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도 가세한 '신도시 특별법' 발의 경쟁, 실패한 문 정부 도시재생 답습?
자치단체 주최 첫 신도시 재건축 토론회 성남서 열려
여야 발의 5개 법안 내용 비슷비슷, 논의 진전 없어
신도시만 꼭 집어 재건축 지원, 특별법 국회 통과 쉽지 않아
특별법보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기존 법 개정이 현실적
국토부 권한 자치단체로 대폭이양, 주민 참여 계획 필요 차학봉기자의>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공약하면서 여야가 올들어서만 5개의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송석준 의원(국민의 힘)이 지난 2월 ‘노후 신도시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후 3월 김병욱 의원(더불어 민주당), 4월 박찬대 의원(더불어 민주당), 9월 김도읍 의원(국민의 힘)과 안철수 의원(국민의 힘)이 각각 신도시 재건축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2019년 20대 국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김현아 의원이 발의했던 ‘노후 신도시 재생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5개 법안의 이름도 공통적으로 ‘재생’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데, 이는 이미 실패로 판정이 난 문재인 정부의 ‘도시 재생’ 정책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패한 문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 연상시키는 특별법안
국회는 5개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 통과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전이 없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들이 흉내내기, 생색내기식으로 ‘신도시 특별법’ 발의 경쟁만 벌일 것이 아니라 사실상 재건축을 가로 막은 비합리적인 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기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9일 성남시가 주최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신속 추진 정책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김기홍 홍익대 환경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5개의 신도시 법안은 포괄적 형태의 내용만 정리됐을뿐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없고 현재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수석 연구원은 “신도시 법안들이 기존 법안을 흉내내는 식이다보니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 4차 산업 혁명에 대응하는 스마트 도시 등 미래 지향적 내용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기내 착공 불가능, 공약파기 논란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당초 대선의 신도시 재건축 공약은 임기내에 특별법을 도입,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여건조성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애매모호하게 공약,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8.16부동산대책’에서 발표한 270만호 주택공급계획에 신도시 재건축 물량이 포함되지 않자 신도시 주민들이 공약파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원희룡 장관은 공약파기 논란과 관련, 최근 2027년까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 가운데 재건축 선도지구(시범지구)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윤석열 정부 임기내 ‘첫삽’은 뜰 수 없겠지만 ‘연필’(선도지구 지정)은 들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의 주민반발은 선거 승리를 위해 실제 추진할 여력이나 의도가 없는 계획을 마련하였을 때의 대가라며 향후 선거공약 마련 과정에서 분명한 교훈으로 남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만 규제완화하는 특별법, 과연 국회 통과될까?
김 교수는 “1기 신도시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은 전국 모든 노후 시가지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 재건축 재개발관련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서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노후지역에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홍 수석연구원은 “특별법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도시재정비 특별법’의 내용에 노후 신도시 내용을 추가해서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1기 신도시와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노후 지역이 많은 만큼 1기 신도시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안은 국회통과가 불투명하다”면서 “기존 법을 개정해서 1기 신도시에 적용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도시재건축연합회 이종석 회장은 특별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회장은 “1기 신도시는 단지별 재건축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재건축한다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다른 지역은 현행법으로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1기 신도시는 특별법이 없으면 재건축 진행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계획 새로 짜는 등 지자체의 노력 선행되야
김기홍 수석연구원은 “성남시의 2030년 도시주거환경 정비계획에는 원도심 지역만 재건축사업 정비구역으로 예정돼 있으며 분당은 리모델링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성남시부터 도시주거환경 정비계획에 분당 재건축 계획안을 담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은 재건축·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 등 정비사업의 계획과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김준형 교수는 “중앙정부의 특별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기반시설, 주변 주택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히 고려하거나 미래도시를 선도적으로 구현하는 대규모 재정비의 컨텐츠를 1기 신도시에 담으려는 노력이 지자체 주도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10월초에 성남시 재개발 재건축 추진단을 출범시키는 등 신도시 재건축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중앙정부에 도시정비사업관련 법적 제도적 규제완화와 관련 권한을 자치단체에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윤주선 홍익대 교수는 “신도시 재건축를 앞당기려면 신도시 주민들이 재건축 조합을 추진하고 어떤 도시로 재건축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모아가는 등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주도하는 재건축을 하기위해서는 국토부의 권한을 지자체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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