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야구 천재' 오재원, 그를 대표하는 3가지 장면

김영준 기자 2022. 10. 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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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이 2019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 /연합뉴스

2007년 프로야구 두산에 입단해 16년간 활약하며 팀의 7차례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2015, 2016, 2019)을 이끌었던 2루수 오재원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상대와의 언쟁을 피하지 않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성격에 다른 팀 팬들로부터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특유의 재치있는 주루와 수비 센스만큼은 모든 야구팬의 인정을 받아 ‘야구 천재’라고 불렸다. 그라운드 내에서 보여주는 불 같은 모습과 달리 그라운드 밖에서는 어떤 선수들보다도 팬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2014 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 12 등에서 국가대표로도 활약했고 2015년의 두산의 주장으로 팀이 14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하면서 그는 베어스 선수와 팬들에게 정신적 지주로 남았다. 그러나 그의 야구 인생은 2019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해 타율 0.164에 그쳤고, 2020년 2할 타율을 회복했으나 지난해에 다시 0.167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17경기에 나서 타율 0.17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결국 그는 37세의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오재원은 8일 잠실에서 열리는 두산의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16년간 야구팬들을 웃고 울렸던 ‘야구 천재’ 오재원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장면 세 가지를 돌아본다.

◇도쿄돔을 침묵에 빠뜨린 ‘빠던’

‘오재원’하면 이 장면이 결코 빠질 수 없다. 일본과 도쿄에서 맞붙은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한국 대표팀은 일본의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막혀 8회까지 0-3으로 뒤지고 있었다. 9회초 대역전극의 시작과 끝이 오재원이었다. 오재원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치고 출루하며 한국의 공격이 시작됐다. 4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한 뒤 다시 찾아온 오재원의 타석. 만루 상황에서 오재원이 크게 배트를 돌렸고, 그는 홈런을 직감한 듯 배트를 높이, 그리고 멀리 던져버렸다. 일본 홈 관중으로 가득 찬 도쿄돔은 일시에 정적에 빠졌다. 오재원의 타구는 비록 담장 앞에서 상대 외야수에게 잡혔지만, 오재원의 호쾌한 ‘빠던’(배트 던지기)은 우리 국민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고, 그는 ‘오열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절정의 타격감 선보인 ‘사이클링 히트’

2014년 5월 2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8회말 타석에 오재원이 들어섰다. 그는 1회에 1루타, 2회에 홈런, 5회에는 2루타를 치며 물 오른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었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남은 건 홈런보다 치기 어렵다는 3루타. 게다가 경기 막판이라 이날 경기의 마지막 타석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상대 투수 황재규의 공을 받아친 오재원은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부터 3루타를 직감한 듯 했다.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전력질주로 3루를 공략했고 KBO(한국야구위원회) 역대 16번째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오재원의 타격감과 빠른 발을 함께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다혈질 성격 뒤에 숨겨진 훈훈한 동료애

2014년 4월 대전에서 열린 한화의 두산의 경기는 지금까지도 야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경기다. 한화 선발 송창식의 벌투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창식은 이 경기에서 1회에 구원 등판해 4와 3분의 1이닝 9피안타(4홈런) 3볼넷 12실점(10자책)으로 크게 부진했는데, 당시 한화 김성근 감독이 그를 교체하지 않아 문책성 벌투를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오재원은 그런 송창식을 상대로 5회에 배트 한번 휘두르지 않고 3구 삼진을 당했다. 삼진을 당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쿨하게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야구 팬들은 오재원이 송창식의 투구를 길게 끌지 않으려 고의로 삼진을 당하는 동료애를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물론 오재원이 명시적으로 ‘고의 삼진’을 밝힌 적은 없다. 그는 “칠 수 없는 공이었다”며 오히려 송창식을 치켜 세워주는 훈훈한 동료애까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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