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꽃술에 입맞춤..'공중섹스' 분주한 '하늘 나는' 고추잠자리[정충신의 꽃·나무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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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시인으로 들꽃을 노래하는 권경업 시인의 '고추잠자리'다.
잠자리 채 높이 들고 황금벌판과 코스모스 밭을 누비던 유년시절 아련한 추억에는 파란 하늘과 노을처럼 빨갛게 물든 고추잠자리가 윙윙거린다.
파란 하늘과 한낮의 뙤약볕 아래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꽃술에 입맞춤을 하는 고추잠자리를 보고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더불어 가을볕에 노을보다 붉게 물든 고추잠자리, 비단 날개가 파란 하늘의 흰구름을 향해 비행하며 가을 동화는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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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비단 날개로 살랑살랑 춤추는 코스모스 ‘살살이 꽃’
대칭 이루며 질서정연한 꽃잎…우주 뜻하는 ‘코스모스’
수컷 고추잠자리 빨갛게 변하면 ‘공중 섹스’ 짝짓기 준비
<고추잠자리는 무슨 생각을 하니?/신밭골 하늘 맑은 것은/고추잠자리들, 고 작은/그물같은 날개 파닥여//해 질 무렵까지/제 몫의 세상/거른 때문이네//날개 접어 쉬는 곳이/마른 고춧대 끝이나//흔들리는 쑥부쟁이/대궁 아니면/능금밭 탱자 울/가시 위 잠깐이야//자기에게는, 오직/땅 위 발 디딜 곳이면//족하다는 거야>
산악시인으로 들꽃을 노래하는 권경업 시인의 ‘고추잠자리’다. 잠자리 채 높이 들고 황금벌판과 코스모스 밭을 누비던 유년시절 아련한 추억에는 파란 하늘과 노을처럼 빨갛게 물든 고추잠자리가 윙윙거린다.
가수 박은옥은 1978년에 발표한 동요 ‘윙윙윙’에서 “윙윙윙윙 고추 잠자리/ 마당 위로 하나 가득 날으네/ 윙윙윙윙 예쁜 잠자리/ 꼬마아가씨 머리 위로 윙윙윙/ 파란 하늘에 높은 하늘에/ 흰구름만 가벼이 떠 있고...”라고 노래했다. 윙윙윙은 ‘날개’를 뜻하는 영어 표기‘Wing Wing Wing’으로 고추잠자리의 날갯짓을 상징하는 절묘한 시어다.
누군가 마당에 늘어놓는 붉은 색 고추가 가을의 상징이라면, 고추잠자리는 ‘하늘을 나는 고추’라 했다.고추잠자리는 고추처럼 붉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추잠자리는 수컷만이 빨갛다. 노란색을 띠던 고추잠자리의 색깔이 붉게 변하는 것은 짝짓기를 할 준비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덜 자란 것은 짙은 황색이지만 성숙한 수컷은 얼굴과 배까지 장독 고추장처럼 붉게 변한다.
그래서 고추잠자리의 빨간색은 혼인색(婚姻色), 유혹의 색이고 했다. 어느 시인은 고추잠자리의 교미에 ‘공중 섹스’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고생대부터 지구를 지켜온 ‘살아있는 화석’ 잠자리의 강인한 생존 비결은 이 빨간색에 있다.
파란 하늘과 한낮의 뙤약볕 아래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꽃술에 입맞춤을 하는 고추잠자리를 보고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는 고추잠자리가 함께해야 가을 풍경이 완성된다. 가을을 알리는 전령 코스모스는 연분홍빛 외에 요즘은 길가의 황화 코스모스 물결도 인기다. 또다른 가을의 전령인 보랏빛 맥문동, 황금빛 메리골드와 고추잠자리가 함께하는 장면도 코스모스 못지않은 멋드러진 가을 풍경이다.
코스모스는 여름부터 피는 꽃이지만 고추잠자리와 함께 가을의 전령이 됐다. 가을바람에 나풀대는 코스모스와 고추잠자리를 보면서 가을 정취를 느끼기 때문이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 꽃잎을 달고 살랑살랑 춤추는 코스모스를 보고 ‘살살이 꽃’이란 어여쁜 이름이 붙었다. 꽃잎이 워낙 연약해서 가지 끝에 앉은 잠자리나 벌로 곧 부러질 듯 무게감이 느끼질 정도다 .
코스모스는 1890년대 화훼식물로 일본으로 들어왔다가 한반도로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 이홍렬이 작곡한 코스모스를 노래한 가곡이 있어 구한말쯤 들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멕시코가 원산지로, 18세기 스페인(에스퍄냐 )신대륙 탐험대가 코스모스를 전 세계에 퍼뜨렸다는 설이 유력하다.코스모스(Cosmos)는 우주를 뜻하는 그리스어 코스모스(Kosmos)에서 유래했다. 대칭을 이루며 질서정연하게 자리잡은 꽃잎을 보고 우주를 떠올린 모양이다.
권경업 시인, 가수 박은옥 외에도 ‘고추잠자리’를 노래한 동요· 가을 동화 같은 시와 가사는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바라만 보아도/눈물이 날 것 같은/하늘이 열리고/산 아래 노을이 누우면/바람도 가는 길을 멈추고/숨을 죽인다/비단 날개로/마지막 남은 햇살을 보듬은/잠자리 몸통도 노을에 젖어/더욱 빨갛게 익어가고/아내 속눈썹처럼 가벼운/날개를 편다/그러면/금빛으로 물든 가을 하늘/불타는 고추잠자리 두 눈에/잠겨 있다>
김정호 시인은 ‘고추잠자리’에서 붉은 노을 빛에 빨갛게 불타는 고추잠자리가 비단 날개로 비행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지’로 시작되는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는 ‘하늘을 보면/ 흰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로 끝난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더불어 가을볕에 노을보다 붉게 물든 고추잠자리, 비단 날개가 파란 하늘의 흰구름을 향해 비행하며 가을 동화는 완성된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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