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한국가스공사 SJ 벨란겔, '최고'를 꿈꾸는 '최초'의 사나이

손동환 2022. 10. 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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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9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8월 17일 오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KBL은 2022~2023 시즌부터 아시아쿼터제를 필리핀 선수까지 확대했다. KBL이 해당 지침을 발표한 이후, 6명의 필리핀 선수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2022~2023 시즌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바람이 한국에 불고 있다.
필리핀 선수들은 KBL 관계자들과 한국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SJ 벨란겔(대구 한국가스공사)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선을 받고 있다. 6명의 필리핀 선수 중 가장 먼저 KBL 입성을 알렸기 때문이다.

유망주
필리핀은 농구를 종교처럼 생각하는 나라다. 농구공 하나에 울고 웃는 나라다. 필리핀에 있는 모든 농구 선수들이 받는 주목도가 상상 이상으로 큰 이유.
벨란겔도 마찬가지다. 마닐라 아테네오 대학교로 진학한 이후, 필리핀 농구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9~2020 PCCL(필리핀대학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3차전이 그랬다. 3차전이 시리즈 마지막 경기(PCCL 결승전은 3전 2선승제로 열린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란겔은 부담감을 이겨냈다. 3차전 4쿼터에만 10점을 퍼부었다. 벨란겔의 클러치 능력이 팀의 우승을 만들었다. 시리즈 평균 15점 4리바운드 2.5스틸에 1.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벨란겔은 MVP를 거머쥐었다.

벨란겔 선수가 졸업한 마닐라 아테네오 대학교는 강호로 꼽히는 팀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명문으로 손꼽히는 학교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교예요. 운동선수라고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는 학교입니다. 필수 학점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농구적인 면에서도 농구 외적인 면에서도 너무 좋은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입학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저희 대학교 감독님께서 고등학교에 있던 저를 알아보라고 하셨고, (대학교) 코치님께서 제 경기를 보러 오셨습니다. 경기 끝나고 난 후, “너가 우리 학교에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고 싶었던 학교였기에, 망설이지 않고 입학을 결심했습니다.
2019~2020 시즌 PCCL(필리핀대학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벨란겔 선수는 MVP를 받았고요.
결승전 4쿼터가 됐을 때, 저희 팀이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팀원들도 그렇게 생각했죠.
제가 4쿼터에 10점을 넣은 건 맞지만, 팀원들과 함께 만든 득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대역전극도 만들 수 있었고요.
대학교 시절의 가장 큰 소득은 어떤 거였을까요?
감독님께서 주문하신 걸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배웠고, 팀원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배웠습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열정을 보여야 하고, 중요한 순간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고요. 무엇보다 이기는 문화(벨란겔은 ‘winning culture’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를 동료들과 함께 체득했다고 생각합니다.

절호의 기회
벨란겔이 한국 농구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건 2021 FIBA 아시아컵 최종 예선이었다.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하 대표팀)을 상대로 버저비터를 꽂았고, 벨란겔의 버저비터는 대표팀에 패배를 안겼다.
그리고 KBL이 지난 5월 아시아쿼터제를 필리핀 선수까지 확대했다. 벨란겔이 한국 팬과 호흡할 기회가 생겼다. 새로운 농구를 배울 기회도 얻었다. 그래서 벨란겔은 KBL 아시아쿼터제 확대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2021년 아시아컵 예선에서 한국 대표팀에 결승 버저비터를 꽂았습니다.
그 전만 해도, 필리핀 대표팀을 향한 평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성공한 버저비터 때문에, 우리 나라가 한국을 이겼습니다.
덕분에, 제 평가도 더 좋아졌어요. 유명세도 탔습니다. 길에서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그 버저비터가 제 농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KBL로 입성하기 전,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진로를 고민했을 것 같아요.
학업 성적 때문에 고민을 했습니다. UAAP(필리핀대학체육협회) 경기 일정이 타이트해서, 학업에 충실할 수 없었습니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따기 위해 중요한 시험들을 치러야 했는데, 준비를 잘 못했어요. 시험에 통과를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었기에, 고민이 컸습니다.
또, 마지막 대회를 우승하지 못했어요. 결승전에서 졌어요. 그렇지만 두 시즌을 코로나19 때문에 못 치러서, (대학 무대에서) 더 뛸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도 저를 필요로 했고, 저도 마지막 대회의 아픔을 만회하고 싶었어요. 대학교에서 더 뛸 수 있다는 것 또한 저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KBL이 아시아쿼터제를 필리핀 선수까지 확대했습니다.
절호의 기회라고 느꼈습니다. 아마 필리핀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희소식으로 여겼을 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KBL에서 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제 기량을 계속 보여준다면, (한국에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죠. 저한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부모님한테 전화도 드렸습니다.

KBL 1호 필리핀 선수
필리핀은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나라다. 볼 핸들러의 드리블과 공격력이 인상적이다. 가드 자원의 경쟁력은 아시아에서 정상급이다.
그래서 많은 구단들이 필리핀 선수를 검색했다.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팀에 맞는 선수 혹은 팀에 필요한 선수를 찾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팀은 대구 한국가스공사였다. 한국가스공사의 선택은 벨란겔이었다. 한국가스공사의 빠른 선택으로 인해, 벨란겔은 KBL 최초의 필리핀 선수가 됐다. KBL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국가스공사가 처음 영입 제의를 했을 때, 저는 빠르게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학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거든요. 졸업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행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죠.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 “합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렇지만 저는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졸업 요건을 모두 갖췄어요. 혹시나 또 한 번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에이전트와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가스공사에서 다시 한 번 제안을 해줬습니다. 망설임 없이 계약을 체결했죠. 저를 영입해준 한국가스공사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KBL 1호 필리핀 선수입니다. 벨란겔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 영광스러운 칭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부담감도 있습니다. 보여줘야 하는 게 많아요. 또, 필리핀을 대표하는 선수로 책임감도 지녀야 합니다. 시련도 있을 수 있고요.
그렇지만 저희 코칭스태프들과 팀원들, 사무국 분들 모두 저에게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십니다. 저를 가족처럼 생각해주시고, 대구를 저의 집처럼 생각하게끔 도와주고 계세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좋은 결과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벨란겔 선수를 포함해, 6명의 필리핀 선수들이 KBL로 입성했습니다.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뛸 KBL은 프로 리그입니다. 프로이기 때문에, 경쟁을 먼저 생각해야 해요. 코트 밖에서는 친했던 친구들이지만, 코트 안에서는 적입니다. 경쟁을 해서 이겨내야 하는 상대일 뿐입니다.
한국에서 프로 선수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어떠신가요?
코칭스태프께서는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조언해주시고, 스태프께서는 몸 관리나 식단 조절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줍니다.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 저의 적응을 도와주고요. 저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행복한 마음으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너무 만족스럽고, 정말 프로답다는 느낌도 받고 있습니다.

1호, 1등을 꿈꾸다
벨란겔을 포함한 필리핀 선수 전원이 각자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필리핀 선수는 KBL의 새로운 변수이기에, 많은 농구 팬들이 필리핀 선수의 역량을 기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벨란겔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KBL 최초 필리핀 선수라는 타이틀도 있지만, 한국가스공사와 낼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벨란겔의 강점이 한국가스공사의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또한 벨란겔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벨란겔 역시 새로운 팀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서 펼쳐질 또 다른 농구 인생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목표 의식은 여느 선수들과 다르지 않았다. 벨란겔은 ‘정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훈련 방법과 필리핀에서의 훈련 방식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학교에서는 개인 기술 함양에 중점을 뒀습니다. 또, PBA(필리핀 프로)를 경험했던 선수들이라면, 한국에서의 훈련을 힘들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PBA에선는 설명을 들은 후 느린 페이스로 훈련하지만, 한국에서는 100%의 스피드로 5대5 훈련을 진행하거든요. 그런 게 차이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가스공사에서는 어떤 훈련을 하고 있나요?
개인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는 시기가 이미 지난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은 시즌 준비에 초점을 두고 있죠. 전술 및 전략 훈련을 통해 팀 케미스트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서로를 파악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유도훈 감독님께서는 어떤 점을 주문하시나요?
자신 있는 공격을 강조하십니다. 가드라면 2점 게임을 할 줄 알아야 하고, 미드-레인지 점퍼를 잘 해내야 한다고 주문하십니다.
본인이 생각한 역할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선수와 코트에 들어가는지를 빨리 파악하고, 팀의 장점이 어떤 건지도 빨리 캐치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제 포지션(포인트가드)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가스공사가 지닌 강점도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KBL에서 가장 빠른 공격을 자랑하는 팀입니다. 수비 또한 견고하다고 생각해요.
이대성 선수와의 호흡을 기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전에 몇 번 상대를 해봤습니다. 매치업을 통해 이대성을 존경하게 됐습니다. 이대성과 함께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장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이 뛰게 된다면, 2대2를 통한 찬스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게 시너지 효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또, 이대성은 터프한 수비를 하는 선수입니다. 저도 대표팀에서 수비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대성과 함께 코트로 나간다면, 상대 볼 핸들러를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월이면 한국에서 첫 시즌을 맞습니다.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팀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에서 해야 할 역할을 먼저 생각하고 있죠. 팀에서 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팀의 우승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국 팬들과 얼른 만났으면 좋겠어요. 코트에서는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팬 여러분, 사랑합니다(웃음)

사진 = 손동환 기자, FIBA-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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