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골프를 하면 3타나 줄어든다고? [라이프&골프]
종종 함께 골프를 하는 고교 선배는 골프 걷기 예찬론자다. 몸이 불편하거나 진행상 특별한 상황을 빼고는 카트에 앉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동반자들이 티샷을 끝내면 바로 페어웨이로 걸어 나간다. 롱 홀에선 최소 클럽 두 개 이상을 갖고 간다. 우드와 롱 아이언, 그리고 웨지다.
카트보다 늦게 공이 위치한 라인에 도착하지만 실제 진행 속도는 빠르다. 캐디에게서 클럽을 건네 받지 않고 거리도 본인이 직접 측정기로 잰 다음 바로 샷에 들어간다.
그린 주변에선 공을 떨어뜨릴 지점을 반드시 가늠하려고 그린까지 갔다가 공 위치로 되돌아온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핀까지 굴러갈 거리를 머릿속에 넣는다.
보통 걸어가기 귀찮고 번거로워 핀까지 거리만 확인하고 웨지 샷을 한다. 그는 그린 주변까지 가서 확인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기 진행이 느린 것도 아니다.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어 동료들보다 진행이 원활해 흐름을 리드한다.
웨지로 핀에 공을 붙이는 능력이 탁월한 것은 기술적인 면도 있겠지만 그의 발품 덕분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굳이 감수한 덕분에 그에겐 '어프로치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후 시계 방향이나 반 시계방향으로 돌아 공 위치에 다가가 직접 마크를 하고 공을 들어올린다. 본인이 라인 읽기를 주도하고 처음 가는 골프장에선 캐디에게 방향만 물어본다.
그는 10여 년 전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종합검진 결과를 받아 좋아하는 골프부터 걷기에 들어갔다. 평소에도 하루 1만보 걷기를 생활화한다.
"일반 골퍼들이 전장 6.5㎞ 전후의 코스를 걸으면 1만보가 나옵니다. 소화작용과 스트레스 해소, 심폐기능, 신진대사에 두루 좋아요.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걷기를 추천합니다."
오재근 한국체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는 골프 걷기를 생활화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카트만 타고 다닌다면 운동이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굴곡이 심한 한국의 산악형 골프장에서 계속 걷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계속 걸으면 유산소 운동으로 심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오 교수는 말한다.
18홀을 걸으면 1000~1500㎉를 소모해 심혈관 기능이 좋아지고 필드의 초록색은 안구를 정화한다. 예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골프를 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신체 균형이 양호하다.
종일 걷고선 욕실에서 2~3㎏ 빠진 것을 확인하고 과식해서 귀가하면 체중이 원위치되거나 늘어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맛있다고 양껏 먹거나 마시면 애써 줄인 체중을 허무하게 날린다.
골프부킹업체인 XGOLF가 가을에 걷기 좋은 골프장을 소개했다. 수도권 골프장으론 푸른솔포천과 필로스CC가 꼽혔다.
충청권에선 백제와 떼제베, 강원권 파가니카도 걷기 좋은 골프장으로 소개됐다. 전라도엔 고창과 파인힐스, 경상도에선 거제뷰가 선정됐다. 이용자 후기를 반영한 데이터베이스와 골프장 관계자 의견을 취합해 선정했다고 조성준 XGOLF 대표는 밝혔다.
골프를 하는 시간의 70% 이상을 엉덩이를 카트 좌석에 붙이는 동안 과자나 음료수만 축낼 확률도 높아진다. 걷기 골프를 하면 3타 정도 덜 나온다는 미국의 헬스·스포츠사이언스 보고서도 있다. 뇌피셜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스윙 리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린피에는 자연을 즐기고 아름다운 코스를 걷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 카트를 타고 쌩 하고 지나가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인프라다. 공을 멋지게 날려놓고 양탄자 같은 잔디를 걷는 즐거움을 어디에 견줄까. 걷는 것은 또 다른 명상이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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