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파이크] 亞쿼터 도입...여제는 유소년 투자 외치고, 연맹은 아시아 문 열었다

권수연 2022. 10.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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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FIVB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아시아쿼터, 지금의 한국 배구에는 약일까? 독일까?

한국배구연맹(KOVO)은 "9월 30일 제19기 1차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 여자부 외인선수 연봉 인상, 2023 외인 선수 트라이아웃 등에 대한 안건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023-24시즌부터는 아시아 선수들을 국내 코트에서 보게 될 전망이다. 선수 선발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실시되며 동아시아 4개(일본, 몽골, 대만, 홍콩)와 더불어 동남아시아 6개국(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총 1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아시아쿼터제 자체는 이미 프로스포츠 종목 일부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축구, 남자농구에서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남자농구는 결이 다르다. 국내 선수의 일본 진출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해당 안건은 제 7구단인 페퍼저축은행이 창단되면서부터 논의에 급격한 물살을 탔다. 당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아시아 쿼터제를 재론하고 싶다"며 "우리 팀의 경기력이 떨어지면 리그 전체에 영향을 준다, 대승적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김연경 없이 세대교체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12전 전패라는 쓰라린 성적을 안고오며 가속이 붙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최근 나선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체웬랍당 어르헝(염어르헝)ⓒ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이미 페퍼저축은행은 몽골 출신의 체웬랍당 어르헝(염어르헝)을 귀화시켜 데려오며 전체 구단 중 가장 먼저 아시아쿼터제 구단의 형태를 선보였다. 한국 외의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가 국내 신인 드래프트 1순위가 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토종 선수가 설 곳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학창시절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 국내 선수들은 훈련시간이 부족한데다 폐쇄적인 환경에서 발전없이 반복되는 부실한 기본기를 배울 확률이 높다.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면 이미 기본이 갖춰진, 가성비가 좋은 선수들이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인기를 고려해 단기에 성적을 내야하는 구단에서는 오랜기간 키워서 써야하는 신인 선수보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즉전감을 원하게 된다. 때문에 이미 자리를 잡고 주전으로 뛰는 고참들 외에 어린 선수들이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진다.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은 국내 유소년 선수들을 잘 키우고, 더 많은 국내 선수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러나 용병제에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 김연경이 용병제를 찬성했던 이유는 "국내 선수들이 좋은 점을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국내 선수 발전에 초점을 맞췄기에 용병제의 장점을 바라봤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용병의 등 뒤에서 오랫동안 함께 뛰었던 한국 배구 대표팀은 경기력이 안정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세터들은 국내 리그에서는 비교적 부담없이 외인에게 볼을 올렸다. 하지만 국제무대, 한국 선수들끼리 뭉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앞길이 캄캄하다. 

2022 세계선수권 경기를 치르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FIVB

또 한편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는 일방적인 '해결사' 하나가 코트 안에서 더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몰빵'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는 순수 토종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수들은 해외에서 들여오는데 왜 감독들은 국내 감독만 돌려쓰느냐, 어떤 A급 선수를 들여와도 지도방법이 똑같으면 발전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남자 프로배구단 대한항공만이 유일하게 외국인 감독을 사령탑으로 두고 있다. 

반면,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내 리그의 수준이 더 올라갈테니 좋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게다가 거물급 국내 에이스들의 몸값이 막대하고 샐러리캡은 한정돼있기에 일부 구단에서 페이컷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구단에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의미다.

좋은 전력을 수급해 에이스들의 몸값을 안정화시키면, 위기를 느낀 국내 선수들도 아시아쿼터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보다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견해도 보인다. 한 마디로 토종 선수의 자리를 줄여서라도 경쟁 구도를 만들어 실력을 전체적으로 향상시키자는 의미다. 

현재 저출산 문제로 선수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좋은 대안이라는 의견도 보인다. 리그 수준 향상에 따른 배구 흥행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구단 감독들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체로 "찬성"의 입장을 드러냈다. 사정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리그 인기가 표면적인 이유다. 

아시아쿼터제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연맹이 변동없이 밀고 나간다면 당장 다음 시즌부터 태국, 몽골, 베트남, 일본 선수들이 한국 코트에 나서게 된다. 양날의 검이 될 아시아쿼터제가 국내 V-리그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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