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지적장애 가족 아픔 끌어안는 안과의사 윤상원씨

임채두 2022. 10. 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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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가족에게 '카렌시아'는 참 소중하더라고요."

전북 전주의 한 안과의원 원장인 윤상원씨는 사재를 털어 2016년 사단법인 '담장너머'를 설립했다.

담장너머는 부모들이 잠시나마 지적장애 자녀를 맡기고 힘을 충전할 수 있는 유일한 카렌시아였다.

매일매일을 힘겹게 살아내는 지적장애인과 가족의 '쉼'을 돕고자 마련한 게 담장너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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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큰딸 키워온 22년..장애인 자활 돕는 '담장너머' 설립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받았으니 갚아야죠" 기부 선순환
웃음 보이는 윤상원씨 [촬영:임채두]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지적장애 가족에게 '카렌시아'는 참 소중하더라고요."

전북 전주의 한 안과의원 원장인 윤상원씨는 사재를 털어 2016년 사단법인 '담장너머'를 설립했다.

담장너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장벽을 허물고 지적장애인의 자활을 돕는 주간보호시설이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스승과 동문 등이 담장너머에 후원을 아끼지 않은 덕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윤씨는 몇 해 전 담장너머에 자녀들을 보낸 부모 모임에서 우연히 '카렌시아'를 듣고 마음이 요동쳤다.

카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와 일전을 앞두고 잠시 홀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말한다.

담장너머는 부모들이 잠시나마 지적장애 자녀를 맡기고 힘을 충전할 수 있는 유일한 카렌시아였다.

지적장애 가족에게 이토록 소중한 공간과 시간은 윤씨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올해로 23살이 된 윤씨의 큰딸은 생후 18개월 때 자폐 진단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해졌던 그 순간은 시간이 흐른들 잊힐 리 없다.

발작을 일으키면, 몇 시간이나 소리치고 물건을 던지는 딸 아이를 붙잡고서 울음을 삼켜온 세월이 무려 22년이다.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도, 고액의 수입도, 고단한 삶 앞에 한없이 무력했다.

매일매일을 힘겹게 살아내는 지적장애인과 가족의 '쉼'을 돕고자 마련한 게 담장너머였다.

창문 하나 없던 치료실, 비좁은 공간을 벗어나 좋은 환경에서 치료를 받도록 배려하고 싶었다.

윤씨는 "재단 설립 초기 비용이 부담되긴 했지만, 설립 취지에 공감해준 많은 분이 후원해준 덕에 어렵지 않게 운영하고 있다"며 "일면식도 없는 분이 큰 금액을 선뜻 내놓기도 하고 친구들이 차량을 후원해주기도 한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 "내가 설립자이긴 하지만, 담장너머는 후원해준 분들이 운영하는 셈이고 응원과 격려로 커나가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의료봉사 중인 윤상원씨 [윤상원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윤씨는 이외에도 2013년부터 직업 특성을 살려 해외 의료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몽골, 필리핀, 캄보디아 등 열악한 환경의 나라를 돌며 진료를 하고 의료시설 개선에도 이바지했다.

아픈 큰딸을 안고 몽골에 갔을 정도로 의료봉사에 뜻이 깊었다.

임용택 JB금융지주 해외사업본부 총괄부회장은 몽골 의료봉사 현장에서 만난 귀한 인연이다.

당시 JB우리캐피탈 대표이사였던 임 부회장은 윤씨에게 자신을 "조그마한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한국에 가면 또 보자"던 임 부회장이 연락을 해와 인연을 맺었고, 윤씨는 그를 따라 고액 개인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도 가입했다.

윤씨는 2017년을 시작으로 2년 만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 밖에도 모교인 전북대학교에 후원하는 등 '기부 선순환'을 이어오고 있다.

윤씨는 "담장너머에 후원해준 분이 많기에 나도 기부를 안 할 수가 없다"고 웃어 보이면서 "병원 직원이 담장너머에 매월 일정 금액을 후원하고 싶다고 찾아왔을 때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해외 의료봉사 재개와 야간 보호센터 운영을 소망한다.

윤씨는 "코로나19 탓에 해외 의료봉사를 하지 못했는데, 의료사각지대에서 힘겨운 삶을 사는 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며 "지적장애 가족들은 야간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이런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기관도 분명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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