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살인' 청년 징역 7년..법원 "사회적 단절 원인"
[앵커]
혼자서 아픈 가족을 돌보는 젊은이들을 '가족돌봄 청년' 또는 '영케어러'라고 부릅니다.
이들 대부분은 생계와 돌봄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지만, 일부는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해 가족을 방임하는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요.
며칠 전 지적 장애 동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오빠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이예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30대 남매가 살았던 이 집엔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사건은 두 달 전, 무더운 여름에 일어났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이 화장실에 쓰러졌다".
함께 살던 오빠의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 이미 동생은 숨져 있었습니다.
사인은 폭행과 영양실조.
오빠 A 씨는 학대 치사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그제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 구형인 징역 10년보다 낮았는데, 재판부는 "두 사람이 사회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한 것이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단절'은 언제부터였을까?
가장이었던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7년 전, 비극은 잉태됐습니다.
엄마를 요양병원으로 떠나보내자 집에 남은 건 남매뿐이었는데, 동생은 또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었습니다.
온종일 간병이 필요한 상황.
오빠는 더 이상 바깥 생활도, 경제 활동도 불가능해졌습니다.
A 씨는 이곳에서 홀로 동생을 돌봐왔습니다.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탓에 남매는 정부 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은둔'의 하루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4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으세요?) 네, 얼굴을 몰라 가지고."]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자 오빠는 더이상 견디지 못했습니다.
동생을 책망하며 굶기고, 때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장성원/A 씨 변호인 : "초기에는 피고인이 여동생을 잘 케어했다고 해요. 근데 스트레스가 계속 심화되다 보니까 체벌이 이어지게 되고. 자신도 사실은 보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온전한 정신이 있지 않고..."]
이런 비극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KBS가 판결문을 검색한 결과, 생활고 속에서 가족을 간병하다 끝내 범행에 이른 경우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나 홀로) 케어(돌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그런 식의 여러 가지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돌봄에 대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 돌봄(서비스)의 양을 확대한다든지 그런 식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겠습니다."]
가족을 숨지게 한 사건의 본질, 죗값을 치를 '범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묻습니다.
우리는 바깥으로 아예 나갈 수가 없는데 간병과 생계 두 무거운 짐을 어떻게 동시에 짊어질 수 있을까요?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박찬걸 허수곤/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지혜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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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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