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룡 플랫폼 갑질 제동 필요" vs 정부 "자율규제로 혁신 이어가야" [심층기획]
文정부 "플랫폼 갑을 관계 해소"
중개업자, 입점사에 독과점 지위 남용
수수료 과다·판매가격 간섭·손해 전가
공정위 "중개계약서 의무화" 법안 제출
업계 "알고리즘 노출" 반발.. 입법 무산
尹정부 폐기수순.. 野 "입법 강행"
정부 "모범약관 지원" 민간기구 출범
불공정엔 현행법으로 엄벌 가능 입장
野, 민생과제로 채택 입법 재시도 예고
카카오 대표 등 국감 증인 신청
해외 온라인플랫폼 규제 사례는
"불공정 관행 해소" 계약내용 구체 설계
日도 "투명·공정성 향상" 유사법안 내놔
온플법은 오픈마켓 등 플랫폼 중개업체와 플랫폼 이용사업자(입점업체) 사이의 ‘갑을 관계’ 해소에 있어 상징적인 법이다. 정부는 플랫폼 업계 특성상 특별법을 통한 규제는 과도하고, 자칫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수 있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존의 법으로는 플랫폼 중개업자를 규제할 수 없고, 수수료 과다 책정 등 불공정거래 관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시급하게 온플법이 통과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논란의 온플법 무엇인가… 중개거래계약서 마련
30일 국회에 따르면 온플법은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갑을 관계에 관한 규범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됐다. 온플법은 플랫폼 중개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들을 규제할 수단이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
공정위는 이에 계약 기간, 서비스 내용 및 해지에 관한 사안은 물론 상품의 플랫폼 노출 기준을 포함한 중개거래계약서를 입점업체에 지체 없이 교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온플법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구입 강제, 부당한 손해 전가 등 각종 불공정행위도 사후 규제 영역으로 포함됐다. 아울러 중개업체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후순위로 밀린 온플법… 정권 바뀌자 자율규제로 선회
중소 입점업체들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공정위 의지는 강했지만 입법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거세게 반대한 데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밀어붙여 ‘밥그릇 싸움’ 논란마저 일면서 표류했고, 끝내 문재인정부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자율규제로 선회한 건 온플법이 시장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2일 배달앱 3사 대표와 함께 치킨집 가맹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율규제가 플랫폼의 혁신 성장을 유지하면서 거래 당사자 간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온플법을 통해 플랫폼 노출 순서, 형태에 관한 기준이 드러날 경우 핵심 영업 비밀인 알고리즘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지난달 19일 출범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통해 모범계약 약관 마련, 상생 협약 등이 신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독과점 남용이나 각종 불공정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수수료 부담 너무 커… 새로운 질서 만들어달라”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플랫폼 중개업체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규제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맞는 질서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면서 “가맹점주의 영업이익이 매출액 대비 10% 정도인데, 플랫폼에서 10% 넘게 가져가니까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점주들이 플랫폼이 없으면 사실상 매출을 낼 수 없으니까 계약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중개거래계약서 교부 의무 등을 규정한 온플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U, ‘플랫폼 규칙’ 첫 제정… 상품 노출기준 제시 의무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도입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해외 사례도 주목된다.
이에 2019년 6월 ‘EU 온라인 플랫폼 규칙’이 제정됐고 2020년 7월12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약관을 중심으로 중개업체와 입점업체 간 계약 관계가 촘촘하게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계약 이전 단계는 물론 거래 전 과정에서 약관을 통해 서비스 이용이 제한·중단될 수 있는 사유, 지식재산권에 관련된 사안 등이 명시된다. 또 웹사이트 화면에 배열되는 상품의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 및 상대적 중요도도 약관에 담긴다. 특히 경제적 대가가 검색 배열 순위에 미치는 영향을 약관에 명시하거나 대중에 공개하도록 했다.
일본 역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6월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다. 이 법에 따라 중개업체는 플랫폼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입점업체에 그 내용과 사유를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또 매년 중개업체의 사업 개요, 입점업체가 제기한 불만·분쟁 해결 상황 등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런 사례를 근거로 찬성하는 측은 이제라도 온플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측은 EU의 경우에서 보듯 오랜 기간 실태 조사를 시행한 뒤 그 결과를 보고 입법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분야 서비스, 거래 구조 등을 파악하고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살펴보기 위해 관련 실태 조사 연구 용역을 지난 7월 발주한 상태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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