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분명하지만..아직 끝나지 않은 '최고령 투수'의 여정[슬로우볼]

안형준 2022. 10.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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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힐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1980년생 좌완 리치 힐은 2022년 42세 시즌을 치렀다. 두 차례 부상자 명단을 경험했고 25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118.1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다. 8승 7패, 평균자책점 4.41. 선발투수로 15경기 이상 등판한 시즌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내년 3월이면 43세가 된다. 하지만 힐은 아직 유니폼을 벗을 생각이 없다. 9월 30일(한국시간) 보스턴 언론 매스라이브에 따르면 힐은 "나는 내가 풀시즌을 뛸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32경기에 선발등판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내년에도 보스턴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다.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올시즌 보스턴과 1년 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힐은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이제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고 성적도 떨어지고 있다. 1980년생 동갑내기 알버트 푸홀스는 올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힐 역시 은퇴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 하지만 아직도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열망이 강하다.

현역 최고령 투수인 힐은 '대기만성'의 대명사다. 커리어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1999년 고교 신인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신시내티 레즈로부터 36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계약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2년 뒤 2001년 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한 힐은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A)로부터 7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역시 계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2년 세 번째 드래프트에 참가해 시카고 컵스의 4라운드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세 번이나 드래프트에 참가한 끝에 프로 무대에 입단했지만 돋보이지 못했다. 싱글A에서부터 고전한 힐은 2005년에야 처음으로 더블A 무대를 밟았다. 2005년 빠르게 트리플A까지 통과해 빅리그 데뷔를 이뤘지만 빅리그의 벽은 높았다. 데뷔시즌 10경기 평균자책점 9.13으로 부진했고 2006년에는 마이너리그를 오갔다. 2007년 비로소 풀타임 선발투수 자리를 얻었고 32경기 195이닝을 투구하며 11승 8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지만 2008년 부진과 부상을 겪으며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2009년 시즌을 앞두고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 된 힐은 팔꿈치, 어깨 부상을 겪으며 그 해 빅리그에서 57.2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길고 긴 '유리몸' 행보의 시작이었다. 힐은 시즌 종료 후 방출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입단했지만 6월 다시 방출됐다. 이어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팔꿈치 부상에 계속 시달렸고 2011년에는 토미존 수술도 받았다.

2012시즌 종료 후 보스턴을 떠난 힐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와 계약해 불펜으로 한 시즌을 치렀지만 63경기 38.2이닝, 평균자책점 6.28로 크게 부진했다. 이후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 워싱턴 내셔널스, 보스턴 등을 더 거쳤지만 건강의 벽에 가로막힌 시간은 계속 이어졌다. 그 사이 힐은 독립리그까지 경험했다.

반전은 2016년 일어났다. 2016시즌을 앞두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입단한 힐은 오클랜드에서 전반기 13경기에 선발등판해 76이닝을 투구하며 9승 3패, 평균자책점 2.25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다저스 입단은 빅리그 데뷔 12년만에 찾아온 첫 전성기의 시작이었다.

힐은 다저스에서도 건강하지 못했다. 매 시즌 부상자 명단을 오갔고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7-2018시즌 2년 연속 11승 이상을 거뒀고 2019시즌까지 4년 동안 69경기 361.1이닝을 소화하며 30승 16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2017-2019시즌에는 3년 동안 4,800만 달러의 연봉도 받았다.

다저스를 떠난 뒤에는 2020년 미네소타 트윈스, 2021년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메츠에서 활약하며 2년 동안 40경기 9승 10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거의 시즌 내내 건강도 유지했다. 하지만 보스턴에 세 번째 입단한 올시즌에는 건강도 성적도 모두 좋지 않아졌다.

보스턴도 힐을 마다할 상황은 아니다. 힐은 올시즌 보스턴에서 3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 크리스 세일이 계속 부상에 시달리는 보스턴은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것은 물론 검증된 경력을 가진 선발투수도 부족한 상태다. 힐이 올시즌 정도의 기량만 유지해도 보스턴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다만 불안요소는 있다. 올시즌 성적 하락이 단순한 불운은 아니었다. 구속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모든 구종이 전반적으로 회전수가 감소했다.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지난해에 비해 약 6푼 오른 것은 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40대에 진입한 뒤 하락한 탈삼진 능력은 올해도 아쉬웠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가 아닌 만큼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불안요소임은 분명하다. 또 매년 시달리는 각종 부상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생일이 약 2개월 빠른 푸홀스가 올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고나면 힐은 현역 최고령 선수가 된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공을 던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힐이 과연 다음시즌에도 빅리그 마운드에 당당히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힐은 빅리그 18시즌 통산 349경기 1,253이닝을 소화했고 82승 59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자료사진=리치 힐)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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