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친구야, 이제 답을 찾았어..우리동네처럼 너를 사랑해[그림책]
뒤늦은 답장
정원 글·그림
창비 | 256쪽 | 1만6000원
아빠의 정수리는 숭숭 비어 있다. 방학 중인데 “내일 학교 잘 다녀오라”는 말을 남기고 아빠는 어린 남우와 엄마를 떠났다. 다음 페이지, 남우는 이제 고등학생이다. 남우는 독백한다. 누군가 MP3에 남겼던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나는 잘 지내. 이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어. (…) 이 편지는 네가 녹음한 편지에 대한 뒤늦은 답장이자, 초대장이야.”
정원 작가의 만화 <뒤늦은 답장>은 중반부까지 답장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남우는 친구 성호, 재근과 영화를 만든다. 같은 독서실에 다니는 샤론, 지현 선배와도 함께다. 영화를 찍으러 멀리 떠날 때 남우는 엄마의 전화에 답하지 않는다. 남우는 아빠가 떠난 뒤 엄마를 미워하는 것 같다. 남우의 애정은 친구들을 향해 있다. 부당한 상황에 화를 낼 수 있는 재근은 특히 신기하고 각별하다. 남우는 곧 재근이 어떻게 그렇게 화를 낼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재근의 아버지는 재근의 친구들과 함께 먹는 저녁 자리에서 “혼자서 씩씩하게 사는 가엾고 불쌍한 성호”와 “혼자서 고생하는 불쌍한 남우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 남우는 그 앞에서 맥없이 ‘아멘’이라고 말하지만, 이후 재근에게 “너도 내가 불쌍하냐”며 따진다.
남우는 말이나 표정이 없는 편이다. 대답을 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좁은 길에서 뒷사람에게 길을 비켜줄 때 뒤에 오던 외국인이 남우에게 “생큐”라고 한다. 남우가 “유어 웰컴”이라는 기계적인 답을 꺼냈을 때 이미 뒷 사람은 자리를 떠난 뒤다. 그러나 남우는 가족 관계,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남우답게 답을 찾고, 그 답을 분명하게 상대에게 전달해 나간다. 프롤로그에 시작한 편지는 에필로그에 이어진다. 남우는 질문을 피하거나 답을 은폐하지 않는다. 좋지만 동시에 싫고, 지우고 싶어도 없어지지 않는, 보고 싶기 보다는 그리운 상대에게 남우는 답한다. “우리 동네처럼 너를 사랑해.”
책은 깨끗한 그림체로 담담하고 세밀하게 남우의 과거와 현재를 그려낸다. 남들보다 많은 것을 볼 줄 아는 남우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 시절 헤아리지 못한 마음들이 툭툭 떠오른다. 네이버 웹툰에서 발표했던 단편만화 ‘뉴 서울’을 확장한 장편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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