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야당의 대법관 임명 발목 잡기
지난 22일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날이었다. 사건이 쌓여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법관들이 최종 합의를 보고 선고까지 할 수도 있었지만 이날은 심리만 진행했다. 전원합의체에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이 참여한다. 하지만 김재형 대법관이 9월 5일 퇴임해 공석이 생기고 아직 채워지지 않자 최종 합의를 미룬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앞으로도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새 대법관이 임명될 때까지 전원합의체 선고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공석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미 7월 28일 오석준 제주지법원장을 대법관 후보로 제청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오 후보자에 대해 8월 29일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아직까지 임명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서초동 대법원 14층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 출근 중인 오 후보자는 여전히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오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면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오 후보자가 과거에 내린 한 판결 내용이 ‘비정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얼마나 친한지, 오 후보자가 얼마나 비정한 사람인지는 계량하기 어렵다. 주관적 평가에 가깝다. 그냥 ‘친하다고 한다’ ‘비정해 보인다’ 하면 그뿐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직자 상당수가 갖고 있던 ‘위장 전입’ 문제도 없다. 2018년 12월 취임한 한 대법관은 과거 위장 전입을 한 남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는데, 정작 자신은 세 차례 위장 전입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고도 통과됐다. 오 후보자에 대한 현 야당의 반대는 합리적이지 않고 정치적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은 오 후보자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윤 대통령 임기 내 대법관 임명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대법관은 헌법상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을 교체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처럼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대법관을 한 명도 임명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흠이 적은 오 후보자가 낙마하면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2024년 총선에서도 만약 야당이 대승을 거두면 대통령은 임기 내내 대법관 임명 문제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대법관 공석이 늘어갈수록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권은 침해된다. 재판을 기초로 하는 국가 사법 기능에 차질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먹고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국민은 권리가 침해되는지도 모른다.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 법 취지가 국정 발목을 잡고 정쟁에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국회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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