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두려운 파도도 지나가고 나면 괜찮을 거야
엘라와 파도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그림 | 김하늬 옮김 | 봄봄 | 40쪽 | 1만3000원
바다는 검고 잔잔하다. 이 파도 위엔 나 혼자뿐인 것만 같다. 제 키보다 조금 큰 돛 하나 달린 작은 배 위의 소녀 엘라. 커다란 파도를 홀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때 바다 깊숙한 곳 어둠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지나가야 한단다, 엘라.”
“어떻게? 어디로?” 묻는 엘라에게 어둠이 속삭인다. “네가 스스로 알아내렴.”
삶은 불확실한 항해와 같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두려움이 두려움인지도 모른 채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될 아이들을 위해 그려진 친절한 초보 항해자 가이드 같다.
외로운 엘라의 돛대 위로 날아와 앉은 첫 손님은 흰 새 한 마리. 눈앞의 어둠을 밝혀줄 작은 불빛을 물고 왔다. “무서워하지 마, 엘라. 내가 함께 갈게. 넌 용기를 내기만 하면 돼.”
항해하는 동안 엘라의 곁에 친구들이 찾아온다. 돌고래들은 파도에 맞서는 대신 파도에 올라타는 법을 알려준다. “이렇게 넘는 거야, 한 번에 하나씩.”
엘라는 “포기하지 말라” 응원하며 바닷길을 밝혀주는 해파리들의 빛으로 마음 속 두려움의 목소리를 밀어낸다. 파도 소리보다 더 커다란 고래의 노래는 희망으로 가득 차 아름답다. “엘라, 파도의 크기는 두려움의 크기와 같아. 지금은 너무 벅차 보이는 일도 지나고 나면 훨씬 작게 느껴질 거야.”
첫발을 뗐던 용기로, 차근차근 파도를 탔던 지혜로, 두려움을 밀어냈던 희망으로 엘라는 파도를 헤쳐나간다. 마침내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어둡고 막막했던 바다 위에 불빛을 단 작은 배들이 가득하다. 엘라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에 두 번 선정된 독일 작가의 책. 판화와 콜라주를 응용한 독창적 그림이 인상 깊다. 초반의 깊은 어둠을 지나 따스하고 밝은 엔딩에 이르면 읽는 이의 마음까지 함께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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