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巨野 장관해임안 폭주 동조한 국회의장 '정치 중립'본분 잊었나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일방 처리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트집 잡아 취임 4개월밖에 안 된 장관 해임을 요구한 것은 국정 발목을 잡고 국익을 해치는 오만한 횡포다. 윤 대통령이 30일 명분 없는 해임 건의안을 거부해 제동을 건 것은 너무 당연하다.
헌정 사상 7번째인 이번 장관 해임안은 정의당마저 "정치 전체를 올스톱시키는 나쁜 촌극"이라며 반대할 정도로 여야가 첨예하게 다투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가 절충점을 찾도록 중재하기보다, 의사 일정을 변경한 뒤 본회의를 다시 열어 민주당의 권한 남용을 묵인했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거대 야당의 폭주에 동조한 것이다. 이러니 국회 안팎에서 "김 의장이 야당과 공모해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국회법을 무시하고 해임건의안을 날치기 처리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30일 김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당적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국회의장이 특정 정파에 편중되지 말고 공정하게 국회를 이끌어가라는 뜻이다. 하지만 김 의장은 그동안 당파성을 드러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 의장은 올 5월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후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며 "당적을 졸업하는 날까지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 빈축을 샀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할 때도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아 야당 심의권을 봉쇄하는 데 일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기초연금확대법 등 7대 포퓰리즘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밀어붙일 태세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여론 반발에 밀려 철회한 선심성 정책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장이 지금처럼 정파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한쪽으로 기운다면 국회가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은 '정치 중립'의 본분을 잊지 말고 균형 있게 국회를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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