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소신 혹은 아집, 알고도 못막아야할텐데..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2. 10.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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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몇차례 실패의 원인은 지나친 '완고함(Stubborn)'이었다. 이 선수는 썼어야 했던 선수인데 쓰지 않고, 폼이 안좋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계속 기용했다. 그 완고함이 한국에서 문제가 될지 아닐지 지켜봐야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당시인 4년전 벤투 감독의 특징에 대해 '완고함'을 언급했다. 자신의 표현이 아닌 외신에서 쓰던 표현임을 강조하며 이 완고함이 한국에 어떻게 접목될지가 관건으로 언급했고 4년이 지난 현재, 한국 축구는 벤투의 완고함에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벤투의 '소신'을 지켜줘야한다는 의견과 지나친 '아집'이라는 의견간의 싸움. 선수 기용이나 전술적인 면에서도 완고함의 문제가 드러난 9월 A매치였고 이제 월드컵 소집전 마지막 점검은 종료됐다.

ⓒKFA

▶논란의 이강인 기용, 완고함의 대표사례

9월 A매치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역시 이강인 기용 문제다. 세계 최고 무대인 스페인 라리가에서 도움 1위에 이달의 선수상 후보까지 들 정도로 맹활약한 이강인을 1년 반만에 소집했지만 끝내 1분의 출전시간도 주지 않은 것.

오죽하면 카메룬과의 경기 중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중들이 '이강인'의 이름을 외치며 벤투 감독을 압박했을까.

이강인의 세계 최고무대에서의 엄청난 활약, 그리고 언론과 수많은 관중들이 원하는 출전에도 끝내 이강인을 쓰지 않는 결정은 일반적인 감독이 아닌 벤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강인 대신 출전했다고 봐야하는 권창훈은 올시즌 K리그에서도 29경기 무득점, 나상호는 5월부터 K리그 18경기 3골, 8월부터 8경기 0골로 극도로 부진하다.

K리그와 라리가의 수준차, 그리고 최근 활약도 등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감독이라면 최소한 이강인을 권창훈-나상호와 비슷한 출전시간 정도는 줬을테지만 벤투는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가 최근 활약도보다 우선인 성향이다.

소속팀에서는 좋은 활약을 했지만 감독과의 성향 차이로 월드컵에 가지 못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결국 선수 선발과 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인데 이에 따른 책임 역시 본인이 져야한다. 물론 벤투는 외국인이며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사임할 것이 매우 유력하기에 '책임'의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KFA

▶알고도 못막아야할 전술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부터 4년간 꾸준히 소위 '빌드업 축구'를 해오고 있다. 많은 패스와 점유를 통한 지배를 목표로 하는 이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는 한국 선수단으로 결국 아시아권팀에게는 통할 수 있으나 월드컵 강팀에게 통하기 쉽지 않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안정환도 유튜브를 통해 빌드업 축구가 월드컵에서 될지 걱정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벤투는 밀고가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 다가올수록 결과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 당장 6월 브라질전에서 90분내내 빌드업 축구를 고집하다 오히려 빌드업 축구 파훼법인 '강한 전방압박과 활동량'의 힌트를 주며 1-5 참패를 당했다. 9월 A매치에서도 '다른 축구를 하겠다'고 했지만 내용면에서 달라지지 않고 만족스럽지도 못했다.

꾸준히 같은 축구를 해오는 것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한국과 월드컵에서 맞붙을 상대는 9월 A매치를 보든, 3년전 경기를 분석하든 한국이 어떤 축구를 하는지 명확히 안다.

전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베스트11도 90%이상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쓰는 선수만 쓰는' 전술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분석이 쉽고 공략점을 찾아내기 쉽다는 약점도 있다. 반면 꾸준히 조직적으로 갖추고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축구를 한다는 장점도 있다.

당장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과 같은 조였던 스웨덴은 꾸준히 4-4-2 포메이션에 최전방 피지컬 좋은 선수를 활용한 축구를 했다. 한국도 이 축구를 알고도 졌고 타국가들도 마찬가지. 결국 스웨덴은 월드컵 8강까지 진출했다.

반면 '스시타카'를 늘 추구해온 일본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AC밀란에 있던 혼다 케이스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던 카가와 신지, 인터 밀란의 부주장이었던 나가토모 유토를 보유하고도 1무2패 최악의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결국 하려는 축구의 완성도와 이를 시행하는 선수단의 전체적인 수준이 뒷받침되야만 가능한 월드컵 성적이다. 상대는 뻔히 한국이 무슨 축구를 하려는지 알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알고도 못막아야할 수준이 돼야할 한국이다.

ⓒKFA

▶월드컵 대표팀, 향후 일정은?

일단 10월에는 A매치가 없다. K리그는 남은 리그 경기를 마무리하며 시즌을 끝내야 하고 해외파들은 월드컵전까지 유럽대항전, 리그, 컵대회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기간동안 월드컵에 맞춰 최상의 몸상태로 끌어올리며 부상은 방지하는게 가장 큰 과제.

벤투 감독은 10월말 쯤 30명 내외의 월드컵 대표팀 예비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먼저 시즌을 끝낸 국내파 선수들부터 소집해 훈련을 하다 국내에서 '출정식'인 평가전을 가진다. 평가전 직후 최종 26인 명단으로 추려 카타르로 떠나고 해외파들 역시 11월 13일에 종료되는 리그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카타르로 모일 예정.

해외파까지 모두 모이는건 11월 14일쯤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약 열흘간만 '완전체'로 모여 훈련한 후 11월 24일 시작하는 우루과이와 월드컵 첫 경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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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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