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영장 신청..결국 구속 송치된 미성년자 납치 미수범-취[재]중진담

이혁재 입력 2022. 9. 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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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후 도주했는데..판사 "도주 우려 없음"
보강 수사 뒤 성범죄 추가 확인돼 결국 '구속 송치'
미성년자 납치 미수범 MBN 단독 보도
흉기로 위협해 미성년자 납치하려던 남성

지난 7일 저녁 7시 15분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 40대 남성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중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려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흉기를 보여주며 꼭대기 층인 18층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다른 주민이 나타나자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남성은 계단으로 뛰어 내려와 아파트를 황급히 벗어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확인하며 남성의 동선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2시간여 만에 경찰은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 있던 남성을 긴급체포했습니다. 체포 당시 남성은 휴대전화에서 무언가를 삭제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남성에게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를 적용했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틀 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영장 실질 심사가 열렸고 구속 영장은 기각됐습니다.

"도주·재범·피해자 위해 우려 없다"

남성을 긴급체포한 뒤 경찰은 이미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했고 아파트 단지에 경찰차를 배치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의 판단에 당혹감을 감추긴 어려웠습니다. 영장 기각 이후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범죄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건 아니라고 한다"며 "도주우려, 재범우려, 피해자 위해 우려가 없다고 한 부분이 당혹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남성은 범행 뒤 인근 초등학교로 도주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의 판단은 현명했을까요? 취재진은 범행을 저지른 뒤 남성의 행각을 취재했습니다. 아파트 계단을 이용해 단지로 나온 남성은 cctv가 없는 길로 인근 초등학교 담을 넘어 숨었습니다. 이후 경찰차가 도착하고 수색하는 과정을 지켜본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법원의 '도주 우려가 없다'는 판단을 뒤집을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관련 기사] [단독] 경찰 차량 뒤따르며…'10대 납치 시도' 의문의 행적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689151

경찰 역시 이 부분 때문에 남성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체포 당시 휴대전화에서 자료를 지우고 있었기 때문에 증거 인멸 우려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후 분석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었던 경찰은 뜻밖의 기각 결과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체포 이후 남성은 "훈계하려 했다"며 납치 범행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후 경찰 조사와 영장 실질심사에서는 납치하려 했다며 범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흉기를 이용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미성년자를 납치하려 했단 범죄 사실이 소명됐음에도 법원은 '피해자를 위해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법원이 괴물을 양산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우려를 표한 건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만이 아닙니다. 누리꾼과 법조계 일각에서도 법원의 판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장윤미 변호사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이 남성이 어떤 사람이기에 안정적이라고 봐서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로 단정짓고 사실상 면책을 했는지 의아스럽다"며 "피해자 상황을 헤아린다면 영장을 과연 기각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도 취재진과 통화에서 "피해자로서는 (피의자가)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수 있고 또 다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법원이 그 부분까지도 심도 있게 심리를 해서 판단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미성년자 대상 약취, 유인 사건은 매년 평균 150여 건 발생

저희 취재진은 미성년자 납치 미수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형법에 따르면 19세 미만 아동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약취, 유인해 납치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벌금형조차 없는 중범죄인 만큼 시민과 법조계의 우려는 결코 엄살이 아니었습니다.

[관련 기사] [뉴스추적] 흉기 들고 여중생 납치하려 했는데 구속영장 기각?…누리꾼 '공분'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689016

취재 결과 당시 영장 실질 심사를 맡은 판사는 영장 전담 판사가 아니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민사 전담 판사가 추석 연휴를 이유로 당직 근무중이었고 실질 심사를 맡은 겁니다. 법원의 판단에 아파트 이웃 주민들은 탄원서를 제출했고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이례적으로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쏟아져 나온 '불법 촬영물'

경찰은 끈질기게 수사를 이어나갔습니다. 휴대전화에 담긴 수백개의 자료에 대한 포렌식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그 사이 남성은 변호사를 선임했고 피의자 조사에 임했습니다.

지난 26일 드디어 경찰이 남성에 대해 구속 영장을 다시 신청했습니다. 적용된 혐의만 4개입니다. 당초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는 추행 목적이 확인되면서 법정형이 더 높은 추행 목적 약취 미수로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남성의 휴대전화에서 올해 미성년자를 쫓아 다니며 불법 촬영한 불법 촬영물들이 발견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고 심지어 아동 성 착취물까지 소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다시 열린 영장 실질 심사

이틀 뒤 고양지원에서 다시 영장 실질 심사가 열렸습니다. 경찰과 함께 법원을 찾은 남성에게 취재진은 "추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던 게 맞는지" 등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남성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피해자를 위해할 우려가 있단 이유로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남성을 오늘(30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영장을 재신청할 때는 또 기각되면 안 된다"는 다짐을 밝혔던 경찰 관계자. 긴 수사 끝에 새로운 범죄 혐의도 밝혀냈지만 결국 중요한 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미성년자를 납치하려던 범죄였다며 짧은 소감을 전했습니다.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관련 기사] [단독]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중학생 흉기 위협…납치 시도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688804

여중생 납치하려던 남성 구속영장 기각…"재범 우려 없어"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689102

'엘리베이터 납치 시도' 같은 아파트 남성 결국 구속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692813

[ 이혁재 기자 yzpotato@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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