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中·美·튀르키예.. 그들의 헛발질, 세계경제를 구렁텅이로
세계가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가운데 각국의 경제정책 헛발질이 위기를 심화 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영국의 감세 정책과 이에 따른 재정 적자 우려에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튀르키예(옛 터키)는 작년부터 대통령의 금리인하 고집에 환율이 급등(통화 가치 절하)했고 국가 신용등급마저 강등 당했다. 미국은 중앙은행의 뒤늦은 금리인상으로 미국과 세계를 경기침체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을 위해 무모한 ‘제로(0)’ 코로나 정책과 빅테크 규제로 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 임금 인상, 과도한 보유세·소득세 부과, 세금 주도 일자리 양산 등 반(反)시장적 정책들이 경제 체제를 왜곡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감세, 재정위기 우려 키워
영국 리즈 트러스 내각은 23일(이하 현지시각) 연 450억파운드(약 69조원) 규모 감세정책을 내놨다. 50년만에 최대폭의 감세 정책을 통해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줘 공급을 늘리고 물가를 잡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정책 발표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영국은 오랫동안 주요국 중 최악의 거시 경제정책을 추구한 것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찍어내면 국채값이 하락할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은 영국 국채(길트)를 투매했다. 국채 가격이 폭락(금리 폭등)하는 ‘길트 탠트럼(발작)’이 일어났다. 감세 조치로 늘어난 수요에 물가가 오르고, 기준금리 인상,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물가·성장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정부 빚만 불어나 국가 신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졌다.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영국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구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에 있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유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은 부랴부랴 650억파운드(약 100조원) 규모 긴급 국채매입 프로그램으로 파운드화 가치 지지에 나섰다. 파운드화 값 급락세는 멈추긴 했지만 글로벌 통화긴축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 엘 에리언은 “우리가 양적완화라는 ‘라라랜드’에 더 오래 머물수록, 바닥으로 떨어진 금리, 혼란스러운 시장, 우스꽝스러운 개입, 왜곡된 자산 배분 등에서 탈출하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국민 도탄에 빠트린 튀르키예 금리인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치솟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선거 공약이었던 금리 인하 이행에 집착했다. 이에 반대하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책임자들을 경질하면서 밀어붙였다. 대통령 압력에 튀르키예중앙은행은 작년 4차례, 올해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작년 3월 연 19%에서 지난 23일 12%까지 내려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기준금리가 인하되자 “기쁘다. 튀르키예를 예속시키려는 국제 음모에 맞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통화 가치 폭락이었다.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 대비 약 42% 하락했다. 달러 기근 현상으로 외화 차입 비용이 작년보다 두 배 늘었다. 홍콩의 경제 정보회사 CEIC에 따르면 지난 3월 튀르키예 대외 채무는 4512억달러(약 607조3200억원)로, 전 분기(4425억 달러·595조6000억원)보다 100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튀르키예의 빚은 작년 국내총생산(GDP)인 8152억7000만달러(약 1097조3500억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피치는 지난 7월 튀르키예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내렸고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내놨다. 피치의 경우 ‘BB+ 이하’는 투기 등급이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8월 ‘B2′에서 ‘B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 역시 투기 등급이다.
◇뒷북 금리인상으로 비판 받는 미 연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경기 선행지표가 아닌 후행지표를 보고 통화정책을 수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발 늦은 뒷북 금리 인상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0년 물가가 목표치(2%)를 초과해도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방식을 채택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작년 5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계속 돈을 풀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돌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돌아섰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준이 작년 초기부터 인플레이션을 통제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연준이 경제를 쓰레기장 안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지난 2년간 (연준의) 과도한 통화 완화에 있다”며 “연준은 잘못한 통화정책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시장과 대중의 신뢰를 잃지 않았다”고 오히려 반박했다.
◇코로나 봉쇄, 빅테크 규제로 헤매는 중국
세계은행은 26일 중국이 올해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중국의 성장률이 아시아 개발도상국 평균(5.3%)에 뒤지게 된다. 중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 전년보다 0.4% 성장하는 데 그쳤고, 전분기 대비로 2.6% 뒷걸음질쳤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위해 경제를 기꺼이 포기하는 모습이다. 14억명 넘는 인구의 제로 코로나라는 무모한 계획을 달성하려고 주요 도시를 봉쇄하며 산업이 마비됐다. 미국과 가까운 빅테크(대형 IT기업) 길들이기에 나서며 경제에 타격을 줬다. 중국 ‘탑5′ 빅테크(알리바바·텐센트·징둥·메이퇀·핀둬둬) 주가는 작년 2월 이후 1조5000억달러(약 1911조원)가 증발했다.
2020년에는 시 주석이 “206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줄인다”고 공언한 후 석탄 발전을 제한했다. 여기에 외교 갈등을 빚는 호주에 ‘경제 보복’을 한다며 석탄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가 석탄 값 급등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전력난에 빠졌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로 밤을 밝히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정책 실패
한국도 경제정책 헛발질이 지난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졌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 경영난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직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규제 강화와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스무번 넘게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서울 집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무겁게 매김) 등 조치에 따라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1000만원으로 5년전인 2017년 6월(6억5000만원)의 딱 두배로 뛰었다. 과도한 은행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최근 경기침체로 빚더미에 짓눌리는 ‘하우스 푸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세금 퍼주기 정책으로 일관한 결과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1%포인트 증가하며 최근 다섯 차례 정부 중 가장 크게 올랐다. 2017년말 660조2000억원이었던 나랏빚은 5년간 408조6000억원 증가해 올해말 1068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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