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얼굴이 안보이니 학생들 질문이 많아졌어요"
중고생 비대면 과외 플랫폼 '콴다과외'
딴생각 할 틈 없이 개념 따라 읽고 응용 문제 풀고
<한겨레> 스타트업 담당 기자 휴대전화엔 어떤 애플리케이션(앱)들이 깔려 있을까요? 넘쳐나는 스타트업 서비스, 기자가 직접 돈과 시간을 들여 써 본 뒤 일상에서 ‘쭉’ 함께 하게 된 것들만 골라 소개합니다. ‘라이트브라더스’를 시작으로 월 1~2개를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의 평가와 전망 등을 곁들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런 서비스도 한번 써봐 주세요’ 제보도 환영합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매스프레소’ 사무실을 찾았다. 중·고등학생용 비대면 과외 서비스 ‘콴다과외’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수업을 듣기에 앞서 현재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학습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성별과 전공의 선생님을 선호하는지, 얼마나 자주, 몇 분동안 수업을 들을 계획인지 등을 태블릿피시 앱에 입력했다. 잠시 후 카카오톡으로 ‘수학 선생님이 매칭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이 왔다. 선생님의 이름과 졸업(또는 재학 중인) 대학, 전공, 이동전화 번호가 함께 안내됐다.
이어 약 20분간 해당 선생님과 함께 ‘중등 도형 7일 완성편’ 커리큘럼을 학습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에 입장하자, 선생님이 미리 올려 둔 피디에프(PDF) 파일 교재가 보였다. 화면 한켠에 선생님의 얼굴도 뜨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목소리만 나왔다. 민대기 매스프레소 사업본부장은 “선생님 얼굴이 보이면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학교나 학원 현장에선 특히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일수록 ‘이런 쉬운 걸 모른다고 하면 혼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궁금한 걸 묻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들이 ‘쟤는 왜 저렇게 나대나’ 욕할까봐 신경 쓰이고요. 반면 비대면 환경에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도 갑자기 질문이 많아져요.”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 얼굴이 안 보이면 금방 졸음이 오지 않을까? 요즘 태블릿피시엔 한 번에 여러 창을 띄워 놓을 수 있는데, 수업 중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 어떡하지?’ 딴 생각이 드는 순간 선생님이 말했다. “정인선 학생, ‘선분’의 정의를 한 번 소리내 읽어 볼까요?”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하니 다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무리 비대면 수업이라고 해도 실력 있는 선생님들은 학생이 1초만 딴짓해도 바로 알아챌 수 있거든요.” 선생님 말처럼 비대면 시대에도 선생님들 뒷통수엔 눈이 달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교육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맞지만, 수요는 이전부터 이미 곳곳에 있었다. 예를 들어, 대학가와 먼 지역에 사는 중·고등학생들은 큰 도시로 나간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보호자 사정으로 해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지만 대학 입시는 국내에서 치르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숨은 수요처다.
민대기 본부장은 “과외라는 게 교사나 학부모들이 서로 알음알음 연결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그 하나의 연결점을 갖지 못해 질 좋은 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게 매스프레소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향에 맞게 태블릿피시가 없는 학생들에겐 약정 등 조건 없이 무료로 대여해 준다. 일 년간 ‘완강’ 하면 대여한 기기를 증정도 한다.
콴다과외에서 연결된 선생님과 학생이 합심해 플랫폼 바깥에서 과외를 이어가면 어떡할까? 매스프레소가 중간에서 거두는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지 않을까? 이 업체 이예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플랫폼 이탈 역시 기술 고도화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을 떠나서 절약할 수 있는 수수료보다 콴다과외만이 제공하는 교습·학습 도구의 편리함이 더 크도록 만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설명이다.
매스프레소는 이전에도 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술을 적극 활용해 왔다. 2016년 사진 속 문자와 도표 등을 디지털로 바꾸는 ‘광학문자인식’(OCR)과 자연어 처리 등 기술을 활용한 문제 풀이 서비스 ‘콴다’를 처음 출시했다.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올리면, 5초 안에 문제 풀이는 물론 유사한 문제와 개념 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 6년여간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총 7천여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베트남에서는 차량 호출 앱 ‘그랩’보다 많은 470만명이 매일 콴다 앱으로 공부한다. 지금까지 확보한 문제 데이터만도 약 46억건에 이른다.
매스프레소는 이런 성과를 발판 삼아 지난해 7월 560억원 규모 시리즈 시(C)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구글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금액은 비공개다. 매스프레소는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추천·학습 진도 조정 등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와 국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글·사진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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