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몸짱' 전성시대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2022. 10. 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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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올 시즌 2승 서요섭, 벌크업 이후 비거리 늘고 우승 질주
서요섭. [사진 제공 · 아쿠쉬네트 코리아]
서요섭(26·DB손해보험)은 금의환향이라는 표현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가 9월 25일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오픈에 출전했을 때였다. 대회가 열린 경북 칠곡 파미힐스CC에는 이 지역에서 가까운 대구 출신인 서요섭을 보려고 갤러리들이 몰려들었다. 멋진 플레이에는 환호가 터졌고, 경기 후에는 사진과 사인 요청이 쏟아졌다. 서요섭이 비록 선두권에서는 밀려났어도 뜨거운 인기만큼은 최고였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이번 시즌 코리안투어에서 서요섭은 2차례 정상에 오르며 필드 강자로 떠올랐다. 2016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KPGA선수권과 신한동해 오픈에서 우승한 뒤 올해도 8월 28일 바디프랜드 팬텀로보 군산CC 오픈과 9월 4일 LX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했다. 9월 30일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 랭킹 1위다. 올해 대회 성적에 따라 순위를 가리는 제네시스 포인트에서 시즌 최종 1위를 차지하면 1억 원 보너스 상금과 제네시스 차량, 투어 시드 5년에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와 DP월드투어가 주관하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까지 확보하게 된다.

주 5회 웨이트트레이닝과 등산으로 근력 키워

서요섭은 상승세의 원동력 중 하나로 '벌크업'(체격 키우기)을 꼽았다.

"아무래도 대회에 자주 출전하고 투어가 길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체력적으로 운동을 많이 해놓으면 다른 선수들보다 더 지속적으로 꾸준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어요.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요섭은 2019년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03야드로 장타왕에 올랐다. 그 후로는 비거리가 하강곡선을 그렸다. 2020년 292.4야드(19위), 2021년 290야드(26위)로 밀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동계훈련 기간에 주 5회 웨이트트레이닝과 등산으로 근력을 키운 그는 300야드 가까이로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렸다. 9월 말 현재 평균 299.5야드로 이 부문 12위다.

서요섭은 9월 말 출시된 타이틀리스트 신형 드라이버 '뉴 TSR3'(8도)을 일찌감치 입수해 쓰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측에 따르면 서요섭은 비거리를 늘리려고 벌크업을 통해 볼 스피드 증가에 집중했다. 또한 드라이버 길이를 스탠더드보다 좀 더 길게 가져갔다. 3차 연장전 끝에 우승한 군산CC 오픈에서 그는 3차례 티샷을 모두 드라이버로 했는데 자신의 구질인 페이드로 안정된 티샷을 구사했다.

서요섭은 2021년부터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를 모두 타이틀리스트의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를 담당하는 임지웅 아쿠쉬네트 리더십팀 임지웅 피터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비시즌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시즌 도중 식사 후 몸이 무겁다고 느껴지면 늦은 저녁시간에도 가벼운 조깅이나 유산소 운동으로 체중과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요섭이 165㎏ 역기를 들고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다. [서요섭 인스타그램]
서요섭은 "대회 기간에도 매일 스쾃을 100㎏ 전후로 10세트하고 있다"며 "대구 집 앞에 있는 '앞산'에도 수시로 간다. 등산은 유산소 운동이면서 하체를 단련하는 데 더없이 좋다. 일주일에 서너 번 한다"고 말했다. 시즌 때도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코리안투어 장기 레이스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로 치닫는 시점이지만 비거리 감소나 체력 저하가 특별히 느껴지고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얘기다. 식이요법은 따로 하지 않으며, 평소 돼지고기나 새우, 갑각류 등은 피하는 편이라고 한다.
브룩스 켑카. [골프닷컴 홈페이지 캡처]
서요섭의 별명은 '한국의 브룩스 켑카'다. 미국 PGA투어에서 활약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옮긴 켑카처럼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서요섭은 "켑카의 팬이다. 멀리 치면서도 정확성이 높고 쇼트게임까지 잘한다"고 말했다. 서요섭도 이번 시즌 장타뿐 아니라 그린 적중률 16위(74.2%)에 랭크될 만큼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평균 타수 3위(70.23타)에 올라 있다.

서요섭은 한때 골프백을 직접 든 채 고속버스를 타고 연습하러 다니기도 했다. 공을 치다 버스가 끊기면 모텔에서 잠을 잤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강한 정신력으로 독하게 몸을 만들고 샷 감각을 끌어올린 끝에 성공가도에 올라섰다.

타이거 우즈 신호탄으로 '몸짱' 골퍼 줄이어

한때 골프에서는 몸집과 근육을 불리는 벌크업이 스윙을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외면받기도 했다. 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장타를 만들어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신호탄으로 '몸짱' 골퍼가 줄을 잇고 있다. 키 183㎝, 몸무게 92㎏의 탄탄한 체격을 지닌 켑카는 피트니스클럽에서 1주일에 6일을 매일 4~5시간 운동기구와 씨름한 결과 4개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벤치 프레스 100㎏을 15회 들었고. 데드리프트는 체중의 1.5배가 넘는 133㎏을 소화하는 프로그램을 반복했다. 클럽 헤드 스피드가 시속 120마일을 넘기는 켑카는 "내 힘의 85%만으로 스윙한다"고 말했다. '필드 물리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는 체중을 20㎏ 가까이 불린 뒤 350야드 이상을 날리는 괴력의 소유자가 됐다.

국내에서도 벌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리안투어 간판스타로 뛰다 입대한 이수민은 다음 달 제대를 앞두고 몸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하루 1시간 30분씩 주 6회 근력 운동, 골프 모빌리티 위주의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수민은 "체중이 72㎏ 정도 나갔었는데 운동과 영양 섭취로 80㎏까지 늘어났다. 클럽 스피드가 5마일가량 증가해 비거리가 20m 정도 늘었다"며 "예전에는 100% 힘으로 쳐서 볼 컨트롤이 불안했는데 요즘은 80% 힘으로만 쳐도 예전 거리만큼 나간다"고 말했다. 몸무게 72㎏일 때 34㎏ 정도였던 근육량이 최근 40㎏를 넘나들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식단도 단백질과 탄수화물, 채소 위주로 먹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 간판스타 김효주는 벌크업의 대명사가 됐다. 2년 전부터 동계훈련 기간에 웨이트 훈련과 식단 관리로 몸무게를 5㎏ 이상 늘렸다. 단백질 보강을 위해 하루에 달걀 8개에 닭 가슴살 600g을 먹기도 했다. 근육을 키워 비거리 15m 증대 효과를 본 뒤 2020년과 지난해 국내 투어에서 2년 연속 2승씩을 거두며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도 4월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김효주는 "평소 입던 티셔츠를 못 입게 돼 두 사이즈 가까이 큰 옷을 구입하고 있다"며 "비거리가 늘면서 코스 공략에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었다.

벌크업 시 무게보다 정확한 자세가 중요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벌크업은 전반적인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벌크업이 되면 모든 신체 구성이 늘어나 체격이 커진다. 신체 구성은 크게 근육량과 지방량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실장에 따르면 근육량이 늘어나면 최대 근력과 파워에 도움이 돼 비거리가 증가하며,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갖고 플레이를 하게 돼 샷 조절 능력과 쇼트게임이 좋아질 수 있다. 또한 지나친 비만이 아니고 유연성이 좋다면 지방량이 어느 정도 있어도 괜찮으니 살을 빼는 데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는 게 송 실장의 조언이다.

홍정기 차의과대 교수(스포츠의학)는 "덤벨이나 아령을 들고 좌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로테이션 운동은 체간(몸통)과 하체를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니어의 경우 코어 근기능을 키우거나 유지하는 데 좋다. 신체 밸런스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골프에서 가장 흔한 부상 부위는 어깨, 팔꿈치, 손목, 허리 등이다. 근력 운동을 하면 이들 부위의 과도한 사용에 따른 부상 가능성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민영기 리베라CC 아케인 피트니스 코치는 "벌크업을 하더라도 각 관절의 가동성을 최대한 확보한 상태에서 운동해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는 단순히 무게에 치중하지 말고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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