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 친숙한 '가면'으로 블루칼라 사로잡은 폭스[책과 삶]
폭스 포퓰리즘 - 보수를 노동계급의 브랜드로 연출하기
리스 펙 지음·윤지원 옮김
회화나무 | 476쪽 | 2만2000원
‘포퓰리즘으로 일관된 방송’, 미국 폭스뉴스를 향한 세간의 편견이다. 리스 펙 뉴욕시립대 스태튼아일랜드 칼리지 미디어문화학과 부교수는 CNN과 MSNBC보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공화당에도 영향력이 큰 폭스뉴스를 다차원적으로 추적한다.
저자는 폭스뉴스의 방송인들이 대중에게 친숙한 페르소나(가면)를 만들고, 노동계급과 똑같은 문화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으로 연출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블루칼라의 취향과 정치 이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게스트를 선정하고, 강렬한 색의 세트와 자막, 인기있는 컨트리 음악도 활용했다. 포퓰리즘적 요소들을 이용해 계급 불평등을 활용하는 동시에 계급 불평등의 원인을 왜곡·은폐할 수 있었다.
전문적 지식을 전달할 때도 폭스뉴스의 진행자들은 지식인 엘리트와 거리를 두면서 노동계급의 스타일과 언어로 번역했다. 폭스뉴스는 정치적 영역의 포퓰리즘과 상업적 영역의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을 결합시켜 ‘반엘리트 뉴스’ ‘소외된 노동자들의 대변인’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폭스뉴스가 활용하는 포퓰리즘에는 부정적 측면과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측면도 있음을 지적한다. 그동안 진보 진영 언론들이 지식인 페르소나와 중도주의에 계속 의존했지만 결과는 노동자들의 무관심, 일관된 메시지 전달 실패, 이념 대립의 패배였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라이벌 헤게모니에 도전할 때 내부 반동적인 요소를 폭로하는 것 못지않게 어떤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요소를 빼앗아 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을 인용한다. 진보 언론을 향한 저자의 물음은 한국 언론계에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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