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두려운 파도도 지나가고 나면 괜찮을 거야

이태훈 기자 2022. 10. 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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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와 파도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그림 | 김하늬 옮김 | 봄봄 | 40쪽 | 1만3000원

바다는 검고 잔잔하다. 이 파도 위엔 나 혼자뿐인 것만 같다. 제 키보다 조금 큰 돛 하나 달린 작은 배 위의 소녀 엘라. 커다란 파도를 홀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때 바다 깊숙한 곳 어둠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지나가야 한단다, 엘라.”

“어떻게? 어디로?” 묻는 엘라에게 어둠이 속삭인다. “네가 스스로 알아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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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불확실한 항해와 같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두려움이 두려움인지도 모른 채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될 아이들을 위해 그려진 친절한 초보 항해자 가이드 같다.

외로운 엘라의 돛대 위로 날아와 앉은 첫 손님은 흰 새 한 마리. 눈앞의 어둠을 밝혀줄 작은 불빛을 물고 왔다. “무서워하지 마, 엘라. 내가 함께 갈게. 넌 용기를 내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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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하는 동안 엘라의 곁에 친구들이 찾아온다. 돌고래들은 파도에 맞서는 대신 파도에 올라타는 법을 알려준다. “이렇게 넘는 거야, 한 번에 하나씩.”

엘라는 “포기하지 말라” 응원하며 바닷길을 밝혀주는 해파리들의 빛으로 마음 속 두려움의 목소리를 밀어낸다. 파도 소리보다 더 커다란 고래의 노래는 희망으로 가득 차 아름답다. “엘라, 파도의 크기는 두려움의 크기와 같아. 지금은 너무 벅차 보이는 일도 지나고 나면 훨씬 작게 느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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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을 뗐던 용기로, 차근차근 파도를 탔던 지혜로, 두려움을 밀어냈던 희망으로 엘라는 파도를 헤쳐나간다. 마침내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어둡고 막막했던 바다 위에 불빛을 단 작은 배들이 가득하다. 엘라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에 두 번 선정된 독일 작가의 책. 판화와 콜라주를 응용한 독창적 그림이 인상 깊다. 초반의 깊은 어둠을 지나 따스하고 밝은 엔딩에 이르면 읽는 이의 마음까지 함께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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