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옥상, 유네스코 산사..가을 정원이 유혹한다
최승표 2022. 10. 1. 07:00
산책하기 좋은 10월이다. 어디를 가나 바삭바삭한 가을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좋을 때다. 정원을 거닐며 계절을 느껴보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10월에 가볼 만한 정원을 추천했다. 미술관 옥상 정원부터, 그림 같은 조선 화가의 화실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정원 4곳을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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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감 넘치는 원형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지난해부터 다른 국립미술관과의 차별화, 야외공간 활성화를 위해 'MMCA 과천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6월부터 1년간 진행하는 전시가 '옥상정원 ― 시간의 정원'이다. 조호건축 이정훈 건축가가 과천관 옥상에 지름 39m의 거대 구조물을 설치했다. 2층에 조성된 원형정원뿐 아니라 멀리 청계산, 저수지 등 주변의 수려한 자연 풍광도 볼 수 있다. 원형정원, 동그라미 쉼터 등 과천관 내·외부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관람객이 전시를 보는 중간에 쉼과 산책,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과천관을 찾는다면 4년만에 선보인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도 꼭 보길 권한다. 관람 무료,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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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품은 천상의 화원
충북 옥천 수생식물학습원은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뜬 명소다. 이름처럼 수생식물을 재배하고 보존하는 곳으로, 대청호에서도 경관이 빼어난 호수 변에 자리한다. 학습원이 생긴 사연이 흥미롭다. 목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주서택 원장이 2003년 학습원을 만들었다. 『내 마음속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 같은 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 주 원장은 이제 식물 공간으로 사람들을 보듬어준다. 다양한 식물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는데 하이라이트는 ‘천상의 바람길’이다. 호젓하고 아기자기한 산책로 곳곳에서 불쑥불쑥 대청호가 나타나는 풍광이 압권이다. 어른 6000원,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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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 속 비밀의 화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북 안동 봉정사에는 부속 암자 영산암이 있다. 우화루의 작은 문으로 허리 굽혀 들어가면 옛집과 마당이 어우러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영산암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전각 6동 한가운데 자리 잡은 마당에는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같은 화초가 어우러져 근사한 정원을 연출한다. 3단으로 된 마당 아래쪽에 풀꽃이 있고, 가장 넓은 중간 마당은 바위 위에 솟아오른 소나무를 중심으로 배롱나무와 석등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성각이 있는 위쪽에서는 마당이 한눈에 보인다. 봉정사 관람료 어른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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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머물던 공간
전남 진도에는 조선 후기 화가가 머물던 근사한 화실이 있다. 소치 허련(1809~92)이 말년에 낙향해서 지내던 '운림산방'이다. ‘남종화의 대가’로 불린 허련은 최초의 한글 소설을 쓴 허균의 후손이자 추사 김정희의 제자였다. 운림산방은 ‘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뜻이다. 이름만큼 풍경이 기막히다. 소치1·2관에서는 허련부터 5대에 이르는 작품과 홀로그램, 미디어 아트 등을 볼 수 있다. 관람료 어른 2000원.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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