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남석관 대표 "코스피 하방 '뻥'.. 당분간 투자 쉬어라"
지수 지지선 의미 없어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은 이미 노출된 소재인데, 9월 FOMC 이후 세계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증권가에서는 9월 FOMC가 끝나면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9월 FOMC에서 연말 기준금리 목표가를 4.4%로 높여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경기침체가 와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발언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이유로 향후 미국 경기는 둔화가 아닌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증시가 급락했다."
개미들의 투매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참고 견뎠던 투자자들이 FOMC 이후 투매를 시작하면서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초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근본적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인데,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내렸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도 올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계적으로 노출된 악재지만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연말에는 기업 실적까지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해제 시그널이 없다. 연말까지 고통스러운 증시가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도 9월 FOMC 다음 날 모든 주식을 손절매했다."
이번 하락 추세에서 코스피는 어느 지점에서 최저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보나.
"8월까지만 해도 코스피 2300이 지지선일 줄 알았는데 깨졌다. 9월 FOMC 이후 실망 매물뿐 아니라 반대 매매에 공매도 물량까지 쏟아지고 있다. 지금은 지지선이 의미 없어졌다. 아직도 저점이 아니라는 말이다. 코스피 하방이 뻥 뚫려 있어 어디까지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9월 23일 금요일 증시 분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했다. 2008년 9월 초순 추석 연휴 때 금융위기 사태가 터졌다. 연휴 후 첫 개장에서 종목 시가가 대부분 -13~-12%(당시 상하한가 15%)로 형성됐다. 이후 지수는 4개월 가까이 하락했다. 12월까지 4개월에 걸쳐 하루 이틀 정도 반등했다 또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그래프2 참조). 이번 하락 추세가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은 지난해부터 지수가 떨어져 충격이 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세 하락 국면, 반등 어려워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맞다. 지난해 7월부터 인터뷰할 때마다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했다. 심지어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2월까지 주린이는 주식을 아예 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일 폭락하고 있지만 반등 기미가 없다. 물론 너무 떨어지다 보면 매수세가 들어오기도 하겠지만 바닥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바닥을 가늠할 수도 없는 위기 중 위기다."
연말까지는 의미 있는 반등 구간이 없다고 보는 건가. 앞으로 남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나 FOMC 결과에 따라 반등이 나올 수 있지 않나.
"보통 미국 주식은 매달 CPI와 FOMC 발표 전후로 변동성이 큰데, 앞으로 남은 발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세 하락 국면이라 지수가 반등하기 쉽지 않다. 물론 약간의 반등이 나올 수는 있다. 3분기 기업 실적에 따라 반등 종목도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 나스닥 지수 하락세가 멈추고 바닥 다지기를 시작한다면 코스피도 거기에 맞춰 바닥이 보일 것이다. 문제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증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증시는 드라마틱하게 반등할 것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유동성 축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 번 올라간 근본적인 물가는 다시 내려오기 어려운데 종전되면 자연스럽게 잡힐 것이다."
이번 하락장이 중장기 투자자에겐 기회라고 보나.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마라'는 주식 명언이 있다. 지금은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는 애매한 포지션이다. 현재 투자자의 80~90%는 물려 있고, 여유 투자금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무리하게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신규 진입할 예정이라면 타이밍을 잘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바닥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는지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물려 있는 투자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개별 종목에 물렸다면 재무적인 리스크부터 확인한다. 재무 리스크가 있다면 손절매하고, 재무 리스크가 없고 버틸 여력이 있다면 버텨라."
최근 지수 ETF(성장지수펀드)에 투자한 이도 많다. 이 경우는 어떤가.
"지수는 내년 이맘때쯤이면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산업 사이클이 빠르게 돌아가고 경제 주체의 위기 대처도 빠르다.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몇 년이 지나야지 경제가 회복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2년가량 지나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코스피는 1년 뒤 어느 정도 회복했고 2년 뒤인 2010년에는 2000포인트 이상으로 올랐다. 이번에도 경기침체는 짧게 올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성장을 막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끝나면 예상보다 훨씬 빨리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경기침체는 1년도 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 투자법도 안 통하는 시기
지금까지 얘기를 종합해보면 당분간 투자하지 말라는 뜻인데."투자를 쉬는 것도 돈을 버는 방법이다. 최근 은행 예금금리가 3.5% 정도다. 현재는 주식으로 3.5% 수익을 내기도 힘들다. 한국에서 주식개인투자대회 우승자 중 세 손가락에 드는 나도 지금 쉬고 있다. 이 방법을 써보고 저 방법을 써봐도 투자가 안 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구간이다."
이럴 때도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이 있다. 무엇보다 주식투자자는 투자를 쉬는 게 쉽지 않다.
"올해도 기회는 엄청 많았다. 지난해 12월 로봇 관련주를 시작으로 1월에는 에너지 관련주, 2월에는 곡물 관련주 수익이 높았다. 짧게, 짧게 기회가 많았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기회에 대응이 안 되는 투자자라면 수익 내기 힘들었다는 뜻이다."
7월 26일 '투벤저스 스페셜' 인터뷰 당시, 2차전지 소형주를 주목하라고 했다. 이후 관련주들이 반등하며 드라마틱한 주가를 만들었다(주간동아 1350호 '남석관 대표 "제일 먼저 바닥 탈출할 기업은 실적 수반되는 2차전지"' 제하 기사 참조).
"지난번 인터뷰 무렵부터 금양은 2배 이상 상승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 중 실적이 좋고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서 잘 안 떨지는 종목을 구별했다 지수가 바닥을 다질 때 매수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 중 올해 상반기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13.2%나 된다고 한다. 앞으로 경제침체가 본격화되면 한계기업은 더 증가할 것이다. 최근 관리 종목에 넘어간 기업도 상당히 많다. 이런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솎아내야 한다."
2차전지 외에 주목할 분야는?
"폐배터리 시장이다. 2025년이 되면 폐배터리 시장이 600조 원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유럽은 폐배터리의 일정 부분을 재활용하는 것을 법제화했다. 폐배터리 시장은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다. 단, 최근 폐배터리 관련 종목 주가가 과하게 올라갔으니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달이 차면 기울 듯이 주식도 올라가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올라간다. 지금은 기다려야 하는 시기다."
2차전지 소형주 주목해야
"카카오, 네이버 두 종목 모두 기술적으로 보면 헤드앤드숄더다. 두 회사 모두 좋은 회사지만 앞으로 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주식은 한정된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 돈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안 찾는 종목에 투자하면 실패하게 된다."
카카오를 찾는 시대는 지났다고 보는 건가.
"카카오는 최근 성장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도 유행을 탄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카카오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옥석을 가려 투자 종목을 골라야 한다. 최근처럼 폭락장에서는 진짜 좋은 종목인데 그동안 비싸서 매수하지 못했던 종목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
현재 보유 중인 종목이 궁금하다.
"거의 없다. 나는 원래 주가 창이 파래지면 무조건 판다. 아무리 좋은 대형주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수십 년 동안 가치투자가 아닌, 시대에 맞춰 투자해왔다. 한국은 미국식 장기투자가 쉽지 않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눈여겨보는 종목이 있나.
"여전히 2차전지 소형 종목들이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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