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길진균]李의 입법 독주와 불붙은 거부권 릴레이
길진균 정치부장 2022. 10.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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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시행령 통치' 등을 둘러싸고 지속되던 행정부와 입법부의 신경전이 정기국회 한복판에서 정면충돌했다.
169석 과반 의석을 앞세워 입법 독주를 이어오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이 이들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행 헌법체제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3대 국회 당시 7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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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속 불안한 행정-입법 권력 충돌
거부권 가장 많았던 노태우 때 3당 합당
거부권 가장 많았던 노태우 때 3당 합당
대선 이후 ‘시행령 통치’ 등을 둘러싸고 지속되던 행정부와 입법부의 신경전이 정기국회 한복판에서 정면충돌했다. 169석 과반 의석을 앞세워 입법 독주를 이어오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통과되는 순간 국민의 뜻을 각각 위임받은 대통령과 국회의 양보할 수 없는 전쟁으로 비화한다. 여당의 반대도 크지만, 그 후폭풍과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발의는 종종 있었지만 과거 ‘여소야대’ 지형에서도 야당은 강행 처리에 신중을 기했다. 이번을 제외하고 현행 헌법(1987년) 체제 35년 동안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이 3번밖에 없었던 한 배경이다.
새 정부 출범 4개월 남짓 만에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불쑥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법률안을 대상으로 한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나 예산안은 그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의 ‘공식 건의’를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띤다. 정국 경색을 피해 가기 어렵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입법권 남용”, 야당은 “국민 무시”라며 맞섰다. 당분간 여야 협치나 소통은 물 건너간 셈이다.
이번 해임건의안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주요 입법 과제로 꼽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초과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 의무화를 규정한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다. 극한 대치 상황에서 첫 물꼬가 터진 만큼 다른 현안에서 ‘야당 강행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 수순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폭탄이 있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이다. 시행령 통치를 막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도 있다. 민주당이 이들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국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정치권을 향해 타협, 소통, 협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대통령실 생각은 다르다. 민주당도 오히려 여당이 받기 힘든 입법안을 며칠에 한 건씩 추가로 내놓으며 윤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권은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한 여권 인사는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 타협을 명분 삼아 윤 대통령과의 ‘딜’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입법안을 계속 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개별 회담이나 물밑 협상은 없다는 취지다. 민주당 역시 “22대 민생 주요 입법 과제들을 차근차근 추진하겠다”며 연일 강공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행 헌법체제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3대 국회 당시 7건이다. 노태우 정부 때다. ‘여소야대’ 상황이었던 당시 정부와 국회의 극한 대치는 3당 합당이라는 정계 개편의 불씨가 됐다. 노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을 상실했고,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그나마 그때 경제는 호황이었다. 지금은 고물가, 주가 하락, 기업투자 축소 등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나서야 하지 않을까. 경고등은 이미 곳곳에서 번쩍이고 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통과되는 순간 국민의 뜻을 각각 위임받은 대통령과 국회의 양보할 수 없는 전쟁으로 비화한다. 여당의 반대도 크지만, 그 후폭풍과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발의는 종종 있었지만 과거 ‘여소야대’ 지형에서도 야당은 강행 처리에 신중을 기했다. 이번을 제외하고 현행 헌법(1987년) 체제 35년 동안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이 3번밖에 없었던 한 배경이다.
새 정부 출범 4개월 남짓 만에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불쑥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법률안을 대상으로 한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나 예산안은 그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의 ‘공식 건의’를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띤다. 정국 경색을 피해 가기 어렵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입법권 남용”, 야당은 “국민 무시”라며 맞섰다. 당분간 여야 협치나 소통은 물 건너간 셈이다.
이번 해임건의안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주요 입법 과제로 꼽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초과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 의무화를 규정한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다. 극한 대치 상황에서 첫 물꼬가 터진 만큼 다른 현안에서 ‘야당 강행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 수순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폭탄이 있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이다. 시행령 통치를 막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도 있다. 민주당이 이들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국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정치권을 향해 타협, 소통, 협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대통령실 생각은 다르다. 민주당도 오히려 여당이 받기 힘든 입법안을 며칠에 한 건씩 추가로 내놓으며 윤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권은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한 여권 인사는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 타협을 명분 삼아 윤 대통령과의 ‘딜’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입법안을 계속 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개별 회담이나 물밑 협상은 없다는 취지다. 민주당 역시 “22대 민생 주요 입법 과제들을 차근차근 추진하겠다”며 연일 강공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행 헌법체제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3대 국회 당시 7건이다. 노태우 정부 때다. ‘여소야대’ 상황이었던 당시 정부와 국회의 극한 대치는 3당 합당이라는 정계 개편의 불씨가 됐다. 노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을 상실했고,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그나마 그때 경제는 호황이었다. 지금은 고물가, 주가 하락, 기업투자 축소 등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나서야 하지 않을까. 경고등은 이미 곳곳에서 번쩍이고 있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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