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집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건축가 조남호(下)
[효효 아키텍트-145]
군 내무반이었던 인왕3분초(2020)는 산골짜기 한가운데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구조물 위에 목구조로 된 새로운 공간을 계획했다.
내부의 목재는 집성목에 흰색 칠을 해서 공간적으로 넓어 보인다. 2021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광주 추사재(2016)의 출발은 광주에 소재한 한 대학교에서 법의학자로 재직했던 건축주가 퇴임을 앞두고 무등산 자락에 용지를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보유한 2만여 권의 책을 공유하는 것도 집을 짓는 중요한 이유였다.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사물은 소멸하지만 위대한 사상과 지식은 텍스트로 남는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책은 그 자체로 수장고 역할을 한다. 텍스트와 더불어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 또한 남는다. 인간의 예술 활동은 살다 간 흔적의 몸부림이다.
지면으로부터 반 층 아래 있는 현관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작은 다락이 있는 사랑방을 만난다. 반 층 더 내려가면 1.5층 높이의 서재에는 들어올려진 슬래브에 면해 설치한 고측창을 계획했다. 중간층인 1층에 침실을, 2층에 식당과 거실을 두었다.
경골목 구조와 가변성을 고려한 중목구조를 혼합한 2개층의 볼륨이 하부 구조로부터 수평띠창을 경계로 들어올려져 있다. 목구조 볼륨을 싸고 있는 경골목구조 외피는 다양한 폭의 동판 돌출이음으로 마감되어 세월이 더해감에 따라 숲에 동화될 것이다.
힐튼 호텔, 저층부 아트리움과 커튼윌 시스템 보존해야
지난 1일, 마주 앉자마자 다음 질문을 던졌다. "건축가님 정도 되면 건축과 사회 관련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야 되지 않습니까."
조남호 건축가의 첫마디는 자산운영사에 매각된 힐튼호텔(1983년 준공)이었다. "최우선 되어야 하는 게 전체 건축계가 어떤 입장이냐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힐튼호텔과 유사한 상황을 맞이했던, 보존 논의가 필요한 수많은 기회에서 건축계는 무력했고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지 못했다."
"힐튼호텔은 보존이든 개발이든 결론을 내어야 되는 건입니다. 결론에 이르는 논의 과정 자체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서울 남산 자락의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건축계에 중요한 이유는 설계자인 김종성(1935~)과 그의 스승인 세계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 미스 반데어로에 (1886~1969·이하 미스) 때문이다.
김종성은 1961년부터 1972년까지 미스 건축사무소 소속으로 캐나다 토론토 도미니언 센터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미스는 독일 바우하우스 마지막 교장을 지낸 모더니즘 주창자로 르 코르뷔지에(1887~1965),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1867~1959)와 더불어 '근대 건축 3대 거장'이다.
조남호는 '하나의 건축물로서가 아니라 양동 정비지구라는 복합적인 도시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저층부 아트리움과 입면에서 보이는 세계적 수준의 커튼월 시스템의 보존을 전제로 한 증축'을 제안한다.
청와대 활용 문제에 있어서도, "방향이 명확해야 되고, 결정 과정은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아이디어 공모 포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구체 안을 내놨다. "옥외공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하공간을 적극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북악산과 경복궁 사이의 장소성, 시민들의 활동,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간성을 고려한 결정이 되어야 한다"
조남호는 근현대의 건축 자산에 대해 '원형의 보존보다는 가치 있는 부분을 보존하면서 적극적인 활용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건축가가 어떤 건축언어와 사상을 가져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으나 사회 현상에 대해 항상 사고가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다양한 외부적 담론도 물리적인 구축을 통해서만이 건축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 "좋은 건축은 의도하는 바가 물리적으로 정확하게 구현되었는지가 우선"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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