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 기지촌 성매매' 배상 확정, 국가 차원 사과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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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이른바 '기지촌'에서 주한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를 조장·방조한 책임이 있으며,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29일 나왔다.
대법원은 "국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및 성매매 정당화 및 조장 행위는 법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권존중 의무 등 마땅히 준수되어야 할 준칙과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원고들은 국가의 위법행위로 인해 인격권 내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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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이른바 ‘기지촌’에서 주한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를 조장·방조한 책임이 있으며,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29일 나왔다. 이승만 정권 때인 1950년대 조성되기 시작한 기지촌 성매매 집결지라는 현대사의 아픈 치부가 70년 가까이 지나서야 국가폭력이라는 사법적 판단을 받은 것이다.
정부는 1957년 유엔군 주둔지를 중심으로 미군 ‘위안’시설을 지정하고, ‘위안부’에게 주 2회 성병 진단을 받게 하는 등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들어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제정되고, 유엔의 ‘인신매매금지 및 타인의 매춘행위에 의한 착취 금지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는 등 성매매를 금지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정부의 기지촌 성매매 방조는 계속됐다. 성병 검사를 강제하고, 이를 기피하거나 양성 판정이 나온 여성들은 강제로 수용소에 가뒀다. 이곳에선 페니실린 과다 투여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성매매를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으로 포장하는 교육까지 했다.
이런 일들이 군사동맹 강화와 외화 획득이라는 명목 아래 벌어졌던 것은, ‘야만의 시대’였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도리가 없다. 대법원은 “국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및 성매매 정당화 및 조장 행위는 법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권존중 의무 등 마땅히 준수되어야 할 준칙과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원고들은 국가의 위법행위로 인해 인격권 내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국가의 행위는 ‘과거사정리법’상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므로 이에 따른 국가배상청구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판결은 미군 ‘위안부’ 피해자 122명이 소송을 낸 지 8년 만에 나왔다. 그사이 24명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공무원들이 성매매 알선업자들과 유착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 등이 끝내 인정되지 않은 점 등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법원 판결로 사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정부가 할 일은 남았다.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인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한다. 뼈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기도록 진상조사 활동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국가의 이름으로 훼손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후속 조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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