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의 '아아' 마시기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 휴랭 머랭 [북적북적]

심영구 기자 2022. 10. 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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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낮이 살짝 과장하면 다른 계절 같은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혜원 교수의 <휴랭 머랭> 입니다.

또 다른 뜻은 "휴랭이 머랭?"이라는 질문이고, 머랭 쿠키처럼 달걀흰자를 마구 뒤섞으면 달콤한 쿠키가 되듯 언어도 그렇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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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356 : '인싸'의 '아아' 마시기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 휴랭 머랭
 
"백과사전 몇백몇천 권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쓸어 넣어주고 아주 작심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그냥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우리 인간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이제 좀 짐작이 갈 것이다. 천문학적인 숫자다. 더구나 친환경적이고 가볍고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말을 할 줄 아는 우리 인간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진정 경이로운 존재들이다. 인간의 일원으로서 '동전 좀 있으세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해하는 신비한 언어 능력의 소유자인 내가 진심으로 좀 멋진 것 같다. 휴랭 대단행!"
-<인간은 일부러 틀리고 기계는 틀리면 죽는다>에서

아침과 낮이 살짝 과장하면 다른 계절 같은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심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연중 가장 야외 활동하기 좋은 9월이 아쉽게 지나가고 어느덧 10월이네요.

10월엔 여러 날이 있지만 국경일이 무려 이틀이나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한글날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언어와 관련해 지정된 휴일이라 다른 나라 언어학자들도 이날을 기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뜻깊은 한글날을 일주일 앞두고 북적북적에서 우리 시대 언어에 대해 언어학자가 쓴 책을 골라왔습니다. 최혜원 교수의 <휴랭 머랭>입니다.

책 제목부터 알쏭달쏭한데,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휴랭=휴먼 랭귀지, 머랭=머신 랭귀지의 줄임말입니다. 인간 언어와 기계 언어인데 이 책에서 비교 설명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또 다른 뜻은 "휴랭이 머랭?"이라는 질문이고, 머랭 쿠키처럼 달걀흰자를 마구 뒤섞으면 달콤한 쿠키가 되듯 언어도 그렇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언어가 변하고 있다... 각각의 주체를 독특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다름을 추구하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략 15만 년 전 우리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언어를 사용한 이래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시기도 없었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언어도 없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규칙을 무시하고 기존의 언어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일반의 오해와는 달리, 실상은 나름의 동기에 의해 원리와 원칙 안에서 질서 정연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질서를 지배하는 작동 원리도 알고 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머리말>에서
"한국어의 존대법이 바뀌고 있다. '왕'인 손님을 극진하게 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에서 과잉으로 존대하는 관례가 일반에까지 퍼진 것인지, 존대법으로 인해 재확인되고 공고화되는 상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도전 혹은 의식적인 노력인지, 아니면 그냥 너무 복잡한 존대법을 제대로 구사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존대법이 상향 평준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겁내지 말자. 언어는 항상 변한다. 그러니 규범의 대상이 아니라 기술의 대상으로 받아들이자. 우리말만 변하는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가 다 변한다. 과거에도 변했고 현재에도 변하고 있고, 미래에도 변할 것이다." -<손님,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에서

인간 언어의 오묘함과 장점, 물론 단점도 함께 그 특성을 구분해 설명하고 존댓말이 존재하는 한국어의 특성과 그게 무시되거나 바뀌는 현상을 전하면서도 꼰대스럽지 않게, 언어학자답게 풀어갑니다.

아무거나 다 줄이는 듯한 줄임말 열풍에 대해서나, 으레 외계어라고 불리는 일견 괴상해 뵈는 요즘 말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개탄할 거다.. 쯧쯧" 하는 식의 꼰대스런 반응을 넘어 "언어 파괴의 진정한 위협은 새로 생겨나는 단어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 단어도 생겨나지 않고 정체되는 상태"라는 진단에 크게 고개 끄덕이게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신조어들과 무작정 줄여버리는 듯한 말들을 보면서 거부감이 다소 들었는데, 이것도 요즘 시대의 언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변화와 유행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이토록 풍성한 한국어가 펼쳐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니 때로는 행운인가 싶기도 하네요.
"물론, insider가 우리말에서 인싸로 잘린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어떤 언어 현상도 이유 없이 일어나는 법은 없다. 영어의 insider는 3음절짜리 단어지만,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 인싸이더라는 4음절짜리 단어가 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말에는 아이[ay]라는 이중모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의 이중모음 [ay]가 한국어에서는 아와 이, 각각의 단모음 2개로 인식된다. 한국어 화자의 입장에선, 인싸의 싸는 하나의 음절을 두 동강이 낸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음절 싸와 세 번째 음절 이 사이를 끊었을 뿐이다. 그러니 무죄다."
-<인싸는 한겨울에도 아아를 마신다>에서
"언어는 신조어 좀 쓴다고 변질되거나 파괴되는 그런 유약한 존재가 아니다. 언어 파괴의 진정한 위협은 새로 생겨나는 단어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 단어도 생겨나지 않고 정체되는 상태다. 이것은 위험 신호다. 지구상에 현재 2주일에 하나씩 언어가 멸종되고 있다고 하는데, 생성력을 잃은 언어는 멸종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러의 말로가 궁금하다>에서

*출판사 의미와재미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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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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