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먹는 모빌리티]자율주행 시범 사업, 여의도가 끌리는 이유

허진 기자 2022. 10. 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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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마차와 기차, 자동차의 시대를 넘어 모빌리티가 이동의 미래로 떠오릅니다. 정부가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차 등을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한 시점도 수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만, 이 기술은 여전히 낯설고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짜먹기 간편한 스틱으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기사들을 쓰고 읽으며 들었던 호기심에 대해 한 통만큼 취재한 다음, 한 스틱에 잘 담아내보겠습니다.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자율주행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는 기사들을 심심찮게 봤을 겁니다.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한 만큼 아직은 안정성을 검증 받는 단계에 있다 보니 자율주행과 실증이란 두 키워드는 붙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기시감이 드는 듯 비슷한 기사가 반복되는 것 같은데요, 실은 다른 사업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기업이 여러 곳에서 서로 다른 실증 사업을 동시에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기 때문이죠.

자율주행 데이터 ‘다다익선’ VS ‘안전 위험’ 차량 허가 제한

왜일까요. 우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완성도 높이기 위해서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자율주행 차량들은 정부 기관이나 대학에서 제공하는 정밀 지도를 내비게이션 삼아 운행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모두 의존할 수 없습니다. 정밀 지도상 없는 도로 여건 변화나 날씨 상황, 통행 인구 등 변수를 다 담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 주행을 바탕으로 한 자율 주행 데이터를 축적할 수록 다양한 변수와 상황들에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수많은 차량이 데이터 수집을 위해 일사분란히 돌아다닐 것 같지만, 막상 개별 사업 별로 운행되는 차량 수를 보면 손에 꼽습니다. 당국이 안전 문제 때문에 많은 차량을 인가하는 데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탓도 큽니다. 특히 도심에서 운행하는 경우라면 자칫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게는 한 대에 4억씩···같은 차량 수라면 여러 사업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돈’도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많게는 100대 단위에 이르는 해외 사례의 경우와 달리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달리는 국내 기업들은 많은 차량을 한꺼번에 투입하기 쉽지 않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을 생각하면 차량 값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이 비중은 낮습니다. 카메라, 센서 등 각종 장치를 구매하고 이를 부착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돈이 듭니다. 업계에서는 한 대 당 많게는 4억 원가량 든다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운행하는 것도 다 비용이죠. 그렇다 보니 같은 대 수의 차량을 운영하더라도 여러 사업에 걸쳐 있어야만 사업마다 나오는 각종 지원을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여객? 화물? 노선형? 자율형?···사업마다 검증 기술·서비스 달라

시행을 맡은 기업이 같다고 다 같은 사업이 아닙니다. 사업마다 검증하려는 목표가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재 여러 곳에서 실증을 진행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례를 예를 들어볼까요. 카카오모빌리티가 경기 판교에서 진행 중인 건은 차체, 차체에 들어가는 센서 등 하드웨어를 모두 스스로 구축했습니다. 서비스 또한 맡아 이용자들은 카카오T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정해진 지역 안에서 출발·목적지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대구에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진행하는 경우,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개발에만 집중합니다. 여객 서비스만 하는 판교와 달리 물류 서비스까지 포함된 플랫폼입니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진행해 온 세종 사업은 여객 서비스를 기초로 하지만 구역 내에서 출발·도착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판교의 자율형과 달리 버스처럼 노선형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의 미래에 어떤 사업이 주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지 모르는 만큼, 기업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실증 사업을 벌이는 것이죠.

자연·사회 환경 제각각···‘의원님’ 시선도

지역마다 자연·사회 환경도 다른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특히 많은 기업들의 눈이 제주로 몰립니다. 제주-김포는 세계에서 노선이 가장 촘촘한 비행 노선 중 하나인데요, 자차를 가져올 수 없는 곳인 만큼 향후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형도 독특하고요. 반면 서울 등 도심도 중요한 지역입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만큼 다양한 변수가 많이 일어나기에 같은 시간 주행에도 다양한 변수를 학습할 수 있겠죠.

업계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서울 중에서도 여의도 주변이 좋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의원님’ 눈에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켜야 유리한 것은 물론, 산업 자체를 알리는 데도 좋기 때문입니다. 사실 농담으로 들을 수 있지만 제도적, 물적 뒷받침이 중요한 산업 초기인 만큼 사업자 입장에서는 뼈가 있는 말입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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