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사막 한가운데 '넘사벽'을 쌓자

황민국 기자 2022. 9. 3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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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세리에A 벽'..꿈의 무대 월드컵을 기다리는 김민재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이적한 후 빼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카타르 월드컵 활약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민재가 지난 27일 열린 카메룬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팬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빗장 수비 본고장서 발군의 실력
축구게임 매체 “9월의 선수 선정”
홍명보 “나보다 나은 선수” 극찬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까지 50일 남은 요즈음, 축구팬들은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괴물 수비수를 보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4강 신화를 달성했던 20년 전, 한·일 월드컵 당시 정신적 지주이자 주장이었던 홍명보 감독(53·현 울산)이 “나보다 나은 선수”라고 인정하는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여름 튀르키예(터키) 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민재는 단숨에 ‘벽’(muro)이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그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6경기에 출전해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놀라운 짠물 수비로 나폴리의 깜짝 선두(5승2무)를 이끌고 있다. AC밀란의 전설적인 수비수였던 파올로 말디니 단장이 관중석에서 김민재의 수비를 보고 머리를 감싸 쥔 장면이 그의 실력을 증명한다. 단순히 수비 능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세트피스에도 적극 참여해 2골을 넣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김민재의 연착륙은 세리에A 현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1일 세리에A 사무국이 발표한 이달의 선수 후보에 그의 이름이 오른 가운데 한 축구게임 매체에서 먼저 김민재가 9월의 선수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민재가 3년 전 세리에A에서 신설된 이달의 선수상을 받는다면 나폴리에서 자신의 전임자인 칼리두 쿨리발리(첼시)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또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로는 첫 수상이기도 하다.

30일 스포츠통계업체 ‘옵타’ 분석에 따르면 김민재의 활약상은 세리에A 9월의 선수로 뽑혀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김민재는 세리에A에서 315분(정규리그 최대 출전시간의 절반) 이상 출전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수비의 주요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 선수가 힘을 쓰기 어려운 공중경합 성공에서 경기당 4회로 세리에A 전체 1위를 달리는 것을 비롯해 경합(5.5회·8위, 팀 1위)과 태클 시도(2회) 및 성공(1.2회·이상 팀 2위) 등에서 라이벌들을 압도한다. 그가 큰 키(190㎝)로 공중볼을 도맡을 뿐만 아니라 빠른 발을 살린 뒷공간 커버와 패스를 예측해 차단하는 지능적인 수비를 펼쳤다는 증거다.

김민재가 ‘빗장 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인정받으면서 월드컵 성적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김민재는 월드컵 본선에서 우루과이 공격수 다윈 누네스(리버풀)와 포르투갈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디오고 조타(리버풀), 가나 에디 은케티아(아스널) 등을 막아야 한다.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지만 수비가 쉽게 뚫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평소 선수 개인에 대한 평가를 꺼리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도 김민재에게는 “예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준 높은 기술을 가진 판타스틱한 선수”라고 극찬할 정도다.

김민재와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도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의 전력 분석에 나선 일부 외신이 ‘왜 김민재가 5명이나 있냐’고 우스갯소리를 내놓은 것이다. 김민재의 센터백 파트너인 김영권(울산)과 좌우 측면 수비수 김진수(전북)와 김태환(울산), 골키퍼 김승규(알샤밥)를 합쳐 ‘Five Kim’이라고 했다. ‘인사이드 글로벌’이 AS로마 사령탑인 조제 모리뉴 감독이 경기를 해설하는 도중 헷갈리는 이름 때문에 괴로워하는 합성사진을 올린 것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러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
“모든 선수들의 꿈, 착실히 준비”

김민재 스스로도 이번 월드컵에 대한 동기 부여가 남다르다. 그는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정강이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당시 라커룸에서 흘린 눈물을 이번에는 환희로 털어내야 한다. 김민재는 월드컵 개막까지 12경기(정규리그 8경기·유럽챔피언스리그 4경기)가 남았는데, 이 기간 다치지 않으면서 기량은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김민재는 “월드컵이라는 게 전 세계 선수들의 꿈이 아니냐”며 “나도 처음이라 긴장되고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소속팀에서도 월드컵을 바라보며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A매치를 잘 마무리하고 돌아간 김민재는 1일 오후 10시 토리노와의 홈경기에 출전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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