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만에 달보다 밝았던 목성..다음은 107년 후라는데 [더인플루언서]
지난달 27일 밤. 목성이 달보다 더 밝게 빛났다. 목성이 59년 만에 지구와 최고로 근접한 거리까지 다가와 일몰 이후부터 동트기 직전까지 밤하늘을 밝힌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따르면 이날 지구와 목성 사이 거리는 약 5억9600만㎞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의 거리인 9억6560만㎞보다 약 3억7000만㎞ 줄어 목성이 이 정도로 지구에 가까워진 것은 1963년 10월 이후 처음이었다. 다음 근접 시기는 무려 107년 후인 2129년이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다. 평상시에도 어렵지 않게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목성이 지구와 가장 근접한 거리로 들어오면서 동시에 지구가 목성과 태양 사이에 위치하는 '오포지션(Opposition)' 현상이 함께 일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목성의 오포지션은 13개월마다 한 번씩 발생하는데, 해당 시기에는 가장 밝은 수준의 목성을 관측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천문학 관련 업에 종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데요. 소위 말하는 '덕업 일치'는 이루지 못했고 현재는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덕업일치의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천문 TMI'라는 천문학 정보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있는데요. 천문 현상 일정을 미리 알리고, 관측법을 제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신비로운 천문 현상을 놓치지 않고 관측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또 천체사진을 직접 촬영해 공유하기도 합니다. 제 계정명 '당신의 곁에 우주를 가져오는 사이프'처럼 많은 분들의 곁으로 우주를 가져다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주신 과학 도서에서 접했던 내용이 있는데요. 우주에는 태양보다 수백 배 거대하고 또 밝은 별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나이는 적었지만 태양이 얼마나 큰지는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태양보다 수백 배나 커다랗고 밝은 별이 있고, 심지어 그런 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길래 밤하늘에서 점으로 보이는 것인지 너무 놀랐었죠. 그렇게 우주의 장엄함을 느낀 순간부터 우주와 천체에 관심을 갖고 살아오게 됐습니다. 대학교도 천문학 전공으로 진학하려고 했는데 학창 시절에 워낙 병약했던 탓에 안타깝게도 천문학을 전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천체 관측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관측 장비가 고가이고, 무거운 장비를 가지고 교외로 나가려면 차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천문 관측이라고 하면 인터넷이나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화려한 천체사진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시작부터 많은 장비와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영역의 관측을 생각하고 시작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입문자라면 비싼 장비보다는 적당한 가격대의 입문용 망원경으로 최대한 많이 관측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생각 외로 도심지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 대상이 많아요. 가령 태양계 행성이나 달을 관측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주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중에 고가 장비를 구매하더라도 기존에 쓰던 망원경은 보조 장비 개념으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중복 투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천체 관측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천체 관측은 그 어떤 것보다 오래되고 멀리 있는 것을 보는 행위입니다. 천체 관측이 매력적인 것은 내가 사는 세상을 확대해주기 때문입니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돈다는 빛이 수백 년을 달려와 제 눈에 닿았다는 사실은 시간과 공간의 규모에 대한 장대함과 벅참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경험입니다. 팔뚝보다 조금 큰 망원경 하나로 상상을 초월한 거리와 시간을 건너온 천체를 찾아다니며 우주 공간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천체 관측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새 천문학 분야에서 가장 핫한 이슈가 무엇인지요.
▷지구 외 행성으로의 진출이 가장 핫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도 뜨거운 감자라고 생각하지만 워낙 오래된 이슈이기 때문에 지금 가장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달이나 화성으로의 유인 탐사라고 생각합니다. 나사도 53년 만에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기 위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Artemis Program)'을 준비하고 있고, 화성에도 사람을 보내겠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호기심과 모험심에 기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주여행 대중화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언제쯤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하시나요.
▷앞으로 사람들이 우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우주에 관심을 갖는다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주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주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땅을 보고 걷기보다는 항상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후자의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조만간 우주여행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느낀 우주는 너무나도 넓고 방대한 공간이었습니다. 우리 은하에만도 대략 수천억 개 이상의 별이 있다고 하는데요. 우주에는 이렇게 수많은 태양으로 이뤄진 은하가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태양계를 하나의 세상으로 본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세상이 존재할 것이고 그 속에서 인류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저는 어렵습니다. 최근 우주탐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것으로 추측되는 행성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예전에 잠시 가평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요.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서울 같은 도시를 벗어나 광공해에서 자유로운 지역에서 천체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전엔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서 천체사진을 촬영했던 것이 전부였는데, 아예 타지에 머물며 장기간 사진을 촬영하다 보니 더 다양한 밤하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 있다 보니 문득 제가 본 하늘을 비롯해 각종 천문학적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지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위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다른 SNS도 고려해 봤지만 텍스트와 사진으로 설명하기 좋아하는 저한테 트위터가 가장 알맞은 플랫폼이라 생각했습니다.
▷너무 여러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어서 딱 어디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MBTI 검사를 해도 항상 P가 나올 정도로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콘텐츠를 미리 계획하기보다는 혼자 천문학 공부를 하다가 트위터에 공유하면 좋겠다는 느낌이 오는 소재가 있으면 그때그때 준비해서 공유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떠오른 소재를 바로 공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NASA나 유럽우주국(ESA) 같은 우주 기관이나 관련 논문,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 등을 통해 검증한 뒤에 트윗을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공유하기보다는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료를 검토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주로 트윗을 통해 천문학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구독자 대부분이 인간 사이프가 아닌 천문학 소식지를 정기 구독하듯 천문학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 제 계정을 폴로하기 때문에 트윗으로 천문 현상 관측 방법, 천문 현상 일정 등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간혹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질문하는 분들도 계신데,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답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든 점도 있는데요. 천문학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고 어렵기 때문에 구독자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이 생략돼 원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정확하게 천문학을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앞으로 계정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더 성장하고 개선해 나가야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뿌듯했던 순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은 머리 위에서 천문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도 아예 모르고 지나치거나 관측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천문 현상을 놓치게 되죠. 저는 제 계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언제 어떤 천문 현상이 일어나고, 어떻게 관측할 수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현상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 계정의 정체성이 바로 "혼자 알기 아까운 천문학의 장대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자"거든요. 그렇게 제 트윗을 통해 천문 현상을 확인한 사람들이 "신비롭다" "감동적이었다"고 DM이나 트윗을 해주실 때 가장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콘텐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천문 현상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다양한 천문학 정보를 구독자에게 알려드리는 것은 매일 하다 보니 약간 습관처럼 굳어져 기억에 남지는 않는데요. 그러나 천문 현상을 소개하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유성이나 일식, 월식 같은 천문 현상은 매번 있는 게 아니고, 어떨 때는 수백 년에 한번 찾아올 정도로 흔치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이 천문 현상을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데, 제가 올린 트윗 하나로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때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는 것입니다. 다른 분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천문학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보통 하늘을 보고 살거든요. 그래서 천문인의 최대 적은 구름입니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은 날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날의 날씨를 확인하는 게 중요했고, 이제는 습관이 돼 관측 계획이 없더라도 기상 상태를 항상 확인하고 있습니다. 매일 날씨를 확인하면서 덤으로 생긴 좋은 점도 있는데요. 우산이 없어서 느닷없이 비를 맞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일상 루틴입니다.
▷트위터를 시작해 첫 트윗을 작성하던 날부터 제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우주를 알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먼 우주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이건 당장 오늘 밤에 직접 볼 수 있는 우주쇼이건 간에 저는 제가 알고 접하는 모든 우주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주에서 태어나 별이 만든 물질로 빚어져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하늘을 보고, 우주를 아는 것은 곧 우리의 기원을 알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길을 걸으며 하늘을 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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