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가 먹었다" 입소문.. 미국 지점 120개 낸 토종 치킨 브랜드

최혜승 기자 2022. 10. 1. 08: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매장 '0′ 미국 등 해외만 400개 매장, 본촌치킨 창업자 서진덕
지분 매각 후 국내서 햄버거 브랜드로 새 출발
"K치킨, 대한민국 마케팅에 편승할 생각 버려야"
"한국서 '본촌' 못 알려 아쉬워.. 이번엔 다를 것"
서진덕 본촌치킨 창업자가 크리츠버거 서울 강동역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본촌치킨 매장을 미국 등 해외에서만 400개까지 늘렸지만 2018년 회사 지분 55%를 매각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서울 강동역에 크리츠버거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매장을 열었다. "본촌치킨을 국내에는 알리지 못한 아쉬움을 크리츠버거로 만회할 것"이라고 했다. /크리츠에프앤비

‘국내 매장 0개’인데 잘나가는 토종 치킨 브랜드가 있다. 역설의 주인공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본촌(Bon Chon)’이다. 미국이나 동남아에서 본촌을 처음 본 한국인들은 “교촌치킨 짝퉁” 정도로 생각한다. 국내에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겐 정반대다. 본촌 치킨 해외 매장 수는 한국 치킨 브랜드 가운데 BBQ(500여개)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미국 120여개 지점을 포함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 9개국에 400여개 매장이 있다. 해외 매장 수로는 교촌치킨(65개)이나 BHC(2개)를 압도한다.

본촌치킨을 만들고 키운 것은 서진덕 본촌인터내셔널 회장 겸 크리츠에프앤비 대표이다. 본촌도 시작은 국내에서였다. 2002년 부산 해운대를 시작으로 부산·경남권에서 가맹 사업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2005년 조류독감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에 난항을 겪자 2006년 혈혈단신 도미(渡美)했고, 2006년 미국 뉴저지 포트리에 1호점을 열었다. 미국 최대 코리안 치킨 브랜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서 회장은 2018년 VIG파트너스에 본촌 지분 55%를 매각했고, 최근 새로운 햄버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음은 서진덕 회장과의 일문일답.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본촌' / 본촌

-K푸드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기 미국에서 본촌을 성공시킨 비결이 뭔가.

“절박함이었다. 사실 미국 교포가 가맹점을 내고 싶다고 해서 덜컥 미국으로 갔지만, 이미 한국 사업이 벼랑끝에 몰린 상태라 가진 돈은 1000달러였고, 영어도 잘 못했다. 여기서 못하면 끝이고 한국에 못 간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밤낮도 휴일도 없이 일했고, 주방에서 가맹점주들과 함께 치킨을 만들고 설거지도 하면서 함께 사업을 키워나가다보니… 어느덧 매장은 300개가 넘어 있더라.”

-뉴욕 길거리에서 10명에게 ‘두유 노 본촌(Do you know Bon Chon)’ 물어보면 몇 명이나 알까?

“10명 가운데 3명은 알 것 같다. 맨해튼 본촌 직영점은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미국을 오갈 때면 비자에 본촌 인터내셔널이라고 적힌 걸 보고 현지 출입국 직원들이 ‘너가 그 본촌 창업자냐’고 물은 적도 많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현 메타 대표 마크 저커버그가 본촌에서 치킨 먹었다는 일화가 있던데, 사실인가.

“2011년 저커버그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본촌 서니베일점에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와서 식사한 적 있다. 그 이후에 계속 왔는 지는 잘 모르겠다. 저커버그가 먹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 지점에 손님이 늘었다. 해당 매장은 월 매출 2000달러(약 285만원)였는데 저커버그 방문 이후엔 월 매출이 8000달러(1140만원)까지 늘었다고 한다.

- ‘치킨 빅3 업체′(교촌, BBQ, BHC) 먹어봤나. 최근 이들 업체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본촌의 해외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BBQ의 황금올리브 치킨 좋아한다. 그래도 본촌이 가장 맛있다. 우리 치킨의 장점은 중독성 강한 소스다. 이 소스로 마니아층이 확실하다. 본촌은 2006년 한국 외식 브랜드 중 선두로 해외에 진출해 이미 사업 기반이 잡혔다. 미국 본사 경영진도 한국 사람이 아닌 현지인이다. 이제 해외에서 확장하고 있는 치킨 업체들과 비교하긴 어렵다고 본다.”

-‘K-치킨’ 등 해외에 부는 한식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나.

“한류 문화가 인기 있다 보니, 요즘에는 식당들이 브랜드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이미지 자체를 팔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선 한국인이 운영하지 않는 한식당도 많은데, 한국 마케팅만 할 뿐 맛이나 매장 관리가 잘 안된다. 현지인들이 이런 식당에 들른 뒤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 대한민국 마케팅에 편승하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엔 맛으로 승부해서 브랜드를 각인 시켜야 한다.”

-미국 닭과 한국 닭의 차이는 없나. 최근 한 맛블로거가 한국닭은 맛이 없다는 이야기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요리법에 따라 적합한 닭의 크기나 종류는 다르다. 미국 육계 시장에도 옐로 미트(Yellow meat)는 닭이 크다. 대신 닭 껍질에 기름이 많아 반죽이 잘 묻지 않는다. 미국 버팔로윙의 경우 반죽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옐로 미트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장마늘 치킨은 반죽과 소스 발림 등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본촌 사업할 때도 한국 육계와 비슷한 크기의 화이트 미트(White meat)를 사용했다. 오히려 공급받은 닭이 크면 바꿔달라고 한 적도 있다.”

- ’본촌은 미국이나 동남아 현지인 입맛에 맞췄다. 한국인에겐 안 맞는다’는 블로그 후기들이 있다.

“사업하며 느낀 건 전 세계 사람 입맛은 다 똑같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맛없으면 미국인도 맛없고, 미국인이 맛있으면 한국인도 맛있다. ‘LA북창동 순두부(BCD)’도 미국에서 맛집으로 유명해지면서 한국으로 역수출하지 않았나. 게다가 우리는 국내 사업 당시 썼던 소스를 20년 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한국인도 우리 치킨 좋아한다.”

- 한국인도 좋아하는데 왜 한국에 매장이 없나.

“2018년 본촌 최대주주가 된 VIG파트너스의 경영 판단으로 국내 사업을 접었을 뿐, 치킨의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고향인 한국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본촌 브랜드의 이름을 날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최근 햄버거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서 회장은 최근 ‘크리츠버거’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고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1호 매장을 서울 강동역 인근에 냈다.)

-강점인 치킨을 버리고 햄버거로 도전하는 이유는?

“크리츠버거는 치킨 패티에 코울슬로를 얹은 치킨버거다. 햄버거와 어울리는 간장과 고추장 소스를 개발하는 기간만 2년 가까이 걸렸다. 치킨처럼 햄버거도 대중성이 있다. 한국식 햄버거로,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성공하고 싶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