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헤드셋 너머 총알이 쏟아진다[책과 삶]
콜센터 유감
최세라 지음
도서출판b |143쪽 | 1만2000원
“고객의 몰아붙이는 소리”와 “팀장의 다그치는 소리”, 옆자리 동료의 울음소리를 빨아들인 흡음재 보드와 카펫에 쌓인 먼지가 온몸을 밀고 들어온다. “귀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즈음이었다.” 최세라의 이 시집 4부 제목은 ‘콜센터 유감-흡음 시스템’ 마지막 행에서 따왔다.
최세라는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에 관한 연작을 4부에 실었다. 시의 콜센터 화자들은 자신들을 “전화 자살조”로 여긴다. “콜을 받을 때마다 총알을” 맞는 것 같다. 그런데도 울음과 분노의 목소리를 소거해야 한다.
“헤드셋의 검은 쿠션 사이에 끼어서 존재할 때/ 나는 목이 없다 좌우를/ 둘러볼 목이 없다 거미처럼/ 머리가 가슴으로부터 솟아올라 있다/ 입술은 심장에 연결돼 있어 말할 때마다/ 피가 가열된다”. ‘콜센터 유감-뮤트’의 1연이다. “언니 상담 중에 일곱 번이나 뮤트 키를 눌러서 내 목소리를 소거했어. 네 번은 흐느꼈고 세 번은 욕을 했어. 정말 치밀어오르게 하는 건 내 목소리가 늘 돈이 될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라는 2연으로 이어진다.
시집은 편의점 알바, 대리운전기사, 배달노동자, 택배기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하고 아픈 노동의 초상이다. “75리터 종량제봉투 다섯 장 값”의 시급을 받으며 일한다. “빅맥을 사 먹기 위해” 감자를 튀긴다. “검은 바퀴와 바퀴 사이로 몸을” 기울이며 “인간이라는 장르에서” 벗어난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은 해설에서 “<콜센터 유감>은 시의 형식으로 기록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노동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라고 했다. 시인 문동만은 “젖은 자가 또 젖어야 하는 삶을 운명처럼 견디는 만인의 노동 평전”이라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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