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의겸의 '지라시 저널리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2022. 9. 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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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8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안양교도소 이전 사업 업무협약식'에서 법무부 장관 한동훈과 지역구가 안양인 민주당 의원 이재정이 악수하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그런데 약 한 달 후인 9월13일 민주당 대변인 김의겸이 유튜브 '박시영 TV'에 나와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김의겸은 이재정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한 장관과) 일부러 안 마주치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엘리베이터 타고 가려고 했는데, 한 장관이 거기를 쫓아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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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8월18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안양교도소 이전 사업 업무협약식'에서 법무부 장관 한동훈과 지역구가 안양인 민주당 의원 이재정이 악수하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그런데 약 한 달 후인 9월13일 민주당 대변인 김의겸이 유튜브 '박시영 TV'에 나와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김의겸은 이재정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한 장관과) 일부러 안 마주치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엘리베이터 타고 가려고 했는데, 한 장관이 거기를 쫓아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이 인사를 하며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어 이 의원은 최소한의 격식을 갖춰 인사했는데, 그 장면을 뒤에서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김의겸은 몇 시간 뒤 법무부 홈페이지에 '진영 논리 넘어서 협치 나선 한 장관'이라는 보도자료가 올라왔다며 "대단히 기획되고 의도된 치밀한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김의겸은 9월16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시사저널 박은숙

그러나 당시 공개된 현장 영상을 보면 한동훈과 이재정이 악수한 곳은 엘리베이터 앞이 아닌 업무협약이 이뤄진 회의실이었다. 두 사람은 참석자들이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서로 인사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악수했다.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이재정이었다. 한동훈은 "(업무협약식에) 참석도 안 한 김 의원이 방송에 출연해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사실을 반복해 말씀하시니 유감"이라고 했지만, 나는 '참담한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했다.

나는 올 1월에 출간한 《좀비 정치》라는 책에 쓴 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의겸에게 "'적대'와 '증오'보다는 '타협'과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의정활동을 해주시길" 호소하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김의겸이 기자 시절에 했던 탐사보도를 원용해 '탐사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폭로 전문' 정치인을 자신의 브랜드로 삼는 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폭로 전문'이 나쁜 건 아니지만, 문제는 그의 폭로가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가십 위주의 무책임한 '지라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걸 '지라시 저널리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매우 당혹스럽다.

2021년 12월 몇 건의 김건희 관련 기사가 큰 화제가 되자, 김의겸은 취재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2차 취재를 한 후 사실을 부풀리거나 왜곡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사례를 보자. 당시 김의겸과 통화했던 어느 기자는 "우리는 보도하지 않을 내용이고 보도할 거리가 안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김 의원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야기를 해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김 의원은 기자 시절부터 잘 아는 분이었고 가까웠기 때문에 경계 없이 이야기했다"며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에 유감이다. 김 의원에게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다. 나 역시 김건희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나는 《좀비 정치》에서 이런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올곧고 의로운 언론인이었던 김의겸이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타락'했는지 보기에 정말 딱하다"고 했다. 이러려고 정치인이 된 건 아니었을 텐데, 나는 지금도 그의 이상한 변신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의 변신을 '참담한 비극'으로 보는 내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는 건지 부디 가르침을 주시면 고맙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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