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책꽂이] 시인 이병률의 '詩와 거리를 좁혀주는 책 5′
시인. 1995년 시 ‘좋은 사람들’로 등단했다. 2006년 현대시학 작품상을 받은 그는 ‘찬란’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등의 시집을 냈고, 여행 산문집으론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썼다. 최근엔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를 펴내며 사람들의 인연 속에 담긴 ‘사랑’을 풀어낸 그. 사람과 시(詩) 사이 거리를 좁혀주는 다리가 되어주는 책 5권을 추천했다.
시는 어렵다고들 말한다. 딱딱한 마음으로는 읽을 수 없다고 나는 말한다. ‘은유’라는 고리 하나만 풀어도 시를 대하는 복잡한 입장에서 해방된다. 은유는 마음의 상태를 꾸며 전달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인데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시적인 비유를 말한다. 일상어와는 다르지만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라든가 “이번 일은 얼른 매듭을 짓자” 따위의 표현들이 그렇다.
장석주 시인의 ‘은유의 힘’은 시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은유법의 절대적인 힘을 강조하면서 은유가 아니라면 가능할 수 없는 시적 진동에 대해 맛있게 풀어쓴 책이다.
은유법은 주로 시에 사용함으로써 문장을 반짝이게 하고, 시가 가닿는 자리에 불꽃을 번뜩이게 해주며, 결국은 그 깊이를 스며들게 하는 목적을 갖는다. 알밤을 먹기 위해 가시로 된 거죽을 헤집고도 단단한 껍질을 또 까야만 하는 그것이 은유의 경로임과 동시에 시를 읽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은유의 힘’을 읽으면 시가 파도가 되어 몸에 감긴다. 이 짧은 글을 쓰면서 ‘딱딱하다’와 “단단하다’라는 두 개의 비슷한 표현을 썼다. 이 얼마나 우리의 지금 상태를 가리키는 말인가. 시는 그 두 개의 말, 반대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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