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스튜 한술 뜨니.. 애틋한 추억을 만나다 [김셰프의 씨네퀴진]
서로 반대로 흐르는 '연인의 시간'
둘 나이가 같아지는 시간은 20살뿐
자취방서 꽁냥꽁냥 만든 비프 스튜
서로를 이어주는 추억으로 작용해
헝가리 굴라시·이탈리아 오소부코 등
나라별 재료 따라 맛의 특색 달라져
미키 다카히로 감독의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멜로 감성이 돋보이는 드라마, 판타지 영화로 서로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설정 속에 사랑을 이어간다는 내용의 그 에필로그만 들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느낌의 잔잔한 이야기다. 만화학과에 재학 중인 주인공 ‘타카토시’는 미용학교에 다니는 ‘에미’에게 첫눈에 반한 후 연락처를 물어본다. 휴대전화가 없다는 그녀의 말에 거절의 의미인 줄 알고 이내 상심하며 돌아가려던 타카토시에게 에미는 정말 휴대전화가 없는 것이라고 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또 만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에미의 행동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둘은 그날 헤어진다.
그런데 운명처럼 다음 날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연인이 된 둘은 매일매일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젊은 연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에미의 수첩을 본 타카토시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이에 모든 걸 고백하는 에미. 둘의 시간은 서로에게 반대로 흐른다. 35살의 타카토시는 5살의 에미를 만나고, 35살의 에미는 5살의 타카토시를 만났었다. 타카토시의 관점에서 본 시간의 흐름에서 에미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데이트를 하는 둘.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자며 자취방에서 꽁냥거리며 요리를 한다. 겨울 해 질 녘 늘어지는 노을빛이 아름답게 타카토시의 얼굴을 비춘다. 어떤 요리를 하나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타카토시에게 에미는 비프 스튜를 해준다. 비프 스튜를 한 입 먹어보고는 자기 본가의 비프 스튜랑 맛이 비슷하다고 신기해하는 타카토시. 초콜릿을 넣었다는 말에 서로 예전에 말한 적이 있다 없다 말씨름을 하던 중 문득 말한 적 없지만 에미가 이미 알고 있었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며 궁금해진다.
스튜를 먹는 장면은 영화에서 처음으로 타카토시가 에미의 비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순간으로 에미의 미묘한 표정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부분에선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타카토시, 문득 기억 속 음식 앞에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음식의 기억은 그만큼 강렬한 것 같다.
#비프 스튜
<재료>
부채살 400g, 소금 1/2Ts, 로즈메리 조금, 간마늘 1Ts, 밀가루 1Ts, 카놀라유 50㎖, 베이컨 2줄, 양파 1/2ea, 당근 1/2ea, 셀러리 반 줄기, 마늘 3톨, 토마토 페이스트 2Ts, 닭 육수 500㎖, 레드와인 1컵, 월계수 잎 1장, 통후추 약간, 토마토 소스 1컵
<만드는법>
① 부채살은 한 입 크기로 썬 후 소금간을 해주고 간마늘과 오일에 버무려준다. ②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베이컨과 로즈메리를 넣은 후 밀가루를 입힌 부채살을 노릇하게 구워준다. ③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은 곱게 다진 후 기름을 두른 팬에 볶아 향이 올라오면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준다. ④ 레드와인을 넣고 졸이다 술향이 옅어지면 치킨 스톡과 토마토 소스, 허브를 넣고 10분간 끓여준다. ⑤ 색을 낸 부채살과 4번 소스를 함께 넣고 1시간가량 끓여준다. ⑥ 레드와인은 절반 정도 졸인 후 위 스튜와 섞어 레드와인의 풍미를 더해준다.
김동기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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