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각자의 방식과 속도
사내 관리자들과 함께 MBTI 검사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16가지 유형 중 무려 15가지의 유형이 나왔다. '기업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보다. 회사라는 작은 조직도 이렇게 다양한 이들로 구성돼 있다. 각기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출범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필자의 회사에서도 상호 존중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끌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람직한 사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직급과 직군에서 참여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도 이끈다. 칭찬 엽서를 만들어 공유하거나 서로의 이름에 '님'을 붙인 호칭 문화의 도입도 빼놓을 수 없는 예다. 호칭을 바꾸니 직급에 상관없이 보다 편하게 말을 걸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무실 자리도 자율 좌석제다. 대표부터 사원까지 누구나 그날의 업무 계획에 따라 편한 자리에 앉는다. 직원들이 필자를 '대표님'이 아닌 '소은님'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스스럼없이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 이 모든 것이 필자에게도 몹시 기분 좋은 변화다.
언젠가 세 종류의 꽃씨를 사 화분에 심은 경험을 직원들과 공유한 적이 있다. 나팔꽃이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빠르게 성장해서 직원들에게 자랑했는데, 나중에 보니 채송화와 봉선화 역시 속도는 느리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싹을 내고 있음을 깨닫고 이에 대한 교훈을 나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나만의 방식과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우리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과 연계해 보면 이 교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조직 구성원이 가진 각각의 방식과 속도를 인정하지 않고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각자의 업무 의욕을 상실할 수 있고 다양성이 주는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업무 효율성은 낮아지고 오히려 갈등이 깊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통하며 함께 나아감에 있어 조직의 큰 목적에 공감하는 자발적인 노력을 더하고, 바람직한 기업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원하는 성장과 혁신은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결국에는 아름답게 피어난 세 종류의 꽃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역시 '수평' '존중' '소통'의 가치를 되새겨 본다.
[김소은 한국오가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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