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면 판매책 접선” 불법 마약 유통 경로 된 ‘구글·트위터·텔레그램’

박성우 기자 2022. 10.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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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트위터·텔레그램, 마약 광고글 ‘방치’
정부, 모니터링 ‘한계’…글로벌 본사 차단 ‘필요’
유튜브엔 ‘대마 제조법’…10대 마약왕 검거

지난 1일 구글 검색에서 ‘아이스 텔레그램’, ‘떨 텔레그램’을 검색해봤다. 엔터를 누르자 마약을 판매하겠다는 수십개의 트위터 멘션(글)이 검색됐다. 과거 오프라인상에서 판매되는 마약이 소셜미디어(SNS)와 메신저 등을 통해 점차 온라인화되는 것이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에는 ‘안전좌표 보유, 텔레그램 XXXXX’라고 적혀있었다.

XXXXX는 텔레그램 사용자 아이디를 말한다. 텔레그램에서 XXXXX를 검색하면 마약 공급책이 운영하는 채널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채널에는 필로폰, 대마, 물뽕 등 온갖 불법 마약의 사진과 가격이 소개돼 있었다. 사기가 많은지, 일부 채널은 구입한 사람들의 ‘구매 후기’를 캡처해 올려 신뢰도를 놓였다. 구매의사를 밝히면, 판매책은 지하철 물품보관함, 건물 환풍구, 에어컨 실외기 등 오프라인에서 마약을 전달할 수 있는 이른바 안전좌표를 알려줬다. 일명 ‘던지기’라는 비대면 거래 수법이다.

◇ 5초 만에 마약 공급책 ‘접선’…가상화폐로 결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인 돈스파이크가 구속됐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돈스파이크를 검거하면서 1000여명이 흡입할 수 있는 분량인 30g의 필로폰을 발견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을 입수한 경로에 대해 ‘텔레그램’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NS와 텔레그램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공급 루트로 지목되고 있다. ‘구글 검색→트위터→텔레그램→물품보관함’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경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검색에서 판매책 접선까지 ‘5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불법 유통·판매 점검 결과’에 따르면, 마약을 불법으로 유통·판매하는 사람의 72.8%가 텔레그램으로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 구매자 10명 중 7명이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마약 구매대금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이뤄진다. 비용 지불에서 판매까지 모두 사이버상에서 진행되다 보니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강력한 보안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와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마약사범들이 악용하고 있다.

마약 수사 업무를 담당했던 정부 관계자는 “온라인 마약 거래는 추적이 어려워 잡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환경과 높은 온라인 활용성이 오히려 마약 확산을 부추기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구글의 경우, 마약 은어에 대한 검색 제외 조치가 없다. 특히 성인인증을 받지 않아도 마약 은어를 검색하면 수십개의 판매책이 나왔다. 사실상 청소년들이 쉽게 마약을 검색할 수 있는 구조다. 트위터나 텔레그램 역시 특정 단어에 대한 필터링은 전혀 없었다.

지난 5년간(2017~2021년) 붙잡힌 마약사범은 총 4만9850명이다. 이 중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 1000명대를 넘어 2.5%를 기록했다. 10대 마약 사범은 2017년 69명, 2018년 104명, 2019년 164명, 2020년 241명, 2021년 309명으로 4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났다.

◇ 검색 필터링 안 되고 정부 모니터링 ‘한계’

최근에는 마약 거래뿐만 아니라 재배, 판매까지 SNS와 텔레그램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에서는 대마초 재배 방법 영상이 마치 온라인 강의처럼 올라온다. 영상에서는 실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기 위해 적절한 온도, 재배환경 등을 알려주고 경찰 수사를 피하는 요령까지 알려준다.

심지어 감기약에서 마약 성분을 추출에 필로폰을 만드는 강의법도 구글이나 유튜브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인터넷에서 제조법을 배워 감기약으로 마약 합성을 한 30대가 검거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텔레그램의 익명성을 이용해 20~30대를 유통책으로 영입하는 등 고등학생 10대 ‘텔레그램 마약왕’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식약처

정부가 사이버 마약 공급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기술 면에서 한계가 있다. 현재 마약 불법 광고는 경찰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담당을 하지만, 각 기관의 기본 업무가 있어 모니터링에는 한계가 있다. 광고글을 찾았다고 해도 검증과 확인절차가 필요하다. 또 접속 차단을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텔레그램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의 경우 접속 차단마저 쉽지 않다.

IT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서버가 외국에 있고 한글을 사용하는 국내를 위해서만 특정 단어 등을 필터링하는 정책을 펼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마약 문제는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정부가 글로벌 기업에 직접 해당 문제를 요청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방심위가 도메인 차단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마약, 몰카 등은 게릴라전처럼 치고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범죄에 대한 도메인 차단 등의 일정 권한을 경찰, 식약처, 여성가족부 등과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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