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대란 '뒤늦은' 우려..물가 상승에도 전기·가스료 올린다
10월1일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오른다. 월평균 전기와 가스를 각각 307킬로와트시(㎾h), 2000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전기요금 2270원에 가스요금 5400원을 합쳐 모두 7670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공공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에 따른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에서는 ‘10월 물가 정점론’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전력은 “연료 가격 폭등에 따른 영향과 효율적 에너지 사용 유도를 위해 10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7.4원/㎾h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 애초 올리기로 했던 ㎾h당 기준연료비 4.9원에 전력량요금 2.5원이 더해진 결과다. 산업용·일반용 대용량 고객에 대해서도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되, 공급전압에 따라 고압 에이(A·7.0원/㎾h)와 고압 비시(BC·11.7원/㎾h)로 차등 조정한다.
한전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4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307㎾h)의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2270원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을 인용한 ‘2020년 에너지총조사 보고서’ 기준을 적용하면, 도시 지역 1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227.4㎾h)는 월평균 약 1682원, 2인 가구(289.3㎾h)는 약 2140원, 3인 가구(296.4㎾h)는 약 2193원의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으로 취약계층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한전은 관련 지원 대책도 내놨다. 한전은 “9월30일 끝나는 복지할인 한도 40% 적용을 올 연말까지 확대해 취약계층의 요금 부담을 약 318억원 추가로 경감할 것”이라며 “상시 복지할인(8천원~1만6천원)에 월 최대 6천원 추가 할인으로 최대 207㎾h 사용량까지 전기요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은 인상되는 전기요금의 30%를 할인하도록 해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시가스요금도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유럽 가스 공급 차질 등으로 천연가스(LNG) 시장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국제가격도 높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천연가스 수입단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며 메가줄당 2.7원의 도시가스요금 인상액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월평균 2000메가줄을 쓰는 가구당 가스요금은 월 540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2000메가줄은 4인 가구 월평균 가스 사용량이다.
정부는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포인트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물가 압박에도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요 효율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기자들에게 “가격을 낮추면 에너지를 안 써도 되는 사람이 더 쓰게 된다. 에너지 가격을 올린다는 건 고통스러운 것을 견디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는 정부 내부적 판단이 이번 요금 인상의 결정적 계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한국방송>(KBS) ‘일요진단’과 한 인터뷰에서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있을 거라 예측하고 있다. 빠르진 않지만 서서히 조금씩 내려갈 거 같다”고 말했다.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적자가 커지는 상황 역시 이번 요금 인상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 인상 규모가 정부의 바람대로 에너지 수요 조절 효과를 기대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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