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뚫는 증시에 '패닉셀링'..남은 개미들은 LG이노텍을 담았다

권유정 기자 2022. 10.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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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 이어 개미도 순매도 행진
LG이노텍, 삼성전자 제치고 순매수 1위
"주가 낙폭 과대..아이폰 수혜 기대 여전"

국내 주식시장이 연일 휘청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외국인과 기관 중심으로 보였던 ‘패닉셀링’(공포에 의한 투매) 현상이 개인투자자로 번지고 있지만, 애플 부품주에는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LG이노텍은 코스피지수가 5% 넘게 빠진 일주일 동안 삼성전자를 제치고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30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5.44포인트(0.71%) 하락한 2155.4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 한때 연저점인 2134.77까지 하락했고, 이후 소폭 반등하며 낙폭을 만회했다.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지수는 약 5.9% 하락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킹달러(미 달러화 초강세),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가스관 유출 사고, 영국 파운드화 쇼크 등이 맞물리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기관에 이어 개인도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번 주 들어 개인은 28일(3236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거래일에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개인은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5, 13, 20일을 제외한 나머지 12거래일 내내 순매수로 대응해왔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4거래일, 기관은 11거래일 동안 순매도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내 LG이노텍. /뉴스1

하지만 개인 자금이 증시를 빠져가는 사이 국내 대표 애플 부품주로 분류되는 LG이노텍 투자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29일 동안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LG이노텍(약 1191억원)이다. 개인의 LG이노텍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약 1156억원)를 웃돌았다. KB금융(약 550억원), POSCO홀딩스(약 487억원) 등이 뒤를 이었지만 순매수 규모는 1000억원 미만으로 집계됐다.

연말로 갈수록 LG이노텍 주가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개인 순매수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LG이노텍(종가 27만3500원) 주가는 약 24.9% 하락했다. 아이폰 14 시리즈 판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등을 기반으로 실적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재 기업 가치는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LG이노텍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4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의 프로(Pro) 시리즈 판매 비중은 아이폰 13 시리즈 47%에서 아이폰 14 시리즈는 60%로 상승할 것”이라며 “LG이노텍은 프로 시리즈 판매 강세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만큼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긴축 여파로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LG이노텍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LG이노텍이 속한 IT 하드웨어 업종은 대표적인 국내 수출 산업으로 매출 및 원재료 구입에 미 달러화, 유로화 등 글로벌 기축통화를 많이 사용한다. 글로벌 각지에서 현지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기도 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대부분의 관련 업체 매출 및 영업이익 추정치는 상향 조정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세트보다는 부품 회사에 더 긍정적”이라며 “부품은 주요 글로벌 세트 업체에 B2B 형태로 공급하기 때문에 달러 매출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그는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추정 영업이익이 LG에너지솔루션은 46%, LG이노텍은 36.1%, SK하이닉스는 35.9%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며칠 동안 애플 관련 이슈에 주가가 변동성을 키우기는 했지만, 과도한 우려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LG이노텍 주가는 중국의 아이폰 14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평가와 애플이 아이폰 14 시리즈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맞물리며 연일 휘청댔다. 월스트리트의 혹평에 애플 주가가 5% 가까이 빠지자 이튿날 주가가 덩달아 고꾸라지기도 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설령 애플의 전체 아이폰 14 시리즈 출하량이 줄어들더라도 아이폰 프로 시리즈 판매 비중이 월등히 높은 만큼 애플과 부품사들 실적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단일 시장 3일 출하량을 갖고 아이폰 14 시리즈 실패를 논하기 어렵다”며 “최근 애플 이슈로 인한 주가 하락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LG이노텍 등 부품 업체들 대상으로 확인해본 결과 애플의 주문 취소(Order cut) 등 물동 변화는 없었고 여전히 9000만대 생산 체제를 유지 중”이라며 “아이폰 14 프로 시리즈 시장 반응이 우호적이라서 오히려 프로 시리즈 생산을 늘리는 생산 라인 변경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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