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만들며 만난 '길 위의 인생'서 배우는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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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고 했건만, 사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태도를 갖고 싶다는 마음은 소망으로만 남을 뿐,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나에게만 닥친 불행, 나만 빼고 행복한 사람에 대한 질투 등 수많은 감정은 우리를 매 순간 뒤틀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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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박지현/메이븐/1만6800원
신월동 고물상, 청주교도소, 노량진 고시촌, 호스피스 병동, 부산 산복도로 달동네, 자갈치 시장 등 다양한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간다. 어떤 신파도, 꾸밈도, 억지 감동도 없는 일상적인 삶이지만, 그 평범함이 주는 울림은 크다. 연평도 포격 후에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간 주민, 40년을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한 60대, 호스피스 병동에서 남은 인생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강인함과 자부심, 삶의 감사함을 배우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어쭙잖은 위로를 얻거나, 누군가의 행복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저자가 전하는 ‘참 괜찮은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사기를 당한 인쇄소 사장이 “누구도 나의 인생을 그렇게 궁금해한 사람이 없었다”며 고작 단 3일 만났던 저자에게 전화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목이나, 암 환자 가족이 저자의 모친이 입원하자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대목에서 역시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안을 얻음을 깨닫게 한다. 사람을 통해 배우고, 위안받고, 성장하는 것,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생상한 삶의 역사를 통해” 지혜와 용기를 얻은 저자는 “그렇게 배운 삶의 태도를 계속 연습하면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한다. 그러면서 “혹시 길을 헤매고 있거나, 자신이 너무 싫어 못 견디겠거나, 위로가 필요한데 마음 둘 곳이 없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 속 여러 삶들 가운데 그 어떤 것이든 당신이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전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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