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는 환율..해외 매출 높은 게임업계는 '반색'
美 금리 인상 기조로 환율도↑..당분간 매출 긍정적일 듯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일부 게임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거액을 들여 해외 게임사를 인수한 넷마블은 인수대금 달러 납입 규모가 커지면서 압박을 받게 됐다. '킹달러'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환율 증가로 웃는 게임 업계…일시적 실적 개선 기대감
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은 33%부터 94%까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크래프톤, 넷마블, 펄어비스 등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들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내 게임사는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 약 94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94%에 달하는 약 8933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크래프톤은 국내를 제외한 해외 결제가 모두 달러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근의 달러 강세 현상은 향후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매출의 81%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펄어비스 또한 달러 강세 효과로 이득을 볼 전망이다.
펄어비스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 2511억원 중 달러 규모만 1억5697만달러(약 2029억원)에 달한다. 외화자산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 현금과 매출 채권이다.
펄어비스는 당시 환율 1292.9원에서 5% 증가하면 98억2300만원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높은 환율을 기록했던 28일(1439.9원)을 기준으로 하면 1292.9원보다 약 11.3% 증가해 펄어비스는 약 222억원의 환차익을 보고있다고 할 수 있다.
◇'강달러'가 반갑지 않은 넷마블…높은 해외 매출 비중은 '다행'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도 '강달러' 현상이 마냥 반갑지 않은 기업도 있다. 지난해 거액을 들여 소셜카지노 게임사를 인수한 넷마블은 달러로 지급하는 잔금 규모가 증가할 예정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8월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의 지분 100%를 21억9000만달러(당시 기준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거래대금은 자체 자금 및 인수 금융으로 조달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넷마블은 KEB하나은행으로부터 약 1조7786억원을 차입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스핀엑스의 전체 인수 대금 80%는 계약 종결 시 지급하고 잔금 20%는 4년에 걸쳐 지급할 예정이었는데 '강달러' 현상으로 부담할 금액의 잔금 규모는 기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남은 잔금을 1년에 5%씩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넷마블이 1년마다 지급할 금액은 약 1억950만달러이다. 인수를 밝힌 당시 차입금의 환율은 1147.5원이었는데 28일 환율과 비교하면 약 292원 정도 차이가 발생한다. 즉 최근과 같은 환율에서는 당초 예상한 금액보다 회당 약 320억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것은 넷마블의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이 84%에 달한다는 점이다.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에서만 약 1조8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달러 강세 현상으로 '나가는 돈'의 규모도 커졌지만 그만큼 '들어오는 돈'의 규모도 커진 셈이다.
◇서구권 성장 둔화 및 경기 침체는 고민…"그래도 해외 간다"
이 밖에도 국내 게임사의 해외 매출액 비중은 △컴투스 58.8% △위메이드 47.7% △엔씨소프트 35.7% △카카오게임즈 33.4%로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각각 대표작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에 달러 강세 현상은 당분간 게임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 올해 세계 게임 시장 매출의 4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와 유럽 지역의 성장 둔화세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고민거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북미 지역 매출은 513억달러로 전년 대비 0.5% 증가, 유럽은 341억달러로 전년 대비 0.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게임 산업에 대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뉴주는 "민감한 소비자들이 게임에 돈을 덜 쓸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경제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소비도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각 사의 대표작들을 내세우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분위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의 증가로 게임사들의 환차익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기업 중 제조업의 경우에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강달러 영향으로 실제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이지만 게임 등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환율 상승이 매출에 일정 부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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