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스튜 한술 뜨니.. 애틋한 추억을 만나다 [김셰프의 씨네퀴진]

2022. 10.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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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과 스튜
서로 반대로 흐르는 '연인의 시간'
둘 나이가 같아지는 시간은 20살뿐
자취방서 꽁냥꽁냥 만든 비프 스튜
서로를 이어주는 추억으로 작용해
헝가리 굴라시·이탈리아 오소부코 등
나라별 재료 따라 맛의 특색 달라져
일본 영화의 잔잔한 감성과 판타지적 요소가 짙은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시간이 서로 거꾸로 흐르는 커플의 애틋한 스토리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여주인공의 비밀에 의문을 가지게 한 것이 스튜라는 것을 보아도 음식이 가진 추억의 힘은 꽤 강렬하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장면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미키 다카히로 감독의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멜로 감성이 돋보이는 드라마, 판타지 영화로 서로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설정 속에 사랑을 이어간다는 내용의 그 에필로그만 들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느낌의 잔잔한 이야기다. 만화학과에 재학 중인 주인공 ‘타카토시’는 미용학교에 다니는 ‘에미’에게 첫눈에 반한 후 연락처를 물어본다. 휴대전화가 없다는 그녀의 말에 거절의 의미인 줄 알고 이내 상심하며 돌아가려던 타카토시에게 에미는 정말 휴대전화가 없는 것이라고 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또 만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에미의 행동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둘은 그날 헤어진다.

그런데 운명처럼 다음 날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연인이 된 둘은 매일매일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젊은 연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에미의 수첩을 본 타카토시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이에 모든 걸 고백하는 에미. 둘의 시간은 서로에게 반대로 흐른다. 35살의 타카토시는 5살의 에미를 만나고, 35살의 에미는 5살의 타카토시를 만났었다. 타카토시의 관점에서 본 시간의 흐름에서 에미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그 둘의 나이가 같아지는 것은 20살. 판타지적인 요소와 만화 같은 설정을 유치하지 않게 풀어낸 잔잔하고도 슬픈 영화다. 여운이 남고 두 번 세 번 보고 싶은 영화가 필요하다면 추천한다.
#초콜릿을 넣은 스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데이트를 하는 둘.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자며 자취방에서 꽁냥거리며 요리를 한다. 겨울 해 질 녘 늘어지는 노을빛이 아름답게 타카토시의 얼굴을 비춘다. 어떤 요리를 하나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타카토시에게 에미는 비프 스튜를 해준다. 비프 스튜를 한 입 먹어보고는 자기 본가의 비프 스튜랑 맛이 비슷하다고 신기해하는 타카토시. 초콜릿을 넣었다는 말에 서로 예전에 말한 적이 있다 없다 말씨름을 하던 중 문득 말한 적 없지만 에미가 이미 알고 있었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며 궁금해진다.

스튜를 먹는 장면은 영화에서 처음으로 타카토시가 에미의 비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순간으로 에미의 미묘한 표정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부분에선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타카토시, 문득 기억 속 음식 앞에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음식의 기억은 그만큼 강렬한 것 같다.

#비프 스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소고기 스튜들이 있다. 러시아의 스트로가노프, 헝가리의 굴라시, 프랑스의 뵈프 부르기뇽,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스튜, 베트남의 보 코, 이탈리아의 오소부코, 한국의 갈비찜 같은 음식들이다. 만드는 방식도 모두 비슷하다. 술과 양념을 넣고 오랜 시간 푹 끓인다. 이런 요리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소의 질긴 부위를 잡냄새가 덜해지도록 끓여 부드럽게 먹는 것에 있다. 그래서인지 조금 강한 향의 소스가 베이스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뵈프 부르기뇽은 레드와인을 넣거나 레드와인에 푹 끓여 만드는데, 와인이 고기의 냄새를 제거하고 고기에 와인이 스며들어 육질이 부드럽다. 다만 와인의 산도가 너무 높으면 고기가 부드럽다 못해 푸석푸석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소꼬리 스튜
헝가리의 굴라시에는 파프리카가 들어간다. 살짝 매콤한데 난 그 스튜의 소스 맛에서 김치찌개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오소부코는 화이트와인이 들어간다. 송아지 정강이뼈로 만드는데 소꼬리 같은 부위로 대체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잔칫집에서 빠질 수 없는 소갈비찜이 있다. 다른 어느 나라 스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 맛이 독특하고 강하기에 두루 어울린다. 하나 재밌는 건, 우리는 끓이는 요리를 할 때 고기를 흐르는 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작업을 하는데 서양요리에서는 이 핏물을 육즙이라고 하여 보관하는 방식의 조리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갈비찜은 핏물을 빼준 후 끓는 물에 퐁당 넣고 끓이거나 뜨거운 물에 갈비를 데쳐 사용하지만, 양식은 밀가루를 조금 입혀준 후 팬에 구워 겉면을 바삭하게 색을 내 모양을 유지하며 끓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밀가루는 스튜의 농도를 잡아주고 색을 노릇하게 내주며 고기 내부의 육즙을 일차적으로 가두어 풍미를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
■토마토 비프 스튜 만들기

<재료>

부채살 400g, 소금 1/2Ts, 로즈메리 조금, 간마늘 1Ts, 밀가루 1Ts, 카놀라유 50㎖, 베이컨 2줄, 양파 1/2ea, 당근 1/2ea, 셀러리 반 줄기, 마늘 3톨, 토마토 페이스트 2Ts, 닭 육수 500㎖, 레드와인 1컵, 월계수 잎 1장, 통후추 약간, 토마토 소스 1컵

<만드는법>

① 부채살은 한 입 크기로 썬 후 소금간을 해주고 간마늘과 오일에 버무려준다. ②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베이컨과 로즈메리를 넣은 후 밀가루를 입힌 부채살을 노릇하게 구워준다. ③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은 곱게 다진 후 기름을 두른 팬에 볶아 향이 올라오면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준다. ④ 레드와인을 넣고 졸이다 술향이 옅어지면 치킨 스톡과 토마토 소스, 허브를 넣고 10분간 끓여준다. ⑤ 색을 낸 부채살과 4번 소스를 함께 넣고 1시간가량 끓여준다. ⑥ 레드와인은 절반 정도 졸인 후 위 스튜와 섞어 레드와인의 풍미를 더해준다.

김동기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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