 오지 않을까? 요즘 태블릿피시엔 한 번에 여러 창을 띄워 놓을 수 있는데, 수업 중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 어떡하지?’ 딴 생각이 드는 순간 선생님이 말했다. “정인선 학생, ‘선분’의 정의를 한 번 소리내 읽어 볼까요?”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하니 다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무리 비대면 수업이라고 해도 실력 있는 선생님들은 학생이 1초만 딴짓해도 바로 알아챌 수 있거든요.” 선생님 말처럼 비대면 시대에도 선생님들 뒷통수엔 눈이 달렸다.

수업에 입장하자 선생님이 미리 올려 둔 피디에프(PDF) 파일 형태 교재가 보였다. 선생님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린다. 덕분에 눈치보지 않고 질문하기 편했다.
직선과 반직선, 선분 등 도형의 개념에 대해 배운 뒤 응용 문제를 풀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교육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맞지만, 수요는 이전부터 이미 곳곳에 있었다. 예를 들어, 대학가와 먼 지역에 사는 중·고등학생들은 큰 도시로 나간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보호자 사정으로 해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지만 대학 입시는 국내에서 치르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숨은 수요처다.

민대기 본부장은 “과외라는 게 교사나 학부모들이 서로 알음알음 연결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그 하나의 연결점을 갖지 못해 질 좋은 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게 매스프레소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향에 맞게 태블릿피시가 없는 학생들에겐 약정 등 조건 없이 무료로 대여해 준다. 일 년간 ‘완강’ 하면 대여한 기기를 증정도 한다.

콴다과외에서 연결된 선생님과 학생이 합심해 플랫폼 바깥에서 과외를 이어가면 어떡할까? 매스프레소가 중간에서 거두는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지 않을까? 이 업체 이예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플랫폼 이탈 역시 기술 고도화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을 떠나서 절약할 수 있는 수수료보다 콴다과외만이 제공하는 교습·학습 도구의 편리함이 더 크도록 만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설명이다.

매스프레소는 학생이 찍어 올린 문제를 광학문자인식과 자연어처리 같은 기술로 인식해 해설과 유사 문제, 개념 설명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콴다’ 앱을 2016년 출시했다. 매스프레소 제공
매스프레소는 문제 풀이 서비스 콴다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7천여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았다. 매스프레소 제공

매스프레소는 이전에도 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술을 적극 활용해 왔다. 2016년 사진 속 문자와 도표 등을 디지털로 바꾸는 ‘광학문자인식’(OCR)과 자연어 처리 등 기술을 활용한 문제 풀이 서비스 ‘콴다’를 처음 출시했다.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올리면, 5초 안에 문제 풀이는 물론 유사한 문제와 개념 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 6년여간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총 7천여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베트남에서는 차량 호출 앱 ‘그랩’보다 많은 470만명이 매일 콴다 앱으로 공부한다. 지금까지 확보한 문제 데이터만도 약 46억건에 이른다.

매스프레소는 이런 성과를 발판 삼아 지난해 7월 560억원 규모 시리즈 시(C)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구글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금액은 비공개다. 매스프레소는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추천·학습 진도 조정 등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와 국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글·사진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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