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젠더·인종·환경정의..마스크를 둘러싼 과학과 정치 맥락짚기[책과 삶]
마스크 파노라마
현재환, 홍성욱 엮음
문학과지성사 | 290쪽 | 1만8000원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나라마다 마스크 착용 양상이 매우 달랐다. 책 <마스크 파노라마>에서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서 이 차이를 설명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쓰는 문화가 앞서 형성돼 있었다. 마스크 착용은 타인에게 병을 옮기지 않는 이타적인 행위로 간주됐다.
이에 비해 서구 사회에서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경계하는 시각이 강했다.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마스크로 덮고, 시민의 얼굴을 가리기로 결정한 국가는 정치를 스스로 없애버린 셈”이라며 마스크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홍 교수는 “서양인들에게 얼굴을 가리는 행위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를 두려워하는 자의 행위, 소통을 거부하는 행위, 자신의 존재를 감추면서 타인을 관찰하는 타자의 위협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스크 파노라마>는 마스크라는 인공물을 과학기술학(STS)의 관점에서 연구한 11편의 국내외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연구자들은 질병, 젠더, 인종, 환경정의 등 다양한 차원에서 마스크에 대해 고찰했다. 과학기술학자인 현재환 부산대 교수, 홍성욱 교수가 연구 결과들을 엮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형성된 마스크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 짚기는 이 책의 중요한 한 축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도 마스크가 도입돼 대유행했다. 당시 기사나 광고는 여성이 집에서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매일 빨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마스크의 젠더화’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일본 언론에서 ‘여성들이 수제 마스크 제작으로 마스크 수요를 보충하고 있다는 데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한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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