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산업 진실 풀어내며 청결의 의미 탐구
피부 좋아지고 나쁜 냄새 사라져
비누의 부작용·화장품 과대광고
취재와 연구 통해 신랄하게 비판
거품의 배신/제임스 햄블린/이현숙 옮김/추수밭/1만6000원
믿기 힘든 기행(奇行)의 주인공은 의사 출신 언론인. 처음부터 피부 건강을 생각해서 벌인 일은 아니었다.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고소득이 보장된 의사 생활은 관두고 구직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제적 이유로 카페인과 술을 줄이고 유선방송과 인터넷을 끊듯 샴푸와 비누에 들이는 큰돈을 줄이려는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제품 사용을 서서히 줄이면서 몸에 생겨난 변화는 놀라웠다. 피부는 서서히 기름기가 줄었고 습진도 덜 생겼다. 나쁜 냄새가 나는 일도 생활 습관이 관건이었다. “피부에 뭐가 나거나 냄새가 날 때는 보통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수면 시간이 부족했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와 겹쳤다.”
과도한 세정업계 마케팅 경쟁은 의학과 결합하면서 특별한 성분에서 만들어지는 장밋빛 효과를 강조하는 홍보전으로 이어진다. ‘펩타이드’가 대표적 사례다. 저자가 만난 피부 전문가는 잘못된 정보가 가장 많은 성분으로 펩타이드를 지목한다. 모호한 화합물인데 이를 넣은 제품은 리바이털라이징, 리주버네이팅, 안티에이징 등의 문구로 홍보된다. 그러나 광고 문구를 증명하기가 극히 어렵고 크림이나 세럼에 첨가되면 다른 성분들과 상호 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심지어 피부에 잘 스며들지도 않는다는 게 숨겨진 사실이다. 저자는 급기야 미국 보건당국이 승인한 성분을 조합해서 50g 한 병에 200달러라는 높은 가격을 책정한 화장품까지 직접 만들어 파는 실험을 한다. 단단한 안전을 강조하는 행정당국 규제가 화장품에는 얼마나 허술한지 입증하기 위해서다.
“화장품은 법률상 식품이 아니다. 특정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한다고 주장할 수 없어서 규정상 약품과도 전혀 다르다. 하지만 판매자들은 자신의 화장품이 건강을 개선하고 유지한다고 광고하며 판매할 수 있고 약품처럼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건 ‘건강한 삶을 위한 미니멀’과 피부 생태계의 복원이다. 그는 우리의 청결 기준 대부분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건강에 덜 이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피부 습진, 아토피 행진에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몸을 둘러싼 피부와 모공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조 개의 미생물 생태계, 즉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한다. 그들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과 같으며 여드름, 습진, 건조한 피부에서 냄새를 맡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스킨 케어란 이 미생물이 우리 피부에 좀 더 오래 머물고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나와 이야기했던 모든 미생물학자는 위생 관념 자체보다 항생제 남용이 사람의 피부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엉망으로 만든 주원인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샤워를 줄인다고 마이크로바이옴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이 나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 지구상에서 미생물이 아닌 생명체 전부를 위협하는 ‘슈퍼버그’ 미생물을 만들어내는 항균 제품을 덜 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청결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지나치게 자만해서 생긴 결과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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