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거인들, 바밍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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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머무는 시간은 되게 짧아요. 그래서 현실감을 낮추고모든 건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삶을 즐길 수 있어요.”
Omega Sapien
신곡 ‘섹시느낌’의 첫 번째 벌스에서 오메가 사피엔은 동굴 같은 저음 보이스로 끈적하고 묵직하게 부른다. 그의 섹시 보이스에 빠져들기보단 젖어드는 기분이다. 이 짧은 벌스에 담아낸 기조는 무엇일까. “힘 빼기에 집중했어요. 저는 색깔이 과격하고 톤업된 보컬을 자주 선보였는데, 이 곡은 섹시한 느낌을 강조해야 해서 힘을 빼고 약간은 나른한 톤으로 불렀어요. 새로운 스타일이어서 힘이 더 들어가긴 했지만요. 정리하자면 힘을 빼는 것에 힘을 줬다는 말이 가장 정확하겠네요.” 그는 최근 동유럽 문화와 하드코어한 개버 장르에 특별한 영감을 받았단다. “폴란드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유럽 문화와 아름다움에 대해 공부했죠. 동시에 과격함의 끝인 개버 장르에 빠졌어요. 거친 브루탈리즘 건물 앞에서 개버 음악을 선보이면 얼마나 멋질까요. 일단 수호 형과 계획해보려고 합니다.”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당찬 오메가 사피엔은 청중에게 바라는 점도 당찼다. “비교하거나 사고하지 않고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무형의 것이고 정의 내릴 필요가 없거든요. 그냥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껴주세요.”

Unsinkable
그의 표현 수단은 오직 비트다. 그가 소리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직접 경험한 것들을 소리로 치환해 곡으로 만들어요. 주제를 정해놓기보다는 영화나 전시를 보고 느낀 것을 음악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죠. 소리의 경우 최대한 많이 수집하려고 해요.”
9월 1일 발표한 ‘섹시느낌’에서 언싱커블은 ‘머드 더 스튜던트’의 파트와 후반부를 편곡했다. 두드러지는 부분은 머드 더 스튜던트의 파트다. 비트가 끈적하고 무겁게 흘러가다 머드 더 스튜던트의 벌스에 들어서면서 밝게 환기된다. “머드 더 스튜던트의 밝고 희망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랩보다 보컬적인 면을 강조했어요. 그래서 노래 부르듯 리듬감 있는 비트로 바뀌어 밝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됐죠.” ‘가라앉지 않는다’는 뜻의 언싱커블이 생각하는 가라앉지 않는 음악은 어떤 기조를 담고 있을까? “낯선 소리를 낯설지 않게 만든 음악이요.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저마다 다른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의도한 바가 정확히 있지만, 뻔하게 해석되기보다는 각자 자신만의 생각으로 해석한다면 오래 기억되는 음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문득 프로듀서인 그에게 ‘상황별 플레이리스트를 지정해주는 콘텐츠’에 대해 물었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그러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사람은 과연 음악을 소중하게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죠. 지금은 그것도 음악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접근법이죠.” 언싱커블은 아직 자신만의 앨범이 없다. 머지않아 바밍타이거에서 보인 무드와는 다른 언싱커블만의 색깔을 보여줄 앨범을 선보일 것이다.

“예상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사운드가 출현하면 멋있어요.이 부분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 음악. ”
bj wnjn
bj 원진의 음악은 굴곡지다. 격정적인 서사가 담겨 있다. 그는 곡의 벌스마다 각기 다른 톤과 무드로 이끈다. 그 수단이 보컬 혹은 비트가 될 수도 있다. “드라마틱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산이 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대하드라마처럼. 그 굴곡에서 묘한 희열을 느껴요. ‘섹시느낌’도 주파수는 일정하지만 오메가 사피엔, 머드 더 스튜던트, RM, 세 벌스의 무드가 계속 바뀌거든요. 어두웠다가 밝아지고, 무거웠다가 가벼워지죠. 이런 변주는 언싱커블, 이수호, 그리고 산얀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하루 만에 3백만 조회수를 창출했고, 굳건하게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섹시느낌’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곡을 작업한 지는 오래 됐어요. 작년 3월이었을 거예요. 작업 시작할 때 이수호, 산얀과 모여 묵직한 트랙을 만들고자 결의를 다졌어요. 트랙을 위한 테마를 고민하다 ‘섹시’ ‘호러’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어요. 무서우면서 동시에 섹시한 감성을 만들면 묵직함이 발현될 것 같았죠. 곡에서 섹시가 느껴지려면 숨소리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코러스 부분을 녹음할 때 소리보다 공기를 더 집어넣어 불렀어요.”
bj 원진의 싱글 앨범 <설렘>과 <xy>에선 우울하지만 행복하고, 마음을 아리게 만드는 그만의 깊은 지하 세계가 느껴졌다. 진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그가 생각하는 멋진 음악은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을까. “예상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사운드가 출현하면 멋있어요. 이 부분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 음악. 불편하기만 한 음악은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불편하면서도 편한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그러려면 곡의 템포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죠.”
프로듀서이자 보컬인 bj 원진이 리스너에게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 “에너지를 주고받는 합. 관객과 곡 사이에 에너지가 오갔을 때 프로듀서가 희열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죠. 다만 저만의 앨범이 관객과 합을 이루면 그 희열은 더 커지겠죠. 현재 작업 중인 제 앨범은 발라드 트랙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내면을 여과 없이 담아냈죠. 앨범이 공개되면 마음속 응어리가 많이 풀릴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이질적으로 느끼되,불편한 소리가 주는 재미에 공감해줬으면 좋겠어요.”
Leesuho
개성이 강하고 뚜렷한 이수호 음악을 사랑하는 마니아는 분명 존재하지만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긴 힘들었을 터. 그의 고유한 결은 정규 2집 <Monika>(2021)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앨범 커버는 구강 안에 꽃 한 송이가 놓인 이미지다.
“<Monika>는 ‘생명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한 앨범이에요. 애완벌레 같은 앨범이죠. 전자음악 기반이라 인공적인 소리가 대부분인데, 앨범 디자인의 이미지는 자연적 요소에서 영감받았어요. 공개된 후 앨범 커버와 음악이 무섭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저는 그 피드백이 이해 되지 않았어요. 세상에 무서운 게 얼마나 많은데. ‘불편하다’와 ‘무섭다’는 엄연히 다른 의미거든요. 보고 듣기 불편한 걸 무섭다고 정의해버리면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져요. 무서우라고 만든 게 아니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죠.” 이수호에게 듣기 편한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빗소리나 바람소리 같은 앰비언트 음악이 듣기 편해요. 소리에서 욕심이 안 느껴지거든요. 팝 음악은 사운드는 듣기 편하지만 목적이 다분히 보여 마냥 편하진 않더라고요. 명상하거나 쉴 때는 빗소리를 자주 틀어놔요.”
‘섹시느낌’ 프로듀싱에 참여한 그는 명상하듯이 곡 작업을 했다. 자신만의 앨범을 선보인 후 세상이 살기 편해졌다고 느낀다는 이수호는 새로운 장르에 뛰어들고 싶어 했다. “요즘 자주 듣는 테크노 음악을 다뤄보고 싶어요. 하지만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Mudd the student
머드 더 스튜던트는 자신의 개성을 언어로 표현하기엔 너무 추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수하는 가치관은 색다름과 행복이란다. “이를테면 사랑 노래는 흔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랑 노래에서 ‘사랑’을 다른 소재로 바꾸든지, 아예 새로운 픽션을 써버려요. 그리고 제 안에는 저만의 유토피아가 존재해요. 그 유토피아는 혐오 없는 세계죠. 음악 시작할 때부터 간직한 가치관이고 절대 잊지 않으려 해요. 굳게 믿고 지켜가죠.”
그가 음악 하며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색다른 피드백을 받을 때다. 전달하려는 주제와 리스너의 해석이 100퍼센트 일치해도 좋지만,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에 더욱 끌린다고 말했다. “그 해석은 타인의 머릿속에서 재창조된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망상에 빠져도 좋아요. 스스로 그렇게 해석했다면 그게 맞는 거니까요.”


Editor : 정소진 | Photography : 김형상 | Stylist : 김예영 | Hair : 윤나나 | Make-up : 오성석 | Assistant :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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