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고 뒤집는 '김현숙 여가부'..다음엔 뭘 뒤집을까

이정연 2022. 9. 30. 19: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뒤집고, 뒤집고, 뒤집는다.

여가부는 지난해 '건강가정기본법'(건가법) 개정안에 찬성 의견을 냈다.

여가부도 현행법이 다양한 가족 유형을 "정책에서 소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4월엔 여가부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에도 이런 입장이 반영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월 새 정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bit.ly/319DiiE

뒤집고, 뒤집고, 뒤집는다. 여성가족부 이야기다. 다 뒤집을 기세다.

뒤집기 하나. 한국 정부는 25년간 ‘통계로 본 여성의 삶’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 내용은 성평등 정책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한국 여성이 집안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 범죄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정도인지, 임금격차는 어느 수준인지 등의 내용을 담는다.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한국 남성은 어떠한지를 보고서에 담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는 올해 굳이 이 보고서의 이름에서 여성을 빼고 ‘통계로 본 남녀의 삶’으로 바꿨다. 내용은 지난해 것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한국의 성차별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뒤집기 둘. 여가부는 지난해 ‘건강가정기본법’(건가법) 개정안에 찬성 의견을 냈다. 그런데 뒤집었다. 가족 개념의 확대와 개선 없이 ‘현행 유지’를 하겠단다. 건가법 개정안은 동거·1인·비혼출산 가구 등 다양한 가족 유형을 정책 대상으로 삼도록 기존의 ‘가족’ 정의 규정을 삭제하는 걸 뼈대로 한다. 여가부도 현행법이 다양한 가족 유형을 “정책에서 소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4월엔 여가부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에도 이런 입장이 반영됐다.

여가부는 지난 24일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한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바람과 달리 가족 개념 확대를 위한 논의는 더 활발해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와 여가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줄줄이 냈다. 긴급 토론회도 열렸다. 여가부의 번복은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뒤집기 셋. ‘성불평등’의 현실을 개선해 ‘성평등’ 추구를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하는 여가부가 자꾸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뒤집는다. 오래된 논쟁이지만 ‘양성평등’은 여러 오해를 낳는다. 성불평등은 ‘양성’(남녀)의 차이에서 비롯한 게 전부가 아니다. 같은 이유로 남녀가 기계적·수치적 의미로 ‘같아진다’고 해서 성불평등은 해소되지 않는다.

성평등은 다양한 성적 지향 및 정체성을 포함하는, 더 확대된 개념이다. 주요 선진국은 다양한 성소수자까지 포함해 성평등의 개념을 확립하는 추세다. 지난 27일 여가부는 ‘2022 대한민국 양성평등 포럼’을 열었다. 지난해 같은 행사 이름은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이었다. 기조연설을 한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내내 ‘성평등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강조했다. 통역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성평등’이라고 했다.

자꾸 뒤집는 여가부에 바란다. 평범한 나라에 살고 싶다. 세계 평균, 아니 정말 상식 수준 정도는 한국이 맞춰갈 수 있지 않을까? 성인지 관점을 반영한 통계의 중요성, 가족 개념의 확대, 성소수자를 포함한 성평등의 추구.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식이 되어가는 마당이다.

여가부의 뒤집기 행태가 못마땅하지만, 이런 상식의 추구를 위해 뒤집기 한판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뒤집는 건 어떨까.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를 없애면서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을 갖추기란 어려운 일이다. 윤 대통령의 뒤집기 한판을 기대한다. 이런 말바꾸기는 환영이다.

이정연 젠더팀 기자 xingx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