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개X 먹이고 5시간 가혹행위에도 "불구속"..기각 또 기각

유서영 2022. 10. 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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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통보'에 시작된 구타‥반려견 배설물까지 먹여

31살 전주환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사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신당역 사건을 보면서 자신도 전 연인에게 심하게 구타당해 현재 소송 중인데 보복이 두렵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인천에서 제보자 예지 씨(가명)를 만나봤습니다.

예지 씨는 지난 4월 초 새벽 2시반쯤, 남자친구였던 27살 최 모 씨와의 잦은 싸움 끝에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이별 통보에 돌변했습니다.

폭행이 시작됐고, 예지 씨는 '내일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타일렀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반려견들이 놀랄까 걱정되었던 예지 씨가 안방으로 자리라도 옮기자고 설득했지만, 최씨는 집에 있던 택배 포장용 테이프를 가져와 그의 몸을 묶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이 결박된 상태로 구타가 계속됐습니다.

갈비뼈 5대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고 얼굴과 손, 골반 곳곳에는 심한 멍이 들었습니다.

예지 씨는 최 씨와 반 년 정도 만났습니다.

그 기간 동안 최 씨는 예지 씨가 누구와 연락하고 만나는지 '휴대전화 검사'를 수시로 하거나, 잘 때 휴대폰을 몰래 보는 등 집착을 보였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물리적 폭력은 휘두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착 성향이 있지만 '다소 지나친 정도'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최 씨는 예지 씨의 남성 지인과 관련해 모욕적인 말을 하며 머리에 속옷을 씌우는가 하면 머리카락을 가위로 수 차례 잘랐습니다.

심지어 예지 씨가 키우던 반려견의 배설물을 예지 씨에게 억지로 먹이기까지 했습니다.

단순히 움직이지 못하도록 결박하는 것을 넘어서 예지 씨의 얼굴에도 테이프를 칭칭 감고, 심한 구타에 기절한 그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 등 가혹행위가 계속됐습니다.

잔혹한 폭행이 끝난 건 동이 튼 뒤인 아침 7시 반.

예지 씨는 가해자가 듣고 싶어한 말을 해준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나 진짜 죽겠다 싶어서 내가 다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맞아서 멍이 들었는데 걔는 때려서 여기(손)에 다 멍이 든 거예요."


가해자에겐 '인신이 구속되지 않을 자유'‥피해자는 공포에

사건이 일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최 씨는 단 한 번도 구금된 적이 없습니다.

<4월 2일> 최 씨가 새벽 내내 지속된 폭행을 멈추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 예지 씨는 바로 112 신고전화를 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가해자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하지 않고 돌아갔습니다.

<4월 15일> 경찰은 2주 동안 최 씨를 두 번 소환조사한 뒤 최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합니다.

<4월 21일> 하지만 인천지방법원은 최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수집된 증거 자료의 내용, 수사의 진행상황 및 출석관계, 일정한 주거와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확실한 점, 과거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 현 상황에서 제출된 증거만므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인천지법 -

사건 이후 전치 4주 판정과 함께 극심한 우울증세와 불안감, 외상후 트라우마에 시달린 예지 씨.

예지 씨가 SNS '나와의 채팅'에 적은 일기입니다.

'매일 주사를 놔주시는 간호사님이 더워진 탓에 얇아진 옷 사이로 멍든 내 팔을 처음 보셨다. 정말 죽기 직전까지 맞았구나, 어떡해 도망은 못 칠 상황이었어요? 하고 물으시길래 테이프로 결박되어 있어서 못 갔다고 하니 너무 놀라셨다.' - 4월 9일 일기 中 - '최OO이 진술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듣고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잘린 머리카락에 눈물을 흘리고 매일 테이프를 보며 그날을 곱씹는다.' - 4월 14일 일기 中 - '동생은 맞은 게 아니냐고 묻는다. 내가 할 게 없다 그저 아니라고 한다. 내 삶도 아니고 싶다. 죽고 싶다.' - 4월 24일 일기 中 -

예지 씨는 외출도 최소화하고, 집 앞에는 가정용 CCTV를 설치했습니다.

의지할 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가족에겐 차마 알리지 못하고, 친한 지인에게 털어놨더니 '그러게 전화나 문자로 하지 왜 만나서 이별 통보를 했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선 고통과 불안감, 사회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커졌습니다.


기각 또 기각‥법원은 왜?

예지 씨가 경찰이 연계해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에서 상담을 받으며 힘겹게 일상을 회복해가던 사이, 가해자 최 씨는 한동안 잠잠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한 달이 지나 경찰에 신청한 신변보호(범죄피해자 안전조치)가 종료되자 공교롭게도 그의 연락이 시작됐습니다.

전화 수신을 차단했더니 게임 메신저 또는 SNS로 수십 차례 메시지가 왔습니다.

2~3분 간격으로 SNS 부재중 전화를 수차례 걸거나, '밑에 있겠다' '반려견을 보여달라' 등 찾아왔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걸어서 5분이 채 안 걸리는, 길 하나 건너엔 가해자 최씨가 사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최 씨의 가족까지 동네에서 수 차례 마주치게 되자 예지 씨의 공포는 더욱 커졌습니다.

쉼터 입소도 고려했지만, 가족에게도 피해사실을 숨긴 마당에 키우던 반려동물을 돌봐줄 곳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가해자에게 내릴 수 있는 '접근금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이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에 해당되는데, 예지 씨 사건은 '중감금치상'이어서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조치를 내려달라고 신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직접 법원에 민사상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해야만 합니다.

MBC 취재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를 추가로 확인한 경찰은 예지씨의 고소장 접수를 도왔고, 잠정조치 2·3·4호를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스토킹범죄 재발 우려를 막기 위한 잠정조치> 1호 스토킹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경고 2호 피해자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3호 피해자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4호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하지만 앞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은 가해자의 신병을 확보해둘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인 잠정조치 4호까지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치의 잠정조치 (잠정조치 4호)는 아직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스토킹행위자에 대하여 그 신체의 자유를 전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이 상당한 정도로 소명되어야 한다. 이 사건 기록을 모두 검토하여 보아도 위와 같은 사정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기각한다." - 인천지법 -

스토킹 행위 이전에 이미 장시간 감금 폭행과 가혹행위로 피해자에게 중상을 입힌 전력이 있음에도, 법원은 가해자를 구금해둘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신체의 자유'를 무겁게 판단하는 법원의 형사재판 원칙은 존중돼야 하지만,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던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체감하는 불안과 공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막 가해자 최 씨의 첫 공판이 이뤄진 가운데, 재판부의 판단을 계속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연관기사]① [단독] 결별 통보하자 잔혹한 폭행‥반려견 배설물까지 먹여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9633_35744.html

② [단독] 체포 없고 구속영장은 기각‥"피해자 죽어야 구속되나"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9634_35744.html

③ [단독] 분변 먹이려다 손가락 물리자 "쌍방 폭행"‥스토킹도 고소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10001_35744.html

(취재: 유서영 rsy@mbc.co.kr · 고재민 jmin@mbc.co.kr / 영상취재: 위동원)

(유서영rs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413229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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