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뛰어들어가 같이 돌 주울까 [김한들의 그림 아로새기기]
박광수, 잉크·아크릴로 수없는 점·선
검은 드로잉, 생성·소멸 서사 담아내
색채 화면으로의 변화를 준 '돌줍기'
색색의 형상들이 표면서 밖을 향해
장재민, 회화적 언어로 '기억 더듬기'
떨림 담긴 붓질 시각·촉각 경험케 해
'저수지 상류' 후드득 빗소리 들리는 듯
◆박광수, 숲으로 들어가는 그림
박광수(1984∼)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이후 동 대학원 조형예술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첫 단체전 참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고재, 두산갤러리, 금호미술관, 신한갤러리, 인사미술공간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이응노의 집, 두산갤러리, 금호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5회 종근당 예술지상, 제7회 두산연강예술상을 받았다.
‘깊이-사슴 연못’(2019)은 이러한 초기 작업에서 이어진 2019년의 작품이다. 여기 화면의 중심 근처에는 깊은 숲속, 검은 연못이 있다. 연못의 한가운데는 빛의 반짝임처럼 짧은 물결이 응집하여 일고 있다. 물결의 짧은 선은 점차 길어져 연못과 물가를 따라 자라는 잡초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잡초가 덩어리진 뭉치 속에는 마른 나뭇가지들도 군데군데 섞인 듯하다. 나뭇가지의 출처인 키가 크고 가느다란 나무가 그 위로 빽빽이 우거져 있다. 연못의 수면 위로 이 모든 요소가 한곳에 비추어 새로운 장면을 형성한다.
즉, 사슴 연못을 그린 이 작품에는 현실과 허구가 함께 존재하며 이는 관람자에게 상상의 서사를 만들게 한다. 화면 곳곳 숨은 기호들과 작가가 언젠가 쓴 노트는 이 서사의 구성에 흥미를 더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집 뒤편에 숲속을 조금씩 걷고 있다. 어두울 때의 숲속 산책은 밝을 때보다 훨씬 이야기가 많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발을 헛디딜 수도 있고 뾰족한 것에 찔릴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위험한 일들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감수할 수 있다.”
◆장재민, 낚시터를 바라본 그림
장재민(1984∼)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금호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보안 1942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대전시립미술관, 포스코미술관, 우민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했다. 제4회 종근당 예술지상, 제36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부산현대미술관, 국립해양박물관, 금호미술관 등 다수의 국공립 미술관 및 사립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스스로 경험한 장소의 감각 기억들을 하나의 사진이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음을 인지하고, 이러한 총체적 경험들을 회화의 촉각적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는 장재민의 작업 방식은 동시대 회화의 실험 맥락에 있다. 작가는 국내 여러 지역을 다니며 보고, 기록한 것에서 비롯해 낯선 장소에 얻어낸 경험과 감각을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해 풀어낸다. 작품이 감상의 대상을 뛰어넘는 심리적 재현으로서의 풍경화가 되도록 만든다.
작가는 낚시터를 “우연적으로 만들어진, 이상한 배열들을” 만나기 좋은 장소라며 화가 노충현과의 대화에서 다음 같이 말한 바 있다. “저에게 낯선 곳을 만나는 일, 일상적인 경험에서와는 다른 감각을 쓰게 만드는 일들은 결국 일상의 어떤 조건들을 환기시켜주는 매개체 같아요. 극도로 적막하거나, 막다른 길에 접어들거나, 의외의 풍경 앞에 놓일 때 발걸음을 재빨리 옮기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밤낚시를 가게 되면 하루를 꼬박 새고 아침에서야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해가 뜰 즈음 주변을 둘러보면 밤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풍경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데, 발밑 상태, 등 뒤의 절벽, 건너편 산, 모든 게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이 작품은 크기가 세로 312㎝, 가로 235㎝에 달한다. 분할되지 않은 하나의 거대한 화면을 마주하니 작품 자체가 풍경이 되어 내 앞에 출현한다.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숲으로 그리고 풍경으로 들어가고 싶은 시간이 되어서다.
김한들 미술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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