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이 젊어진다"..中 유커 빈자리, 해외 MZ세대로 채워

장영준 2022. 10.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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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어느 오후, 한국 관광에 나선 독일 청년들이 서울 명동 성당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명동이 젊어졌다.

"프랑스 친구들 모두 한국에 여행 오고 싶어 해요. 제가 친구들한테 한국에 간다고 하니까 '우리도 갈래!'라고 하더라고요."
-명동을 찾은 프랑스 여행객 마리본 씨와의 인터뷰 내용 재구성-

"'2022 명동 우주맥주 페스티벌'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참여했어요. 한 한국인 참여자는 자신이 외국에 온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오는 11월에도 명동 빛초롱축제가 예정돼 있어요. 다가오는 축제 역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올 거라 예상됩니다."
-'2022 명동 우주맥주 페스티벌' 주최자 형경복 엠일레븐커뮤니케이션 대표-

중국의 한한령과 코로나 여파 등으로 한동안 숨죽였던 명동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 '강(强)달러 국면에서의 원화 가치 하락'이란 외부적 요인과, 명동 일대를 중심으로 MZ세대를 겨냥한 K-콘텐츠 제공이라는 내부적 요인이 맞닿으며, 과거 '쇼핑'과 '먹을거리'에 의존하던 관광 트렌드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관광플라자에서 열리는 K-컬처 체험 프로그램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고, K-콘텐츠를 주제로 한 전시회 등도 해외 여행객 사이에 인기몰이 중입니다. 셔터를 내렸던 상점 문이 다시 열리고, 호객 행위를 하던 상인들도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근대 한국의 가장 오랜 관광명소 명동은, 지금 어떤 새로운 곳을 향해가고 있을까요?

서울 명동 인근에 있는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에서 해외 MZ세대를 겨냥해 K-아트를 전시해놓았다.


■ "K-아트로 해외 MZ세대 겨냥했습니다"

명동을 향한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역추적하면 지난 7월 한국관광재단에서 개관한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에 닿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핫'한 느낌 그대로, 이곳은 MZ세대 외국인 관광객이 주된 고객층입니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한국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기반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된 K-팝, K-드라마, K-아트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현재 권오상 작가의 K-콘텐츠 관련 조각 작품을 전시하고, 태극기가 새겨진 연등 그리기 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는 하이커 그라운드는, 9월 기준 일일 방문객이 약 2천 명(한국관광재단 자료 기준)에 이르며, 주 방문자 는 외국인들입니다.

하이커 그라운드 총괄 매니저는 쇼핑이나 먹거리에 치중했던 명동의 관광 문화가 젊게 변화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그는 "3년 전 명동이 쇼핑과 먹거리를 주로 내세웠다면 요즘은 다른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다"며 "글로벌 MZ세대를 중점적으로 고려했을 때, K-아트가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부상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총괄 매니저는 이어 "요즘 MZ세대 관광객은 직접 관광할 곳을 찾아보고 선택한다"라면서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오면 릴스(15초~30초가량의 짧은 영상)를 찍거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린다. 그렇게 이곳이 다른 외국인에게 알려지고 자연스레 영상이나 사진을 접한 이들이 다시 이곳을 방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인 관광객이 ‘한국 서예 교실’(Korean Calligraphy Class)에 참여해 서예를 배우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이 서울관광플라자에서 선보이는 'K-아트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입니다. 이곳에서는 떡 모양 비누, 노리개 방향제 만들기 체험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전통적 요소와 신세대 취향이 맞닿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9월에는 '한국 서예 교실'(Korean Calligraphy Class)이 열렸습니다. 붓,한지 등 전통 요소와 캘리그래피라는 신세대 취향이 접목됩니다.

서울관광플라자 관계자는 "매달 신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항상 좌석이 꽉 찬다"면서 "앞으로도 한국 전통과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서예 교실에 참여한 미국인, 일본인 등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한글을 쓰는 게 흥미로웠다"며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코로나로 장기 공실 중인 상가(좌측)와 이를 계기로 리모델링 중인 상가(우측)의 모습이다.


■ 카페에서 예술, 건축물까지 "지루할 틈이 없어요"

명동에서 만난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그야말로 다양했습니다.

맛있는 커피에 아기자기한 카페부터, 이른바 'K'로 시작되는 예술 콘텐츠들, 조선시대부터 20세기 레트로감성을 거쳐 최첨담IT까지 담아내는 다양한 건축물들에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이제 해외 관광객들이 명동에서 발견하고 체험하는 것들도 단순히 쇼핑과 먹을거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싱가포르인 관광객 찡루 씨는 "한국은 전통문화와 예술 쪽이 많이 발전된 것 같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관광객 미나와 리사팡씨는 '음악, 환경, 치안에 날씨, 커피'까지 거론하며 "한국 그 자체가 좋아요,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요"라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MZ세대의 관광은, 과거 세대의 관광과 다릅니다. 역사적 건축물, 고색창연한 박물관, 광활한 자연만이 그들을 끌어당기는 게 아닙니다. 작은 멋과 아기자기한 볼거리, 다양한 할거리, 일상과 떨어져 있지만 또 다른 일상과 만나는 곳, 바로 이런 MZ세대들의 특성을 고려해 명동 역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 "장기 공실"…명동에 분 리모델링 바람

다시 관광한국의 대표주자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명동에는 최근 건물 리모델링 바람도 불고 있습니다. '쇼핑의 역사가 담긴 장소'라는 외관의 고유한 느낌은 보존하면서, 내부에는 편리함과 첨단을 집어넣는 방식입니다.

명동리더스부동산중개컨설팅 대표는 "(명동이) 그동안 공실 걱정이 없던 탓에 40~50년 된 낡은 건물들이 많다."라면서 "이번에 장기 공실이 되자 건물주들이 리모델링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패션 분야 등을 포함해 움직이는 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명동을 찾은 프랑스인, 베트남인, 독일인, 말레이시아인 여행객들은 입을 모아, 명동의 대표적 매력으로 '예스러우면서도 세련된 건축물'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예쁜 공간을 찾아 사진을 찍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관광을 즐긴다고 합니다. 고유의 멋과 현대적인 느낌의 조화를 예고한 명동, 더 많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유커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 '유커' 빈자리 아직 못 채웠지만, 아쉬움 크지 않아

코로나 엔데믹 분위기 속에 해외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중심 상권이 부흥하곤 있지만, 뒷골목은 아직이라는 것입니다. 명동에서 노점을 하는 한 상인은 "과거 명동의 주요 관광객은 유커(游客, 중국인 여행객)들이었고, 그들이 쓰는 돈이 우리 수입의 대부분이었다."면서 "코로나로 중국의 봉쇄 정책이 계속되고 있으니 명동 상권이 회복되고 있다고 한들 예전 같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19년 602만여 명이었던 방한 중국관광객은, 코로나 발발 이후 2020년 68만여 명, 2021년에는 17만여 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워낙 존재감이 컸기에 '유커들의 빈자리를 메웠다'고 표현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 중국 이외의 아시아권 관광객과 서방 관광객 증가 추이는 뚜렷합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33만 5,958명으로, 올 1월 8만 9,754명이던 것에 비해 약 4배가량 불어났습니다.

중국의 한한령에 이은 코로나 쇼크는 한국의 오랜 관광명소 명동에 긴 겨울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명동은 그저 겨울잠에만 빠져있지 않았습니다.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아우르는 독특한 멋, 쇼핑을 뛰어넘는 다양한 관광 요소의 개발 노력 등은 본격적으로 관광이 활성화할 엔데믹 이후의 명동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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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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