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금융리더]④ “기대 이상 달성하는 것이 철칙”… 김소정 하나은행 디지털경험본부 부행장
이커머스와 은행 모두 디지털로 통해
‘기대 이상’ 되려는 노력이 성장의 밑거름
데이터 기반 종합금융 플랫폼이 목표
이전 직장에서 멘토로 삼던 선배가 그러더군요. ‘여성들이 업무는 잘하는데, 네트워크가 매우 부족해. 그래서 일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고, 잘하는 일을 본인 외부로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요. 실제로 입사할 땐 남녀 비율이 반반이어도 위로 갈수록 여성 비중이 줄어들죠.
제가 거쳐온 회사들은 여성 인재를 교육하는 부분에 조직적으로 투자를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리더의 강연을 듣고, 인맥을 쌓을 수 있는 등 스폰서십 제도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수반됐죠.
14일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본사에서 만난 김소정(51) 하나은행 디지털경험본부 부행장은 우리나라 디지털 산업 환경과 변곡점을 같이한다. 1994년 이랜드그룹에 입사해 생활용품 상품기획자(MD)를 담당했던 김 부행장은 인터넷이 등장했던 1999년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 인터넷사업부로 옮기며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발을 들였다.
김 부행장은 2003년부턴 이베이코리아로 이직해 15년간 근무하며 디지털 마케팅 등 신규사업을 이끌었고,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선임됐다. 이후 배달 중개 플랫폼이 인기를 끌던 2020년 요기요 등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서 신사업본부장을 맡았다. 김 부행장은 지난해 5월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이자 첫 여성 부행장으로 신규 선임돼 현재 디지털경험본부에서 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김 부행장은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할 당시 이베이의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 ‘WIN(여성 이니셔티브 네트웍스·The Women’s Initiative Network)’을 통해 국내외 리더와 만나 교육을 받고, 리더십 트레이닝을 받았던 점이 큰 도움이 됐다”며 “하나금융그룹에도 지난해부터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라는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1기 수료자 중 2명이 지난해 말 본부장으로 선임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경력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운이 좋았다. 어떤 하나의 산업이 성장하는 초창기에 들어가서 그 산업의 성장 발전을 계속 경험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다양한 업무들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컴퓨터가 없었던 회사에 들어가 워드프로세서 타이핑(입력)부터 시작했지만, 그만큼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그 안에서 다양한 업무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유통업계에 오래 있다 다른 업종인 금융업계로 왔다.
“오프라인 유통업·온라인 이커머스 마켓 등 유통업계에 오래 있다가 은행에 왔는데, 결국은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로 다 통한다. 디지털의 핵심은 산업이 리테일(소매)이냐 금융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 안에서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이 사람들에게 딱 맞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로 전환되는 것 같다.
금융업 경험이 하나도 없는 이를 담당자로 데려온 것 자체가 하나은행이 디지털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른 업종에서 오래 일했던 만큼 낯선 시각으로 사업을 분석하고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 부분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업무상 철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옥션에 입사했을 때 첫 사수가 말씀하셨던 ‘기대 이상(beyond expectation)’이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이번에 100만큼 해야 해’라는 미션을 줬을 때, 100을 하면 그것은 해야 할 목표를 당연히 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들에 대해서 인사이트를 찾아서 120을 결과로 가져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내가 이만큼 기대했는데 네가 120만큼 갖고 왔네’라고 하는 부분들이 결국은 조직의, 혹은 개인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된다.”
‘기대 이상’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초반에 집중적으로 내게 주어진 기회에 대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우선 그 업계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에서 처음 온라인 MD로 일하게 됐는데, 출근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당시 인터넷사업부에 채용된 대부분의 인력이 온라인 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취미를 컴퓨터 공부로 바꿨다. 학원에 등록해 포토샵, 엑셀, 홈페이지 등을 배웠다.
최근에 가장 ‘열공(열심히 공부)’한 것은 은행에 입사해서다. 하나은행에 디지털 캠퍼스가 있는데, 신입사원을 위한 기초 개념 설명부터 심화된 내용까지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출퇴근하는 시간에 태블릿 PC에 항상 강의를 켜놓고 순이자마진(NIM)은 뭔지, 부동산 대출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공부했다.”
디지털 전략에서 은행만의 강점이 있다면.
“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휴먼터치(Human Touch) 기반으로 손님 만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채널과 오프라인 영업점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손님이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채널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 경우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과 상담할 수 있다는 점도 은행만의 차별점이다.
또 다양한 금융 수요를 가진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프라와 자산관리의 노하우가 있다. 가령 고액자산가의 경우 전담 프라이빗 뱅커(PB)와 대면 상담을 통해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는 동시에 자산관리를 디지털과 오프라인 영업점포를 연계한 디지털 PB도 활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향후 디지털 혁신 방향은 무엇인가.
“손님 중심의 데이터 기반 종합금융 플랫폼을 추구한다.
하나은행의 디지털 채널인 하나원큐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말하자면, 우선 하나금융그룹 상품서비스의 연계다. 손님의 입장에서 하나은행의 금융서비스만이 아니라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생활 전반의 상품·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다음으로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비금융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하나원큐에선 하나금융그룹이 후원하는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골프(KPGA, LPGA), 포뮬러 e, 테니스 등 스포츠 관련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앱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증명서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손님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쉽고 편리한 사용자 경험 환경(UI·UX)을 제공하고자 한다. 일례로 하나원큐 앱 내 시니어 세대를 위한 ‘간편모드’를 적용했다. 간편모드는 큰 글씨 기반에 시니어세대들을 위한 콘텐츠를 간결하게 노출해 이용을 쉽게 했다.”
금융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금융권에 와서 보니 하나의 또 다른 작은 사회라 할 정도로 분야가 다양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론 본인이 맡을 업무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은행 인턴십이나 대학생 자문단, 홍보대사 등 프로그램을 많이 참여해보면 좋을 것 같다.
또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은행의 업무들이 하루하루 다이나믹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 상황에 발 빠르게 적응해서 주도적으로 업무의 아이디어를 내고, 서비스를 제안하는 부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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