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 없이 재료 자체에서 끌어낸… 깊은 감칠맛 입안에서 팡팡 터지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2. 10.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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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외식 브랜딩 전문가의 단골]
차승희 신세계까사 기획팀장
서울 도곡동 '미누씨'의 해산물 스튜./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차승희(41) 신세계까사 기획팀장은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 대전 오노마 호텔, SSG 푸드마켓 호무랑, 고속터미널 에토레, 신세계백화점 강남 호라이즌 카페 등 호텔과 식음 업장을 기획하거나 재탄생시킨 브랜딩 전문가다.

그는 “식당에 가면 찾아오는 손님들을 본다”고 했다. “손님들이 무엇 때문에 이 식당에 왔는지를 보면 트렌드와 시대 흐름을 느낄 수 있거든요. 양식당에선 샐러드를 꼭 먹어봅니다. 음식의 핵심은 균형인데, 그걸 가장 잘 볼 수 있는 메뉴거든요. 재료와 드레싱, 주재료와 부재료, 식감·온도·양념의 균형이 얼마나 잘 맞는지 봅니다.”

누구보다 외식 트렌드에 앞서 있는 차 팀장에게 유행과 관계없이 꾸준히 찾는 단골집 네 곳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미누씨: 안정감과 힐링 주는 솔 푸드

“멋 부리지 않지만 자연스레 멋이 나는 식당을 좋아합니다. 미누씨가 그런 곳이에요. 재료, 음식, 와인에 대한 이민우 셰프의 고집이 단단하게 묻어 있는 곳입니다. 건강에 신경 쓰는 분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면서, 재료 자체의 맛과 식감을 최대한 살려 입안에서 팡팡 터지게 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프랑스·미국에서 요리를 배우고 일한 이민우 셰프는 고민에 빠졌다. 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무엇보다 양질의 영양 섭취가 중요하단 걸 알게 됐다. 소금을 포함해 조미료 없이 재료 자체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조리법을 연구했고, 이것이 지금 그의 식당에서 내고 있는 음식의 기본이 됐다. 그는 “제 음식을 한 끼 먹는다고 병이 낫진 않겠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속이 편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차 팀장이 추천한 메뉴는 ‘컬리플라워’와 ‘해산물 스튜’다. 컬리플라워는 프라이팬에 겉을 노릇하게 굽고, 오븐에서 속까지 부드럽게 익힌 다음, 내기 직전 기름에 살짝 튀겨 바삭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다진 견과류로 바삭함과 고소함을 더한다. 해산물 스튜는 새우, 가리비, 홍합 등 해산물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짠맛으로 깊고 풍부한 맛을 뽑아낸다.

컬리플라워 2만9000원, 해산물 스튜 8만3000원, 비스크 리소토 3만5000원. 서울 강남구 논현로26길 4, (02)6083-8482

서울 도곡동 '미누씨'의 컬리플라워./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홍신애솔트: 한국인 입에 착착 붙는 소스

“제철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입니다. 주인공이 되는 제철 식재료의 장점을 살리려면 확실한 조연이 필요한데, 이곳은 한국인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소스를 기막히게 제공합니다. 홍신애 요리연구가는 세상 흐름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가장 느리게 가려고 고민하는 분 같아요.”

‘영국에도 없는 피시앤칩스’는 남해산 달고기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 홍 연구가의 특제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다. “칼칼한 소스가 튀김 맛을 제대로 잡아줍니다.” ‘24시간 삼겹살 통구이, 무화과 소스’는 나이프를 살짝 갖다만 대도 무너질 정도로 부드러운데, 달콤한 무화과 소스와 애플 처트니(과일·채소를 달콤새콤하게 조린 소스의 일종)가 곁들여진다. “돼지고기를 가장 우아하게 먹는 방법이 바로 이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에도 없는 피시앤칩스 3만5900원, 24시간 삼겹살 통구이와 무화과 소스 5만4900원. 서울 강남구 학동로 223-9, (02)545-5606

그릴데미그라스: 업그레이드된 추억의 경양식

“어떤 메뉴를 시키든 실패가 없는 곳, 누구를 데려가든 흡족해하는 곳이에요. 햄버그스테이크가 대표 메뉴인데, 저는 그라탕과 치킨카레스튜도 좋아합니다. 좋은 재료를 숭덩숭덩 큼직하게 썰어 넣어 집에서 만들어 먹는 느낌이 들어요. 오마카세도 매력입니다. 그날의 식재료와 셰프의 느낌에 따라 구성되는 제철 회, 병어찜, 낙지볶음, 돼지갈비 튀김 등을 먹다 보면 잔칫집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어 행복해집니다.”

충무로에 숨듯 자리 잡았지만 어떻게 알고 찾는 단골이 많은 경양식집이다. 햄버그스테이크, 그라탱, 새우튀김, ‘비후까스’ 등 추억의 메뉴들이지만 눈치 채기 힘들 만큼 살짝 업그레이드된 맛이다.

함박스테이크 2만2000원, 그라탱 2만1000원, 치킨카레스튜 2만1000원. 서울 중구 삼일대로2길 50 오리엔스호텔 1층, (02)723-1233

세스타: 좋은 와인을 가치 있게 마시고 싶다면

“김세경 셰프의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와인앤다인’ 공간입니다. 그는 동양인 관점에서 서양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요리사입니다. 좋은 와인을 가장 가치 있게 마시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야 해요.”

차 팀장은 ‘관자 카르파초’와 ‘한우 본매로(bone marrow·골수)’ ‘드라이에이징 뼈등심’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베트남 피시소스(액젓)와 쥐똥고추가 올라간 관자 카르파초(서양식 회)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너무 좋은 메뉴입니다. 한우 본매로는 흑마늘 페스토와 안초비를 발라 숯불에 구워 골수 특유의 고소함을 고급스럽게 끌어올려 줍니다. 스테이크도 가장 맛있는 타이밍을 잡아주는 셰프를 만나야 하는데, 김 셰프만큼 멋스럽게 해주는 분이 계실까 싶어요.”

관자 카르파초 3만4000원, 한우 본매로 2만7000원, 드라이에이징 프라임 뼈등심 3만1000원.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21-18 1층, (02)793-9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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