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대통령다운 말 쓰고 MBC는 정파성에서 벗어나라 [쓴소리 곧은 소리]
MBC, 광우병 선동 보도로 이념성 드러내..국민 신뢰 못 얻고 있어
(시사저널=이상철 성균관대 교수(수사학))
9월22일 뉴욕에서 유엔 연설 후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발언과 공영방송인 MBC의 자막 보도가 대한민국 정치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7일 야당은 박진 외교장관 해임안 결의를 추진하고, 여당은 'MBC 자막 조작 사건'이라며 법원에 명예 훼손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라고 했는지,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이라고 했는지에 대한 진실은 정치적 논쟁의 영역이 되었다. '바이든'은 문맥상 맞지 않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 XX'와 '쪽팔려서'라는 대통령의 말은 선명히 들린다. 대통령의 품위에 맞지 않는 말이다. 그리스 수사학자들은 내용, 청중, 장소 등 발언 상황에 부합하는 연사의 적절한 어휘와 화법을 '프레폰(prepon)'이라고 했고, 로마에서는 이를 '데코롬(decorum)'이라고 했다. 데코롬은 우리 사전에는 '예절' 혹은 '점잖음'으로 소개되는데, 수사학에서 데코롬은 내용, 청중, 장소 등 상황에 '어울림'이 더 적합한 개념이다.
"정치인의 말은 잘 쓰면 요리 칼, 잘못 쓰면 살상 검"
미국의 수사학자 캠벨과 재미슨은 《대통령을 만드는 대통령: 말로 하는 통치》라는 저서에서 대통령은 말로 통치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 레토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공동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의 말은 정책이 되고 권력이 되고 외교가 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은 정제되어야 하고 천금 같아야 한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은 여러 명의 연설 고문 즉 스피치라이터를 두고 있으며, 이들이 대통령의 말을 만들고 그 말은 권력이 되고 정책이 되고 외교가 된다. 페기 누난은 레이건의 말을, 존 페브로는 오바마의 말을 만들었으며, 그 말은 레이건과 오바마의 권력이 되고 정책이 되고 외교가 되었다.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는 일명 '도어스테핑' 혹은 '출근길 열린 문답'은 우리에게 새로운 레토릭의 형식이나 데코롬의 기준으로 볼 때 다소 위험하다. 출근길 문답은 명백하고 아주 긴급한 사안이 있을 때만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를 자주 활용하면 대통령은 대변인이 된다.
선거에서는 '이기는 말'이 중요하고 기업 광고에서는 '팔리는 말'이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국가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은 정치 지도자의 말은 칼과 같아 잘 쓰면 맛있는 요리의 도구처럼 공동체의 미래를 여는 길이 되고, 잘못 쓰면 사람을 해치는 무기로 사용돼 갈등의 씨앗이 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비속어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수습하는 것이 품위와 품격을 되찾는 길이다. 그리스 말에서 유래한 영어 'apology'는 연사가 변명을 하는지 사과를 하는지 그 내용을 자세히 봐야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체면을 중시하는 동아시아에서는 상황에 따라 변명, 성명, 석명, 해명, 유감, 사과, 사죄 등 다양한 표현이 있다. 스스로 품격을 낮춘 비속어 '이 XX' 발언에 관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쪽팔려서'라는 표현은 은어(隱語)로서 앞으로 공적인 자리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검사의 말에서 대통령의 말로 바꾸기를 바란다. 비유와 은유와 풍유가 넘치는 대통령의 말을 하기 바란다. 바둑에는 '아생연후에 공타라' 즉 '내가 두 집으로 산 후에 상대를 공략하라'라는 명언이 있다. 검사의 말에서 대통령의 말로 바꾸어야만 거대 야당과 밀월 기간도 주지 않은 비판적 매스미디어의 공략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MBC 윤리 헌장엔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한다" 조항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파동'은 '광우병 촛불' 시위로, 2010년 천안함 침몰은 '천안함 좌초설'로, 불필요한 정쟁과 갈등에 불을 붙이는 중심에 공영방송의 선동 보도가 있었다. 공영방송 기자들은 이념과 정파 혹은 정치 지형에 기반을 두며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공영방송 기자들은 국민의 횃불이 아니라 갈등의 횃불로 앞서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윤리 헌장 제4조 '특정 집단, 세력,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보도한다', 기자 윤리 강령 제2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라는 맹세는 껍데기만 남았다. 정파성의 관점을 지지하는 신문의 다양한 견해와 보도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공영방송은 달라야 한다. 그동안 KBS는 특정 정파에 편향된 이들의 발언을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거나 인터뷰를 통해 정치 공세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 허다했다. 9월20일 KBS1 라디오가 문재인 정부 의전비서관 탁현민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조문록을 잘못 썼다'는 그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이 최근 사례다.
MBC 기자들은 윤리 헌장 제1조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한다', 윤리 강령 제4조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는다'를 잊어버린 지 오래다. 이번 사건에서 MBC 기자들은 '바이든'이나 '국회' 부분은 잘 들리지도 않는데도 자기들만의 해석으로 자막 보도했다. MBC의 자막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향해 욕설을 했다는 것으로 왜곡돼 알려지며 세계적인 토픽이 되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여론을 바르게 이끌어야 할 책임이 막중한 공영방송 MBC의 기자들은 편향된 보도로 우리 사회의 소모적이며 극단의 반목과 대결의 첨병을 자처하고 있다. 이번 취재 정보를 기자단 엠바고 이전에 민주당 의원에게 알려주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MBC의 신뢰성은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신뢰성은 공영방송의 생명이다. 신뢰는 객관성과 정확성으로부터 나온다. 민주당의 지지를 받는 것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MBC 기자가 되기를 바란다. 기자협회의 윤리 헌장 제1조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한다'를 다시금 살펴보길 바란다. 뉴미디어의 환경에 따라 자극적 언어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기 위한 1인 방송 시대에,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길은 정확성과 전문성이라는 언론학자들의 지적을 MBC 기자들은 되새겨야 한다. 국민은 비유와 은유와 풍유가 있는 대통령의 말을 듣고 싶고, 정파의 첨병 역할을 던져 버리는 MBC 보도를 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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